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1.15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마이클 무어가 옳았다. '화씨 9/11' '다음 침공은 어디?' 등 사회 비판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무어는
지난 7월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세계적으로 400만부가 넘게 팔렸고 미국 작가의 작품으로는 최초로 영국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무어의 책 제목처럼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간다고 느끼는 '멍청한 백인들'이 여론 조사에서는 입도 뻥긋
못하다가 선거 당일에는 모두 비만한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기어 나와 결국 이 사달을 만들어냈다.
무어는 미국 대선 다음 날 그의 페이스북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힐러리 클린턴이 일반 투표에서
승리했다!"고 말하라고 당부했다.
개표가 92% 진행된 상황에서 클린턴은 47.7%를 얻어 47.5%를 얻은 트럼프를 0.2%포인트 앞서고 있다.
16년 전 앨 고어가 조지 부시보다 전국에서 53만여표를 더 얻고도 플로리다에서 불과 537표 차이로 지는 바람에
백악관 문턱에서 좌절했던 악몽이 떠오른다.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연방국가라서
어쩔 수 없다는 논리는 핑계에 불과하다. 이미 메인과 네브래스카는
하원 의원 선거구 방식(Congressional District method)을 채택해
승자 독식의 폐단을 없애고 선거인 표를 분할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제도다.
구성원의 합의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다듬어가야 한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우리가 모르는 우리 나라'라고
탄식했지만, 우리가 모르는 것은 나라나 국민이 아니라 제도, 즉 게임의 룰이다.
전근대적인 선거인단 방식(Electoral College method)을 고집하면 언제든
'내 대통령이 아닌 사람(Not My President)'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참에 우리도 문제가 드러난 한국식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
그렇다고 민주주의를 포기할 순 없다. 어설픈 '우리'가 아니라 '나'를 위해
인류가 선택한 가장 현명한 제도가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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