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自然과 動.植物

[일사일언] 나무에 단풍이 드는 이유 김은경 한국전통조경학회 상임연구원

바람아님 2016. 10. 24. 09:41

(조선일보 2016.10.24 김은경 한국전통조경학회 상임연구원)


김은경 한국전통조경학회 상임연구원이달 초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가을 단풍길 10선'을 추천했다. 

설악산을 시작으로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이르기까지 단풍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알려줬다. 

단풍은 낙엽이 지는 나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단풍놀이 하라고 붉게 물드는 것이 아니다.


가을이 되면 나뭇잎에 있는 영양분이 줄기로 이동하고 나뭇잎이 가지에서 쉽게 떨어지도록 연결 부위에 

특별한 세포층이 생기게 된다. 이것을 '이층(離層)', 즉 '떨켜'라고 한다. 

나는 이것을 "헤어지는 면"이라고 설명한다. 떨켜는 식물에 있는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도 하지만 

미생물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게 된다.


떨켜가 생겨 헤어질 준비가 되면 잎은 물을 공급받지 못하지만 광합성은 계속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초록색을 내는 엽록소가 파괴된다

엽록소보다 분해 속도가 느린 여러 종류의 색소들이 표면에 드러나며 붉게, 노랗게, 또는 갈색으로 물들게 된다. 

결국 나무에 단풍이 드는 이유는 나뭇잎이 초록으로 보이게 하는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그간 보이지 않던 색소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봄, 여름 적당한 비로 건강하게 자란 잎이, 가을의 맑고 따뜻한 낮 기온과 서늘한 밤 기온을 맞게 되면 빛깔 고운 단풍이 된다.

그러나 붉게 물든 단풍을 보며 편한 마음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한 이가 있었다. 

정조 6년 영의정 서명선(徐命善)과의 대화에서 정조는 "일찍이 듣건대 단풍이 풍년을 예측한다"고 했다. 

정조가 백성들의 농사에 대해 걱정하던 이때가 1782년 9월 29일이었다. 

양력으로 보면 이번 주 어느 날이 될 것이다. 정조는 고운 단풍을 보며, 풍년이 될 내년을 미리 보았을 것이다.


이번 주가 단풍의 절정이라고 한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가까운 뒷산의 단풍을 보러 가야겠다. 

정조처럼 백성들의 풍흉을 걱정하며 단풍을 보긴 어렵겠지만 겨울 준비에 분주한 가을 숲에서 붉게 빛나는 

별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