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2.20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구약성경 사무엘기 상
"동의해, 지금도 총리는?"
지난달 1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송영길 의원이 황교안 총리(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던진 질문의 말투였다. 10분쯤 계속된 질의에서 그는 황 총리를 '총리'라고 지칭했다.
"총리, 총리! 총리는…."
"총리가 그런 것도…."
"총리는 왜…."
"총리는 즉각…."
그러면서 황 총리에게 "의원님 말씀을 경청해서 잘 알아봐서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자기보다 6세 연상인 황 총리를 아랫사람 나무라듯 한 송 의원과 그런 모욕에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답변한 황 총리의 태도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다소 여려 보이는 황 총리와 다부져 보이는 송 의원의 인상 때문이었을까.
다윗과 골리앗이 생각났다.
"주님께서는 칼이나 창 따위를 쓰셔서 구원하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기에 모인 온 무리가 알게 하겠다."
블레셋 장수인 거인 골리앗을 돌팔매 한 방으로 쓰러뜨리기에 앞서 소년 다윗이 한 말이다.
요즘 국회의 풍경을 보면 마치 골리앗의 집합소 같아 보인다.
9월20일 열린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황교안 총리가 여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문재인 전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지 않으면 혁명밖에 없다고 했다.
법으로 안 되면 물리력을 쓰겠다는 얘기다. 초법적인 발상이다.
한·미 간에 이미 합의된 사드 배치의 번복을 주장하고 집권하면 대북 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도까지 피력했다.
당 대표를 맡은 이래 좌충우돌 말 폭탄을 쏟아내던 추미애 의원은 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말을 듣지 않으면
권한대행의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암시했는데 이 또한 초법적인 발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비례대표 의원은 지난달 국회의원은 언성을 높이고 힐난조로 질의할 수 있지만 총리는 국회의원이
추궁하는 내용에 대해 증거를 요구해서는 안 되고 노려보는 태도로 답변해도 안 된다면서 총리와 눈싸움 퍼포먼스를 벌였다.
법에 따른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지금 우리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정국 안정이다.
야권은 헌재에서 결론이 나올 때까지 황 대행이 국정을 확고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게 법이 정한 절차다.
법질서를 흔들어 나라를 위태롭게 하면 민심의 돌팔매가 이번엔 그들을 겨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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