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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한·미 FTA 재검토? 한국도 美 공조 다시 생각할 수밖에

바람아님 2017. 1. 2. 16:01

(조선일보 2016.12.31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게임이론으로 본 韓·美 관계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대통령 취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다른 대통령 취임 때와는 달리 트럼프의 취임에 대해 한국은 특별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한국을 여러 번 언급하며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큰 변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 것임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면서 이미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 또한 재협상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한국은 자원이 한정되고 국내 시장이 협소해 대외 무역을 하지 않고는 번영을 이루기 어려운 여건을 

가지고 있다.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자유무역보다는 보호무역으로의 회귀를 원하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마저 보호무역 쪽으로 정책을 변화시킨다면 대외 무역의 감소로 

한국 경제는 또 하나의 큰 시련을 맞을 수 있다.


이런 한·미 간의 새로운 경제 관계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지난 60년 동안 긴밀했던 한·미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전쟁 중 맺어진 한·미 동맹 관계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 이상으로 피를 흘리며 같이 전투를 수행했다는 

또 다른 의미가 항상 함께했다. 마치 가까운 친척 사이에서 어려울 때 돈을 빌려주고 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든지 

친척 집에 바쁜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달려가서 허드렛일을 도와준다든지 하는 관계가 한·미 관계였던 것이다.


한·미 FTA 재검토? 한국도 美 공조 다시 생각할 수밖에

즉 매번 경제적 이해타산을 따지는 관계라기보다 

장기적으로 서로 돕는다는 큰 전제하에 경제 관계를 

수립한 면이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보더라도 한국 농축산업의 

완전하고 신속한 개방이 곤란하다는 점들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있었다고 본다. 물론 이런 관계는 

한국에만 유리한 것은 아니고 필요한 경우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미국에 도움을 줌으로써 

미국도 이득을 얻는 면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경제학의 게임이론 측면에서 보면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오히려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반복 게임의 관계가 

지난 반세기가 넘도록 한·미 양국의 경제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기간 발언을 보면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성격을 띠었던 한·미 경제 관계를 단기적 경제 이익만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관계로 바꾸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고 불과 수년 만에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폭이 두 배로 늘어났으니 미국 정치권으로서는 그냥 모른 척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법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한국은 국제 경쟁력이 없는 일부 산업에 대한 보호를 줄여야 한다. 

자신은 보호무역적인 정책을 펴면서 미국의 보호무역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적인 

정책을 강하게 주장하면 한국뿐 아니라 미국 경제도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한국이 자신의 보호무역적인 요소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성의를 보이면 미국 새 정부는 더 이상 보호무역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미국이 정말로 극단적으로 미국의 이익만을 주장하면서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편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이는 장기적이고 반복적이었던 게임을 한쪽이 일방적으로 깨어버리겠다는 의미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이 경우 방아쇠(trigger) 전략을 써야 한다. 

여기서 방아쇠는 총의 방아쇠라기보다는 지뢰나 폭탄의 기폭장치를 말한다. 

둘 중 하나는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하고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두 사람이 협력하는 상황이 마치 두 사람 사이에 놓인 

폭탄이 터지면 양측 모두 피해를 보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는 상황과 같다는 의미에서 나온 용어다. 

방아쇠 전략은 서로가 조심스럽게 협조하던 상황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에는 주저 없이 

폭탄을 터뜨리는 것이 답이라는 뜻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친밀한 동맹 관계에서 큰 이득을 얻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미국과 공조해 

미국도 큰 이익을 얻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관계를 미국의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해 단기적인 경제 이익만을 

추구하겠다고 하면 한국 또한 경제뿐 아니라 안보와 외교 측면에서 미국과 같이해 온 공조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사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대통령이 정책을 바꾼다면 한국은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다. 

즉, 미국이 단기적인 비즈니스 관계로의 전환을 원한다면 한국 또한 그에 맞추어 새로운 한·미 관계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