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터뷰] 밀수 강국이 경제 대국, "미국이 영국 산업혁명 훔쳐 패권 장악했다"

[북 인터뷰] 밀수 강국이 경제 대국, 

"미국이 영국 산업혁명 훔쳐 패권 장악했다" 노르웨이 트론헤임대 사이먼 하비 교수

(조선비즈 2016.12.10 배정원 기자)

밀수 강국이 경제 대국...美 초대 대통령들, 영국 기술을 훔친 ‘밀수'로 산업 혁명 도둑질

은(銀), 아편, 핵(核)...3대 밀수품이 세계 경제 흐름 완전히 바꿔

연간 10조 달러 규모의 밀수 시장…미국 또는 중국에 맞먹는 경제 규모 

▲ 사이먼 하비(Harvey) 노르웨이 트론헤임대 

역사·미술사학 교수/사진=본인 제공

밀수(密輸·smuggling). 세관을 안 거치고 몰래 물건을 들여와 

내다 파는 불법적인 매매 행위. 직관적으로도 밀수라는 용어는 

썩 좋은 어감은 아니다. 

전쟁에서 사용되는 무기들, 헤로인, 필로핀 등 마약류, 

범죄 조직의 인신매매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며 

‘사회적 병폐’라는 인식이 강하다. 

과연 밀수는 그 자체로 비윤리적인 것일까. 

사이먼 하비(Harvey) 노르웨이 트론헤임대 역사·미술사학 교수는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말한다. 그는 오히려 “세계 경제와 

자유시장 경제는 밀수에서 시작됐다”며 

“지난 세기에서 ‘밀수 강국’은 아이러니하게 ‘경제 대국’으로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하비 교수는 2005년 런던대 대학원에서 

밀수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학계에서 “교역 금지품의 

역사를 새로운 학문으로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한국에 번역·출간된 ‘밀수이야기’는 현재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 중이다. 

특별히 하비 교수는 이 책에서 미국과 영국 간 패권 싸움이 미국 

쪽으로 기우는 데 ‘밀수’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설명한다. 미국이 

영국의 산업 혁명을 통째로 밀수해 자신들의 땅에서 꽃피웠다는 것.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밀수꾼’인 벤저민 프랭클린과 토머스 제퍼슨은 영국 기계류와 그 매뉴얼을 대량으로 빼돌렸고, 

이 모든 걸 자국 산업의 발전에 끌어다 썼다. 영국을 뛰어넘는 미국의 급속한 산업혁명은 이렇게 이뤄졌다. 

하비 교수는 이에 대해 “영국의 위대한 혁명이 송두리째 도둑맞았다”고 표현했다. 

밀수이야기/ 사이먼 하비 지음 ｜김후 옮김 ｜예문아카이브｜513쪽｜2만원

• 909-ㅎ145ㅁ/ [정독]인사자실(새로들어온책)

▲ 이 책은 대항해 시대의 실크·향신료·은에서부터 제국주의 시대의 금·아편·차·고무를 거쳐 

현대의 코카인·헤로인과 아프리카의 피로 물든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이르기까지 

15세기에서부터 21세기에 걸친 밀수 역사를 다루고 있다./사진=예문아카이브 제공

하지만 하비 교수가 미국의 밀수 행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모험심에 가득 찬 자유주의자’이자 ‘위대한 밀수꾼’들이 역사를 바꿔왔다고 

평가했다. “밀수꾼들은 역사가 감춰온 세계사의 주역이다. 그들은 국가나 거대 조직의 

비공식적인 대리인이 됐고 정치적 권력 투쟁의 중심 역할을 했으며, 때로는 애국자가 됐다.”

우리나라에도 역사를 긍정적으로 바꾼 중요한 밀수 사건이 많았다. 

고려 공민왕 시절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밀반입한 문익점은 우리 입장에선 ‘위대한 밀수꾼’이었다. 

통일신라 흥덕왕 때 중국에서 차를 밀수해 들어온 김대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밀수꾼 혹은 밀수품이 역사를 바꾸고 신자유주의 세계의 패권에 

영향을 미칠까. 노르웨이 트론헤임에 있는 하비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 했다. 

◆ 연간 10조 달러 규모의 밀수 시장…미국 또는 중국에 맞먹는 경제 규모 

-전 세계 밀수 거래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지금도 연간 10조 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 밀수꾼들이 힘을 합쳐 국가를 세우면 미국이나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 대국이 되는 셈이다. 

밀수의 역사를 살피지 않고서는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밀수 강국이 경제 대국이 됐다고 했다. 

“현재 우리가 강국으로 아는 나라들은 모두 밀수를 토대로 부를 축적했다. 

역사에서 밀수는 항상 경제적·정치적인 행위였고 그 규모나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따라 항상 지정학적인 영향을 받았다. 

달리 말하자면 밀수는 ‘국제관계’, ‘분쟁’, ‘세계화’의 주요 요인이었다. 

밀수로 경제 대국이 된 첫 번째 나라가 바로 영국이다. 하지만 영국보다 더 실익을 얻은 쪽은 미국이다. 

특히 초기의 건국 과정에서 엄청난 이득을 가져왔다. 

