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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혁명 생생현장]⑥길 물어보니 앞장서 인솔하는 로봇...CES LG전자 부스를 가다

바람아님 2017. 1. 14. 07:49

(조선일보 2017.01.10 라스베이거스=박성우 기자)


“와우~ 언블리버블(Unbelievable)”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쇼(CES) LG전자 전시장 현장. 한 외국인 참관객이 

비행기 티켓을 로봇의 바코드 스캐닝에 갖다 대자, 로봇은 음성으로 탑승 게이트와 비행기 이륙 시간, 현재 위치에서 

게이트까지 가는 방법 등을 안내했다. 


[4차혁명 생생현장]⑥길 물어보니 앞장서 인솔하는 로봇...CES LG전자 부스를 가다


티켓을 인식해 입력된 정보를 읽어 수준은 깜짝 놀랄만큼 신기술은 아니다. 관람객이 진짜 놀라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참관객이 “가는 법을 잘 모르겠다며 “길을 좀 안내해줄래”라고 말하자, 로봇이 음성을 알아 듣고 앞장서서 참관객을 인솔했다.

주위 참관객들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로봇은 영어를 비롯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를 할 수 있다. 

LG전자 측은 “올해 말 인천공항에 (이 로봇을) 실전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올해 CES에서는 LG전자를 비롯해 파나소닉, 보쉬, 하이얼, 코웨이 등 여러 부스에서 로봇이 등장했다. 

기술 구현이 어렵고 투자 대비 시장성이 떨어져 로봇청소기 제품만 집중적으로 출시됐던 예년 CES와 사뭇 달랐다. 


◆ 로봇에 올인한 LG전자, “로봇이 집사인 세상을 만들겠다”


로봇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LG전자였다. LG전자는 공항용 로봇이외에도 공항 청소 로봇과 가정내에서 

스마트홈 기능을 제공하는 허브 로봇, 잔디깎이 로봇을 선보였다. 


LG전자는 로봇청소기와 세탁기 등 가전 사업에서 쌓은 모터와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용 로봇을 개발해 로봇을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사업의 핵심 축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가 공개한 가정내 허브 역할을 하는 허브 로봇(가운데)과 미니 로봇의 모습. /박성우 기자

▲ LG전자가 공개한 가정내 허브 역할을 하는 허브 로봇(가운데)과 미니 로봇의 모습. /박성우 기자


이를 위해 LG전자는 지난해까지 여러 조직으로 분산돼 있던 로봇과 사물인터넷(IoT) 역량을 통합해 ‘H&A스마트솔루션BD

(Business Division)’ 조직을 신설했다. 수장에는 송대현 LG전자 H&A사업부 사장이 맡았다. 그는 LG전자 단독 대표이사로 

승진한 조성진 부회장에 이어 세탁기, 에어컨 등을 관장하는 H&A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출시되는 TV, 세탁기, 냉장고, 로봇 등 모든 제품에 와이파이 모듈과 독자개발한 딥러닝 솔루션이 내장된 

‘딥씽큐(DeepThinQ)’를 탑재할 예정이다. 딥씽큐는 사용자의 사용 습관과 제품의 사용 환경 등을 학습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기능을 제공한디.


송 사장은 CES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홈 사물인터넷(IoT)과 로봇을 중심으로 미래 사업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외부 업체 중 잘하는 업체가 있으면 제휴도 할 것이고 방향과 목표가 맞는 회사가 있으면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공개한 가정용 허브 로봇도 흥미로웠다. 이 제품은 무선인터넷(Wi-Fi)를 통해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과 

조명, 보안시스템 등을 제어하며 집사 역할을 한다. 

아마존(Amazon)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 ‘알렉사(Alexa)’를 탑재했다.


 공항안내용 로봇(왼쪽), 공항 청소용 로봇(가운데), 잔디깎이 로봇(오른쪽) /조선DB

▲ 공항안내용 로봇(왼쪽), 공항 청소용 로봇(가운데), 잔디깎이 로봇(오른쪽) /조선DB


실제 전시장에서 허브 로봇에게 “에어컨을 켜줘(Turn on the air conditioner)”이라고 말하자, 에어컨이 가동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냉장고에도 알렉사를 도입했다. 사용자가 냉장고에 “알렉사, 당근 3개만 주문해줄래”라고 말하면 아마존 프레쉬

(Amazon Fresh)와 연동해 24시간 이내 당근이 집으로 배송된다.


LG전자 허브 로봇에게 빵 굽는 법을 물어 봤다. 허브 로봇은 자체적으로 탑재하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에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차근차근 요리법을 음성으로 알려줬다. 오븐을 특정 온도로 미리 데워놓으라는 조언도 해줬다.


