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포럼>佛사회당 붕괴 根因은 성장 없는 분배

바람아님 2017. 6. 14. 10:52
문화일보 2017.06.13. 12:10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정치학


하늘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1969년 프랑수아 미테랑이 창당한 사회당은 공화당과 함께 프랑스 정치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였다. 그랬던 프랑스 사회당이 완전히 몰락했다.


11일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결과는 사회당의 완전한 ‘추락’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압승’으로 요약된다. 출구조사를 바탕으로 한 현지 언론의 전망에 따르면, 사회당은 18일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현재의 277석 가운데 15석 정도만 지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 의석이 전혀 없는 마크롱의 신당과 동맹인 모뎀(민주운동)은 전체 의석 577석 가운데 최대 440석까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전망이 결선투표에서 그대로 현실로 나타난다면, 사회당은 48년 역사상 가장 비참한 패배(敗北)를 겪으며 군소 정당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제 사회당은 존립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봉착했다. 사회당의 출구조사 득표율은 좌파 경쟁자인 극좌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보다도 낮은 5위에 머물러 좌파의 대표성도 상실했다.

사회당의 몰락은 앞서 올랑드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일찌감치 예견됐다. 만성적인 경기침체와 10% 안팎의 높은 실업률, 25%에 육박한 청년층 실업률, 정부 주도 노동개혁에 대한 반발 등 계속된 악재로 올랑드의 임기 말 지지율은 4%까지 곤두박질쳤다.


부유세 도입 등 극좌적 공약들로 경기침체의 늪에 더욱 깊이 빠져들면서 중도적 지지자들은 대거 마크롱의 신당으로 몰려갔고, 뒤늦게 우파적 정책으로 선회하자 실망한 좌파 지지자들은 선명한 좌파 노선을 고수한 사회당 출신 장뤼크 멜랑숑의 프랑스 앵수미즈로 이탈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프랑스를 강타한 연쇄 테러로 안보 책임론까지 제기되면서 올랑드 정권의 지지율은 바닥을 쳤다. 올랑드는 결국 프랑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연임에 도전하지도 못했다.

사회당의 몰락과 마크롱 신당의 급부상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첫째, 정치의 과제는 역시 국리민복(國利民福)의 증진이다. 프랑스의 사회당처럼 민생의 개선과 안전의 보장에 실패하는 정당은 한때 아무리 지지가 강고해 보이더라도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둘째, 몫 나누기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를 뒷받침할 몫 키우기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성장 없는 분배는 결국 정치적으로도 실패한다. 마크롱과 그의 신당에 대한 지지에서 나타나듯이, 선심성 퍼주기 정책은 일시적으로는 ‘좋은 정치’일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나쁜 경제’라는 것을 유권자들도 안다.


셋째, 우리에게도 이제 특정 정당(政黨)에 고정된 지지층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른바 보수 정당이 특히 유념할 사항이다. 과거 90% 이상의 유권자들은 지지가 특정 정당에 고정돼 있었다. 하지만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과거에 지지하던 정당과 다른 정당에 투표한 유권자가 특히 보수층 사이에서 크게 늘었다. 많은 유권자가 정당의 봉인에서 해제된 이상 정당이 당연시할 수 있는 ‘포획된 시장’은 거의 사라졌다.


넷째, 일시적으로 어렵다고 정체성을 포기하는 정당은 더욱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랑드의 사회당이 붕괴한 근인(根因)은 좌로 갔다 우로 갔다 하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이유에서 지지자들이 이탈한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