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르누아르의 여인전]작품소개 - ① 1·2 전시실
서울시립미술관과 경향신문이 ‘한·불 수교 130주년’ 및 ‘경향신문 창간 7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르누아르의 여인’ 특별전에는 인상주의 회화의 거장 르누아르의 작품 47점이 선보이고 있다.
르누아르가 그린 ‘여인’을 주제로 세계 30여개국 미술관·개인소장가들로부터 모은 작품들로, 30여점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2, 3층에 마련된 전시장은 모두 4개의 소주제 공간으로 구성됐다. 먼저 제1~2 전시실을 소개한다.
제1전시실의 주제는 ‘어린아이와 소녀’다. 르누아르가 여인을 그린 2000여점의 작품 중 맑고 밝으며 행복감이 넘쳐나는 작품들이다. 르누아르 특유의 아름다운 색채 조화가 화면 속 소녀, 젊은 여성들과 어우러진다. 르누아르의 초기 여성인물화는 대부분 전문 모델이었으나 1870년대 중반 인물화가로 유명해지고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서 어린아이와 소녀를 모델로 한 작품이 속속 등장한다.
전시장에서 처음 만나는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인’(1875) 등 당시 작품에선 빛과 색채의 조화를 강조하는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인’도 인물의 특징적 요소를 부각하기보다는 얼굴에 나타나는 햇빛 효과를 강조하고 의상, 배경 등에서의 색상 대비를 통해 전체적으로 화사한 느낌이다. 다른 대부분의 작품들처럼 화려하면서도 은은하고 부드러운 채색을 통해 그가 꿈꾸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루시 베라르의 초상, 하얀 덧옷을 입은 소녀’(1884)의 경우는 인상파 특유의 기법보다는 정교한 데생을 바탕으로 맑고 밝은 느낌을 강조한 작품이다. 1885년 첫아들이 태어나고 가족이 작품 속으로 들어오면서 그가 그림을 통해 드러내려는 이상향이 강조된다. ‘해변가의 소녀들’(1894)처럼 평화롭고 온화하며 따뜻함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세상의 고단함을 모르는 해맑은 소녀들은 현실 속 인물이라기보다는 그가 생각하는 이상향의 상징물인 셈이다.
제2전시실의 주제는 ‘일상의 여인’. 르누아르 작품 세계의 핵심적 주제는 여성인물화다. 전체 작품의 거의 절반 가까운 방대한 양으로 21세 때 그린 최초의 여성인물화였던 어머니 초상부터 마지막 모델 카트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의 작품에는 도시 귀부인과 귀족집안의 자제들도 많지만 집안에서 일하는 유모, 파리 근교 시골의 소녀와 농사를 짓는 여성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젊은 여성들이다. 그에게 여성은 이상적인 삶과 가치를 상징하는 존재다.
2전시실에서는 ‘꽃 장식 모자를 쓴 여인’(1889), ‘장미꽃을 꽂은 금발 여인’(1915~1917)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꽃 장식 모자를 쓴 여인’은 장미꽃과 흰 천 장식을 한 모자·투명한 피부가 어두운 색감의 배경과 대조를 이룬다. 르누아르는 당시 멋을 내는 상징인 모자를 즐겨 활용했으며 붉은 장미꽃도 많이 그렸다. 활짝 핀 장미꽃은 여성미를 상징하는 소재다.
미술사가인 플라비 무로 뒤랑-뤼엘은 “유려한 곡선, 생기있는 피부, 우아한 움직임 등의 르누아르 여인들은 대부분 푸근한 인상에 늘 화사하게 빛나는 모습”이라며 “그에게 여인은 창작의 원천이자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도재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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