19세기 들어 미국은 밀수를 국가의 최우선 사업으로 삼아 영국의 ‘산업 혁명’을 통째로 밀수하면서 새로운 패권을 쥐었고, 

21세기인 오늘날까지 그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

당시 영국 정부는 다른 나라에 방직기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무역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실크와 모직물 생산 장비의 수출을 제한한 것에서 모자라 관련 기술자들의 이민도 금지됐다. 

1780년에는 섬유 제조 기계를 아예 영국 땅에서 한 발자국도 못나가도록 엄격하게 금지했다. 

미국은 밀수를 통해 기계를 들여왔고 그 기계를 사용하는 직공들을 산업 스파이로 데려왔다. 

그 전략적 밀수 행위의 중심에는 전(前) 미 대통령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과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 

알렉산더 해밀턴이 있었다. 

▲ 미국은 19세기 영국의 방직 기술을 밀수해 산업 혁명의 기반을 마련했다. /사진=블룸버그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밀수에 개입했다는 건가. 

“그렇다. 심지어 미국 정부는 해외의 기술을 빼내오기 위한 ‘기막힌’ 장려책을 시행했다. 

오직 미국 시민만이 특허권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외국인 ‘주인’이 버젓이 있어도 미국인이라면 그것을 도둑질해 미국에서 특허를 낼 수 있었으며 

원래 저작권자는 아무런 제재도 가할 수 없었다. 영국의 위대한 혁명이 송두리째 도둑맞은 것이다.

이후로도 미국은 끊임없이 밀수로 돈을 벌어들였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밀수 교역 금지품 중 가장 사악하다고 할 수 있는 무기와 마약 밀수에 관여한 적도 있다.

‘이란-콘트라 스캔들(Iran-Contra Scandal)’은 로널드 레이건 정부 때 CIA를 주축으로 군부와 백악관 참모들까지 개입해 

벌인 조직적인 밀수 사업이었다. 이때 미국 정부는 자신들이 ‘적대국’으로 분류한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고 중앙아메리카의 

마약 밀수에 개입해 벌어들인 돈으로 니카라과의 사회주의 정권에 대항하고 있던 콘트라 반군을 지원했다.”

-특별히 어떤 밀수품이 세계사의 흐름을 획기적으로 바꿨나?

“첫째는 은(銀)이다. 

과거 스페인이 지배하던 아메리카 식민지로부터 밀수된 은은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적인 무역 시스템이 

형성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세계 경제’라는 개념도 이때 처음 나왔다. 

둘째는 아편이다. 

비록 상대적인 관점이긴 하지만, 당시 중국의 광동 지역을 중심으로 영국인들이 주도했던 아편 밀수는 결국 

‘해가 지지 않는’ 대제국 건설에 기여했다. 

아편 밀수가 없었다면 아마도 영국 제국은 19세기 중반 정도에 몰락했을지도 모른다. 

셋째는 아주 위험한데, 바로 핵(核)이다. 

파키스탄의 물리학자 압둘 카디르 칸(Khan)이 네덜란드로부터 밀수한 핵무기 기술은 

소위 ‘이슬람의 폭탄(Islamic bomb)’ 개발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그 기술이 다른 여러 국가로 확산되면서 

우리의 세계를 더욱 위험한 곳으로 만들어버렸다.”

◆ 모조 의약품 등 긍정적인 밀수는 더 많은 생명을 살릴 것 

-하지만 과거와 다르게 자유 무역 경제인 지금, 밀수는 무기와 마약 등 거래 금지 품목에 해당하는 일 아닌가? 

밀수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을 것 같은데. 

“밀수를 줄이기 위해 18세기 스페인은 무역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지만 밀수의 규모는 계속 커져갔다. 

오늘날의 세계 무역 시장은 훨씬 다양하고 형태도 제각각이며 상품 공급에도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런 기회는 다국적 기업이 남겨놓은 틈새시장에만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이 손댈 수 없는 곳에도 있다. 

또한 교역의 방식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시장의 일부로 간주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프리카의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사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나이지리아의 라고스에 있는 비공식적 기술 시장(명목상으로는 도매상)을 암시장으로 만 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아프리카 전 지역을 대상으로 보다 넓은 사업 기회를 얻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 

정상적인 통관 절차를 밟지 않기 때문에 거래되는 제품들이 대부분 밀수품인데도 말이다. 

발칸 반도에서 전쟁이 끝난 직후 비공식적인 교역 기회가 활짝 열렸던 것처럼, 중동 지역에서도 조만간 이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강조하건대 밀수는 끊임없이 계속되며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세계화가 더 많은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일상품의 비공식적 시장 역시 더욱 번성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꿀 만한 현대판 밀수꾼 또는 밀수 품목이 있나?

“특허로 묶여 유통이 제한된 상품들이 공급된다면 질병과 가난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제약사들은 특허를 이용해 약값을 비싸게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모조 의약품은 

언제나 수익성이 높은 밀수 산업이다. 

만약 규제가 좀더 개선된다면 모조 의약품 밀수는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 

비슷한 효과가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도 나타난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가진 프로그램을 밀수하게 되면 가난한 사람들이 더 쉽게 교육받을 수 있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 

지적 재산권과 관련된 부문도 현대판 밀수 품목에 속한다. 

예를들어, 유전학 연구의 경우 폐쇄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다음 단계의 연구나 공개된 토론을 위해서는 

정보를 비밀리에 유통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