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나무, 즉 암그루에만 열매나 씨앗이 달리는 암수딴그루 식물은 은행나무 말고도 많다. 대표적인 게 개나리다. 개나리는 암그루의 암꽃보다 수그루의 수꽃이 훨씬 화려하다. 정원이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개나리는 대부분 수그루다. 개나리 열매를 볼 수 없는 이유다. 사람들은 씨앗 대신 꺾꽂이로 수그루만 번식시키고 있다.
비자나무 역시 암수딴그루다. 비자나무의 경우 수십㎞ 떨어진 곳에 홀로 서 있는 암그루도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봄에 꽃이 피고 꽃가루받이를 한 뒤 비자나무 암그루에 작은 열매가 맺히는데, 이 상태로 겨울을 난 다음 이듬해 봄에 다시 열매가 본격적으로 자란다. 2년에 한 번씩 열매가 맺히는 것이다. 약재로 쓰이는 초록색 비자나무 열매도 당연히 암그루에만 열리고 바둑판도 암그루 목재로 만든 게 더 낫다고 하니 자연히 암그루를 선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