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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의 종횡무진 인문학] 또 하나의 한국 '마석'… '새로운 한국인'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바람아님 2016. 9. 11. 09:12

(조선일보 2016.09.10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

고영란·이영 '우린 잘 있어요, 마석'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2006년 5월, 한국과 북한이 장성급 회담을 할 때의 일이다. 
한국 측은 농번기여서 바쁘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몽골·베트남·필리핀 등에서 온 사람이 한국 농촌에 
많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북한 측은 민족의 순수성이 사라진다며 한국 측을 비난했고, 그 자리의 
분위기가 냉랭해졌다고 한다. 북한이 '순수한 조선 민족'의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은 B R 마이어스가
'왜 북한은 극우의 나라인가'라는 책에서 보여준 바 있다. 이 일화를 듣고 필자가 처음 한 생각은, 
북한이 그렇게 순혈주의에 집착하지 않아도 북한에 가서 살고 싶어 할 외국인은 별로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한국과 북한이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도 여기에 있다고 느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지닌 다양한 사람이 한국에서 사는 것에 대해, 이제 한국 사람들은 익숙하다. 
다양한 사람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이 세계에서도 매력적인 국가가 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바깥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낀다. 한국은 안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나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고 한국 국적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많다. 하지만 한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체류 허가를 받는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다. 한국 사회는 바깥에서 온 사람들에게 여전히 차갑다.

우린 잘 있어요, 마석  :

(마석가구공단 이주노동자 마을의 세밀한 관찰기)   

고영란,이영 글/성유숙 사진/ 살롬의집 기획

출판사 클/ 2013/ 288 p

321.5-ㄱ367ㅇ/ [정독]인사자실(2동2층)


'우린 잘 있어요, 마석'(고영란·이영 지음)은 태어나면서부터 한국 국적을 
지니고 있는 우리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마석가구공단 이주노동자 마을의 세밀한 관찰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여 사는 경기도 남양주 마을의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나라에서  한국으로 일하거나 결혼하기 위해 
찾아온다. 이들은 한국에 '다양성'이라는 선물을 안겨준다. 
이들이 한국에 짧게 머물든 오랫동안 함께 살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도덕적 의무감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판단에서도 
그렇다. 이들과 함께하는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역사상 유례없는 발전을 
이룩할 '하이브리드(혼종) 국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읽을 만한 책 : 

우세상과 나 사이|타네하시 코츠 지음 <서평>

오숙은 옮김/ 열린책들|248쪽|1만3800원


美 흑인 저널리스트 타네하시 코츠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혐오 문제… 흑인 아들에게 쓴 편지처럼 담아

"검은 몸, 이것이 네가 사는 세상… 비관보단 의식이 깨인 사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