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6.14 정녹용 논설위원)
작년 8월 스웨덴 아이다 하드지알릭 고등교육부 장관은 저녁 자리에서 와인 두 잔을 마신 후 귀갓길에
운전대를 잡았다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29세 최연소 장관이었던 그가 적발됐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2%였다.
하드지알릭은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고 했다.
▶우리나라 음주 단속의 기원은 일제 때인 1914년 만들어진 '마차 취체(取締·단속) 규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4조에 '마부 등은 만취해 영업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듬해 '자동차 취체 규칙'에서부터 자동차 음주운전을 금했다.
지금처럼 경찰이 음주운전을 단속한 건 1962년부터다.
음주단속 기준(면허 정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이었다.
55년째 그대로인 이 기준을 정부가 지난 4월 0.03% 이상으로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0.03%는 보통 성인 남성이 소주 1~2잔을 마셨을 때 나오는 수치다.
▶새 정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문제가 시끄럽다.
조 후보자는 대학교수 신분으로 2007년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인 0.1%를 넘었다.
장관 후보에 하필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사람을 고른 것부터가 문제지만 그 뒤 청와대나 본인의 해명이 더 기름을 부었다.
청와대는 "(조 후보자 음주운전이) 사고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당시 '고려대 출교 사건'과 관련해 학생들을 위로하는 과정에서 술을 마셨다"고 했다.
▶요즘은 일반 시민도 웬만큼 간 크지 않아서는 음주운전 할 생각을 못한다.
다른 사람에게까지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서다.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다.
2015년 '공무원 징계령 시행 규칙' 개정으로 공무원은 단 한 번의 음주운전으로 '정직(停職)'이란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두 번이면 '정직' 또는 '해임', 세 번째는 '해임' 또는 '파면'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사고만 나지 않으면 음주운전을 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학생들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였으면 음주운전도 용서가 된다는 얘기인가.
▶조 후보자 인사 검증을 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작년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의 음주운전 이력이 문제 됐을 때
한 말이 있다. "미국 같으면 애초 청문회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도 "범죄 행위"라고 했다.
어떻게 된 게 이 정부는 도처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투성이다.
무리를 해가며 장관을 시켜야 할 무슨 속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민심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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