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전시·공연

이중섭展, 국내 작가 개인전 최다 관람객 기록

바람아님 2016. 10. 16. 00:19
조선일보 2016.10.04. 03:04 

[오늘의 세상] "지금 안 보면 언제 보나" 연휴 사흘간 관람객 장사진 20일부터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이중섭이 또 하나의 '신화(神話)'를 썼다. 지난 6월 3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시작한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이 3일 총관람객 25만2466명을 기록하며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국민 화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역대 국내 작가 개인전 중 최다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개천절 연휴 사흘 동안 앞으로 다시 못 볼지도 모를 이중섭의 대표작을 보려는 관람객들이 물밀듯 몰려들었다. 연휴 첫날인 1일엔 6179명이 찾았고, 2일엔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에도 5209명이 찾아와 우산을 쓰고 대한문까지 행렬을 이었다. 마지막 날인 개천절에는 7174명이 찾아 이중섭전(展) 일일 최다 관람객 기록을 세웠다. 한낮에는 입장 대기 시간만 1시간 넘게 걸리기도 했다. "지금 안 보면 언제 볼까 싶어서요. 아이들한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아요." 마지막 날 매표소 밖으로 길게 줄 서 아이와 함께 관람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김민정(45·주부)씨가 말했다.



이중섭은 그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순위에서 수위를 놓치지 않았지만 위작(僞作) 시비 등으로 인해 정작 국공립미술관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단비처럼 찾아온 전시에 미술 애호가들은 뜨겁게 화답했다.

1년여의 준비를 거쳐 뉴욕 현대미술관(MoMA) 수장고에 있던 은지화(銀紙畫)부터 개인 소장가들이 보물처럼 아끼던 애장품까지 국내외 60여 곳 소장처로부터 그러모은 작품 200여 점이 걸렸다. '황소' '길 떠나는 가족' 등 이중섭을 대표하는 유화 작품도 인기였지만 편지화와 은지화에 쏠린 관심은 대단했다. 


특히 이중섭이 일본으로 떠나보낸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둔 2층 전시실은 늘 북적였다. 편지를 한 자도 빠짐없이 읽으려고 두세 번씩 온 관람객도 많았다. 미술평론가 조은정씨는 "그사이 차곡차곡 쌓인 이중섭 연구가 있었기에 좋은 전시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인간과 작품이 함께 돋보이는 전시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술사학자 최열씨는 "양적으로나 구성적인 면에서나 역대 최고의 전시로 손색없다"며 "그사이 한국 작가 전시는 흥행이 보장되지 않으니 전시 디자인에 투자하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었는데 우리 작가 전시도 흥행할 수 있고, 전시 구성에 신경 쓴 만큼 관객들이 호응한다는 걸 증명했다는 점에서 뜻깊다"고 했다.


'이중섭전'은 이중섭이 피란 생활을 했던 부산으로 무대를 옮겨 열린다. 오는 20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이 이어진다. 문의 (02)724-6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