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5.06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
코둘라 톨민 '소피아 코발렙스카야'
"네가 아는 것을 말하고, 네가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을 하라.
그리고, 일어날 일을 일어나게 하라
(Say what you know, do what you must, come what may)."
이 말을 한 것은 소피아 코발렙스카야(1850~1891)라는 러시아인이다.
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최초의 여성, 유럽에서 세 번째로 대학교수가 된 여성.
이 말은, 프랑스 학술원에서 수여하는 영예로운 수학상인 보르댕상(Prix Bordin)에 응모하는 논문을 담은
봉투에 그가 적은 말이다.
학술원은 소피아가 받게 될 상금을 평소의 3000프랑에서 5000프랑으로 올림으로써 그녀의 학술적 성취를 기념했다.
얼마 전 "히든 피겨스"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미국 NASA의 우주 개발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지만
흑인이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망각되었던 세 명의 수학자가 주인공이다.
'감춰진 숫자' 또는 '감춰진 인물'이라고 번역될 영화 제목이, 이들의 행적을 잘 보여준다.
소피아 코발렙스카야는 이 영웅 세 명보다 100여 년 앞서, 여자가 대학에 입학하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던 시기에
유럽을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수학 연구에 매진하다가 40세를 갓 넘겨 사망했다.
'소피아 코발렙스카야 - 불꽃처럼 살다간 러시아 여성 수학자'(시와진실 刊)는 유럽 수학계에 혜성처럼 나타났던
그녀의 삶을 조명한다.
소피아가 목숨을 걸고 추구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소피아 코발렙스카야'
처음에는 여자가 공부한다는 것에 반대해서 소피아를 제자로 받는 것을 거부했다가, 그녀의 수학
능력에 감탄한 뒤로 평생에 걸쳐 그녀의 후원자가 된 바이어슈트라스라는 수학자가 있었다. 소피아를
지지하던 또 한 사람의 남성 수학자였던 미탁-라플레르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사명을 갖고 있지. 여성이라도 가장 엄격하고 추상적인 학문 분야에서 유능한 기량을 발휘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뿐 아니라 이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세상에 행동을 통하여
대학의 강단에도 존경받는 여성 교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 말일세."
필자는 소피아 코발렙스카야의 삶과 성취로부터 깊은 감동을 받았고, 큰 용기를 얻었음을 고백해야겠다.
너라는 존재는 가치 없고 너의 생각은 위험하다고 말하는 세상에 맞서서 떨쳐 일어나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소피아 코발렙스카야는 자신의 짧은 생애를 바쳐 길을 보여준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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