허브 로봇은 집안 곳곳에 위치한 미니(Mini) 로봇과 연결해 사용할 수 있었다. 미니 로봇 역시 디스플레이와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했으며 허브 로봇의 기능 대부분을 수행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IoT 기술이 적용된 가전이 보급되고 있기 때문에 허브 로봇이 LG전자 가전을 제어·관리할 수 있는 

연결고리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잔디깎이 로봇의 모습. /LG전자 제공

▲ 잔디깎이 로봇의 모습. /LG전자 제공


이 밖에 LG전자는 공항 청소 로봇(Airport Cleaning Robot)도 내놓았다. 

이 제품은 다수의 모터와 브러시, 큰 용량의 먼지통을 탑재해 타일, 카펫 등 바닥 소재의 종류와 상관 없이 깔끔하게 

청소해주는 것이 특징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자기 위치 인식 및 이동 경로 추적 기능

(SLAM· 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을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공항 청소 로봇이 넓은 공항을 청소하다 길을 잃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잔디깎이 로봇은 빠르고 효율적인 패턴으로 칼날을 움직여, 

정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정교하게 잔디를 깎아준다. 

또 최신 센서와 범퍼를 탑재해 나무, 울타리 등 장애물에 다가갈 땐 스스로 속도를 줄인다.


◆ 역할도 제각각인 로봇 제품 봇물..”163조원 로봇 시장을 잡아라”


CES의 로봇 열풍은 이제 시작인 것처럼 보였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올해 CES에서 빔프로젝터 로봇 ‘컴패니언(Companion·동반자)’을 공개했다. 

사람과 대화로 소통이 가능한 AI 기반 자연어 처리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로봇은 와이파이 통신모듈을 탑재하고 있어, 클라우드에 접속하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800만 화소 카메라와 내장된 프로젝터를 통해 원격 학습, 영화 재생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크기는 가정용 믹서기 정도로 높이 485㎜, 무게 3.7 ㎏에 불과하다. 바퀴가 달려 앞뒤로 움직일 수 있다.


일본 파나소닉이 공개한 로봇 컴패니언 /박성우 기자

▲ 일본 파나소닉이 공개한 로봇 컴패니언 /박성우 기자


독일의 전장부품·가전업체 보쉬는 가정용 비서 역할을 하는 ‘큐리(Kuri)’를 선보였다. 

큐리는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음악 재생 등의 간단한 명령을 수행한다. 


보쉬는 또 행사장에서 로봇팔을 이용해 참관객에게 커피를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 로봇팔은 커피잔을 놓치지 않고 

커피를 쏟지 않기 위해 보쉬의 정밀제어 소프트웨어(SW) 알고리즘과 모터 기술을 쓰고 있다. 


독일 보쉬에서 개발한 로봇 큐니. /박성우 기자

▲ 독일 보쉬에서 개발한 로봇 큐니. /박성우 기자


중국 하이얼은 집안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홈 허브 로봇 ‘유봇’을 전시했다. 

가족들의 얼굴을 모두 인식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기도 한다. 집안 내 심부름도 하고 조명, 에어컨 등을 켜고 끌 수 있다. 

낯선 사람이 집안에 침입하면 문자 등으로 가족에게 알린다.


미국 파이브 엘리먼트 로보틱스는 부모가 먼 거리에서도 아이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유모 로봇 ‘5e 낸니봇

(5e NannyBot)’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아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촬영한 비디오 영상을 부모의 스마트폰 등으로 전송해준다. 


스마트홈 벤처기업인 큐조(CUJO)의 로봇은 가정 내 인터넷이 가능한 제품을 모두 연결해 해킹을 막고 악성 코드를 차단한다.

큐조는 가정 내 인터넷 트래픽을 분석한 통계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사용자는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자신의 

인터넷망 상황을 모니터할 수 있다.


네트워크 방화벽 로봇 큐조 /박성우 기자

▲ 네트워크 방화벽 로봇 큐조 /박성우 기자


삼성전자도 내부적으로 로봇 사업을 준비 중인 상태다. 

윤부근 삼성전자 가전사업(CE)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은 로봇 관련 기술을 활용해 공장 자동화 쪽을 준비하고 있다”며 

“고령화가 가속화하면 로봇 사업은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전세계 로봇업계 2017 예측’ 보고서를 발표하고 글로벌 로봇산업 시장이 연평균 17%씩 성장해 

오는 2019년까지 1350억 달러(약 162조8505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IDC는 로봇 산업의 성장 배경으로 

‘서비스용 로봇’ 시장을 주목했다. 


그동안 로봇은 공장 등 제조 현장에서 단순 업무를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이 중심이었다. 

최근에는 AI 기술 발달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용 로봇이 늘고 있다. 

보고서는 미래 기업의 핵심 결정권자로 로봇 담당 최고임원(CRO)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의 발달과 5G(5세대) 통신의 도래로 서비스 로봇 시장이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올해가 패러다임 변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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