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많은 정보의 폭격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미디어는 사소한 문제들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과장된 마케팅과 공포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다. 여기서 잘못 알려진 건강상식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자.
1. 빵 같은 고탄수화물은 건강에 좋지 않다?
빵을 비롯한 고탄수화물 음식은 최근 들어서 강력한 십자포화를 받고 있다. ‘탄수화물 중독’, ‘인슐린 저항성’ 등 듣기만 해도 무서운 말들도 입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여태껏 인류를 먹여 살린 빵이 현대에 이르러 지나치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껴진다.
미디어는 탄수화물을 조금만 섭취해도 위장 장애가 생기고,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것처럼 공포감을 생산해내고 있다. 빵을 주식으로 삼는 중동 및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혈당량을 조절하는 인슐린 저항성은 중요한 이슈이다. 하지만 고탄수화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은 이미 비만인 사람들에 한정되는 이야기이다. 탄수화물은 초기 인류의 에너지원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다른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고 과식하지만 않는다면 탄수화물이 나쁠 이유는 없다.
2. 비타민은 모두 오줌으로 빠져나갈까?
비타민제를 먹은 후 화장실을 가면 노란색의 물줄기가 우리를 반기게 된다. 비싼 돈 주고 산 비타민제인데 이렇게 몸 밖으로 배출되어 버린다니, 다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신체는 필요한 비타민들을 취하고, 여분의 비타민을 오줌으로 배출시킨다. 하지만 대다수 비타민이 오줌으로 빠져나간다는 생각은 오류다.
오줌이 노랗게 보이는 것은 비타민제에 함유된 여러 비타민 중 B₂ 때문이다. 이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미량으로도 오줌을 밝은 노란색을 띠게 하기에, 대부분의 비타민이 빠져나가는 듯한 심리적 공포감을 조성한다.
비타민이 부족하다면 신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비타민을 과량 섭취한다면 신체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비타민의 요구량에 맞추어 흡수를 알아서 조절하는 정교한 매커니즘을 갖고 있다. 그러니 비타민제가 비싼 오줌만을 만들어낸다는 주장은, 비타민제의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하다.
3. 비타민 C는 정말 감기 예방에 탁월할까?
10월이 닥치면서, 날씨가 쌀쌀해지고 코를 훌쩍거리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곧 귤이 도처에서 판매되고,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감기를 예방시키기 위해 귤을 사다가 먹여줄 것이다. 귤에는 비타민 C가 많아 감기 예방에 탁월하다고 언급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국내 식약처에서 인정한 비타민 C의 기능은 아래의 세 가지밖에 없다.
1) 결합조직 형성과 기능유지에 필요
2) 철의 흡수에 필요
3) 유해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데 필요
그럼 대체 왜 비타민 C가 감기 예방에 좋다는 소문이 유행병처럼 번진 것일까? 라이너스 폴링이라는 한 유명한 화학자는 ‘비타민 C’의 전도사를 자처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여러 실험을 근거로 비타민C의 감기예방 및 항암효과를 주장했다.
노벨 화학상까지 받은 사람이었기에, 대다수가 그의 말을 신뢰했다. 하지만 라이너스 폴링의 실험은 다소 엉터리였고, 현대에 다시 행해진 실험에서 비타민 C의 감기 예방, 즉 면역력을 증가시켜주는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4. 포화지방산은 모두 몸에 나쁘다?
2014년 3월 Annals of International Medicine(ANN)에서 발행된 보고서는 눈길을 끈다. ANN은 512,420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분석을 행했는데, 포화지방산의 과소 혹은 과다 섭취가 심혈관계 질환과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고정관념, 즉 포화지방산은 무조건 나쁘다는 기존의 생각들과는 상반되는 이야기이다.
포화지방은 지금까지 우리를 살찌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자,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주범으로 지적받아왔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지방의 종류와 섭취의 비율이지, 포화지방은 무조건 나쁘고 불포화지방이 무조건 좋다는 생각은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5. 천연비타민은 합성비타민보다 좋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합성’이라는 말에는 거부감을 느끼고, ‘천연’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렇기에 업계에서는 ‘천연’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천연비타민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합성비타민 또한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합성비타민을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합성비타민의 생산 공정에 있다. 하지만 공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기피 원인은 무지에서 기인한 잘못된 신화이다.
천연비타민이 합성비타민보다 못할 때도 있다. 천연 엽산이 아닌 합성 엽산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은 전파를 타기도 했다. 또한 비타민 K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보다 비타민제로 섭취하는 것이 훨씬 좋다. 비타민 K는 식물의 세포와 강력하게 결합되어있기 때문에, 채소로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천연과 합성비타민은 분명 어느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천연비타민이 무조건 좋다는 주장은 객관적인 사실이라기보다는 마케팅 수단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스내커 칼럼니스트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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