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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중동천일야화] 사우디에 斷交당한 카타르의 두 얼굴

바람아님 2017. 6. 7. 07:46

(조선일보 2017.06.07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카타르, 주변 왕국들엔 눈엣가시

아버지 왕위 찬탈극으로 시작해 아들에겐 일찌감치 양위해버려

경제 키우고 월드컵 유치 성공… 사우디 등 걸프 국왕들과는 불화

중동의 선각자일까, 훼방꾼일까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걸프가 심상찮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7개국이 카타르와 단교를 전격 선언했다. 

카타르 국왕의 이란 옹호 발언 때문이었다. 

카타르 측이 가짜뉴스라고 즉각 반박했음에도 이란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사우디로서는 

용납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형제 국가끼리 웬 단교인가 싶지만 사우디와 카타르의 뿌리 깊은 

상호 불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라비아 반도 6개 왕국(GCC) 중 카타르는 별종이었다. 

특히 맏형을 자임하는 사우디의 눈에는 삐딱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달은 1995년 6월에 났다. 

당시 카타르 왕세자 하마드가 궁정 쿠데타를 일으켜 아버지 칼리파 국왕을 쫓아냈다. 

비슷한 전력이 있는 오만을 제외한 GCC 국가들은 발칵 뒤집혔다. 

감히 아들이 아버지를 어떻게 몰아낼 수 있느냐며 흥분했다. 승계 문제에 민감한 사우디가 앞장서서 비난했다. 

하지만 전방위 압박에도 하마드는 결국 왕위에 올랐다. 

이후 적극적 가스 개발과 경제 개혁을 통해 카타르는 중동에서 일인당 국민소득 최고 국가로 도약했다. 

나아가 하마드 국왕은 4년 전, 서른세 살짜리 젊은 왕자 타밈에게 왕위를 물려주며 젊은 카타르 시대를 선언했다. 

파격적이었다. 선왕이 죽어야만 왕위가 계승되는 노쇠한 이웃 왕국들엔 카타르의 행보가 불편했다.


이제 사우디에 고분고분하던 옛 카타르는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카타르 왕실이 세운 알자지라 방송이 눈엣가시였다. 

알자지라는 영국의 BBC를 지향하며 해외 민완 기자들을 스카우트했고, 보도 금기를 해제했다. 

사우디 등 인근 왕실의 부패와 스캔들이 전파를 탔다. 

속보와 탐사보도로 알자지라는 금세 아랍 최고의 신뢰받는 방송이 되었다. 그러나 구중궁궐에서 약점을 숨겨왔던 

인근 왕정들은 좌불안석이었다. 소유주 카타르 왕실에 대한 불만이 점증한 이유다.


한편 사우디 동쪽에 비쭉 솟아나온 반도국가 카타르는 자신을 마뜩잖아하는 사우디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추구하던 일본처럼 카타르도 걸프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세계를 겨냥하며 각종 행사 유치에 나섰다. 

2006년 아시안게임, 2012년 기후변화당사국회의를 개최했으며, 2022 월드컵을 열게 된다.


카타르의 역내 외교는 종횡무진이었다. 먼저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맺었다. 

이라크 전쟁 당시 반미 감정으로 인해 사우디 다란과 담맘 주둔을 거부당한 미 공군을 자국 우데이드 기지로 받아주었다. 

미 중부군 현지사령부도 유치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도 파격적이랄 만큼 가까웠다. 얼핏 보면 서방 친화적 국가처럼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왕실은 힘의 판도가 이슬람으로 수렴되고 있음에 주목했다. 

향후 위험이 될 이슬람 요소를 근절할 수 없다면 차라리 친구가 되려는 전략으로 나섰다. 

왕실은 이슬람 급진주의 보호를 자임했다. 

이집트 출신 유수프 카라다위 등 급진주의자들의 망명을 받아주었고, 특히 걸프 왕정 타도에 나선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했다. 

인근 왕국들은 카타르에 분노했다. 주변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는 카타르는 역내 급진 세력인 하마스, 헤즈볼라와 탈레반을 

지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에 공공연히 이란의 평화적 핵개발 권리를 지지한다는 발언도 던지곤 했다. 

한마디로 카타르 외교는 튀었다. 여타 GCC 왕국들과는 달리 좌충우돌하면서 다른 길을 걸어왔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돌발 사태가 아니다. 카타르에 대한 사우디의 구원(舊怨)이 반영된 사건이다. 

역내 최대 위협인 이란이 부상하는 마당에 밉상 카타르가 이란을 공개적으로 편들자 손보기에 나선 것이다. 

카타르는 기로에 섰다.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이 고립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요행히 잘 해결된다 해도 카타르의 도발적 외교 전략에 변화가 없는 한, 주변 국가들과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걸프의 반항아 카타르는 시대를 앞서가는 선각자일까? 

아니면 역내 균형과 안정을 해치는 훼방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