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략론이 무성하다. 주된 주제는 북한 핵·미사일, 그리고 한반도 통일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해법 찾기. 동북아 정세가 마치 울돌목 소용돌이처럼 부딪치고 충돌하는 와중에 문재인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이나 또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당부하기 위해서다.
전략은 유연하고 창의적인 상상력을 요구한다. 지정학적 경쟁이 가열되고 있으므로 시간과 공간을 확대한 지정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굳이 극언을 하자면 지난 10년간 한국, 중국, 일본의 국가 운영자들이 보여준 상상력은 복고적이며 결정론적인 것이었다. 21세기적 현상에 19세기적 내지 20세기적 개념과 발상에 의존했다.
중국 시진핑 지도부의 해양 전략에선 알프레드 마한(1840∼1914)의 해양력론이 짙게 묻어나온다. 마한은 미 해군제독이자 지정전략가로 미국은 물론 영국, 일본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 혹자는 중국의 해양 전략을 ‘중화 마하니즘’으로 칭하기도 한다.
그의 해양력 개념은 산업력, 해운력, 식민지 경영으로 구성되는데 일대일로 구상 가운데 바다의 실크로드 구상과 이미지가 중첩된다. 동중국해의 제해권 장악, 남중국해의 중국 내해화, 제1열도선과 제2열도선 사이의 완충지대화를 내용으로 한다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 니콜라스 스파이크만(1893∼1943)이 말한 유라시아 연안지대(Rimland)론을 연상케 한다.
흥미롭게도 일본 아베 정권의 상상력은 거울로 본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서태평양·인도양 제해권 유지 주장은 마한과 할포드 매킨더(1861∼1947)에 의거한다. 아베 총리의 책사 야치 쇼타로 NSC 사무국장은 말한다.
“마한이 제기한 해양 강국과 대륙 강국이라는 오래된 사고가 있다. 미국은 해양 강국이며 중국은 대륙 강국이다. 헌데 대륙 강국인 중국이 해양 강국이 되고자 급속한 해군력 증강과 행동범위 확대를 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경우는 대개 기존 해양 강국과의 분쟁을 초래한다. 한편 일본은 철두철미 해양 강국이다. 또 하나는 매킨더와 스파이크만이 말한 중심과 주변, 하트랜드와 림랜드라는 사고방식이 있다. 하트랜드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발상인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민주적 체제의 림랜드 국가들이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말할 나위 없이 림랜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도 1세기 전에 감염된 사고의 틀에 갇혀 있다. 지정학자 지상현은 이렇게 말한다.
“한반도의 운명이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팽창과 수축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는 반도숙명론은 우리나라 지정학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한반도의 운명이 외부 세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은 반도적 위치가 가질 수밖에 없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며, 따라서 한반도의 생존 전략은 외부와의 관계 설정으로 정해진다는 지정학적 논리는 국가 경영의 논리로 자리 잡아 왔다. 또한 이러한 주장은 문화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어 대륙과 해양에 ‘끼인’ 반도의 위치를 부정적이고 수동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단순화시킨 감이 없지 않지만 우리의 과제는 분명하다. 우선 반도숙명론부터 넘어서야 한다. 반도숙명론은 지리결정론과 약소국 의식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16세기 임진왜란, 19세기 말 청일전쟁, 20세기 초 러일전쟁, 20세기 중반후의 6·25와 냉전 같은 역사적 경험이 현재로 소환되어 논리에 갑옷을 입힌다. 이래서는 지리 결정론과 강대국 결정론의 조합에 감당할 수 없다. 6·10민주화항쟁처럼 강대국 간 지정학 게임을 거부하고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꿈꾸어야 할 때인 듯싶다.
서승원 (고려대 교수·글로벌일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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