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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與 대선주자들의 당 해체 추진 선언을 보며

바람아님 2016. 11. 14. 08:36

(조선일보 2016.11.14)


새누리당 김무성, 오세훈, 원희룡, 유승민, 김문수 등 주요 대선 주자를 포함한 비주류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등 80여 

명이 13일 국회에서 비상시국회의를 가진 뒤 "보수의 가치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지금 새누리당으로는 안 된다"며

"당 해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박계는 집권 이후 구원(舊怨)에 대한 보복과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으로 보수 진영을 심각하게 분열시켜왔다. 급기야 최순실 국정 농락이라는 용납 못 할 행태까지 드러났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친박계는 알량한 자리를 지키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거국 중립내각이 출범하면 물러가겠다"면서도 "내년 1월에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를 선출하자"고 했다. 

하루하루가 위급한 중대 정국에서조차 이런 인식을 보인다면 정치 세력으로서 수명이 다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당 지지율은 조만간 3등으로 떨어질 위기다. 

여 대선주자들이 해체 선언을 하지 않아도 새누리당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무너졌지만 북한의 위협을 걱정하고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보수층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아무리 당명을 바꾸더라도 친박계가 보여준 무능과 편협하고 낡은 사고방식, 권력 남용, 

자파 우선주의와 같은 비(非)보수적 행태를 완전히 청산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을 것이다.


야당도 시험대에 선 것은 마찬가지다. 

야당은 이제는 '하야'가 전제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탈당'과 '2선 후퇴'를 선언하더라도 거국내각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하나를 들어주면 다른 하나를 요구하는 행태가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이 식물 상태이고 여당은 해체에 몰려 있다. 

야권마저 국정 일부를 책임진다는 생각 없이 과거의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하면 나라가 어디로 떠밀려 갈지 알 수 없다. 

대통령이 물러나든, 탄핵되든 아니든 현 내각 체제로는 이 난국을 수습할 수 없다. 

총리라도 국회에서 추천해 신속히 임명절차를 밟고 그를 중심으로 예상하기 힘든 중대 사태에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