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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94] 신독(愼獨)

바람아님 2016. 11. 22. 07:19

(조선일보 2016.11.22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시인 윤동주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기원했다. 

얼마 전 어느 인터뷰에서 나는 죽을 때까지 한 점의 부끄럼도 없이 산다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으니

"그저 한 점 아쉬움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삶의 끝자락에 서서 뼈저리게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얘긴데 사실 이 또한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퇴계 이황이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에서 배워 평생토록 신조로 삼은 '신독(愼獨)'이란 말이 있다. 

"혼자 있어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삼간다"는 뜻이다. 

중용에는 '숨겨진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고 작은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이 없으니 

군자는 홀로 있을 때 조심해야 한다(故君子愼其獨也)'라는 구절이 있다. 

이처럼 신독(愼獨)은 원래 군자의 덕목으로 알려져 스스로 군자이기를 포기한 소인배는 보는 눈만 없으면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평소 법을 잘 지키는 독일 사람이 지중해 휴양지에서는 종종 개차반이 된다는데, 

그렇다면 그들은 결국 소인배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다산 정약용도 신독(愼獨)에 대해 글을 썼다는 걸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이자 철학자이신 엄정식 선생님에게 배웠다. 

서학(西學)에 영향을 받은 다산은 하나님 앞에 만인이 평등하므로 군자와 소인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정치철학자 양계초도 그의 '신민설'에서 마음을 수양하는 방법으로 신독을 권했다. 

공부란 모름지기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인격을 완성하기 위해 하는 수양이라는 것이다.


온 나라가 홀로 있을 때는 둘째 치고 남들과 한데 있을 때에도 도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로 어수선하다. 

군자와 소인은 본디 구분하기 어렵지만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구분은 확연하다. 

일단 권력이나 재물을 가진 자는 신독(愼獨)의 가르침을 따를 필요가 있다. 

혼자 있는 것 같은가? 

줄잡아 450만대의 CCTV와 파파라치의 카메라가 보고 있고, 그 뒤로 SNS가 대기하고 있다. 

진정 홀로 있는가? 스스로 있지 않은가?


삼갈 신

소인배(小人輩) - 마음 씀씀이가 좁고 간사한 사람들이나 그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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