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발언대] 한국형 자유학예대학을 설립하자

바람아님 2017. 1. 28. 10:54

(조선일보 2017.01.26 박일우 계명대 타불라라사칼리지 교수)


박일우 계명대 타불라라사칼리지 교수어쩌면 2017년이 고등교육과 대학 구조 개편의 '원년'이 될 것이다. 

학계의 한 영역에서는 고등교육의 혁신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오랫동안 진행돼왔다. 

한국교양교육학회와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 그 중심이다. 

이 두 기관은 이름에서 보듯 교양교육에서 시작해 고등교육 전반의 위기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제대로 된 '자유학예대학(Liberal Arts College)'을 설립하자는 제안이다.


자유학예대학은 고급 연구직과 전문직 엘리트 양성을 위한 학부 완결형 교육 중심 대학을 말한다. 

이 대학은 충실한 기초교육을 바탕으로 전공 수준의 심화 교양교육을 실시한다. 

교육과정은 기초교육으로 비판적 사고와 글쓰기 및 국제어를 배우고, 심화 교양교육으로 인문·사회·자연과학의 교과들을 

균형 배분하고 융합하며, 기본 인성교육으로 자아 탐구부터 글로벌 리더십까지 함양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미국에는 동부를 중심으로 700개 이상의 자유학예대학이 있으며, 유럽 역시 많은 자유학예대학이 있다. 

일본에도 아키타 국제대학을 비롯한 많은 자유학예대학이 있고, 인도·중국·아프리카에서도 국가 및 국제사회 지도자들을 

배출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몇 년 교양교육 전담기구로서 '학부대학'의 설립 혹은 개편이 봇물 터지듯 하고, 

이들이 'Liberal Arts College'를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기존의 대학 편제와 타협한 어정쩡한 형태의 중간 과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부는 인문학을 살리겠다고 각종 대학 재정 지원사업을 통해 많은 재원을 쏟아왔다. 

그러나 적잖은 사업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일회성 혹은 전시용으로 점철되면서 '성과 관리'와 '보고'에 급급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진정한 한국형 자유학예대학 설치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 결과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선순환에 기여할 것이다. 

무엇보다 인문·사회·자연과학은 물론 예술에 이르는 넓은 의미에서의 전통적 인문학자들이 연구·교육의 장에 참여함으로써 

상호 단절된 기초학문 후속 세대를 양성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자유학예대학은 또 한계에 온 일부 대학이 환골탈태하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추가적 큰 비용 없이 교육과정 혁신과 편제 개편만으로도 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