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09.19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과 교수)
불과 수백 만년 전 우리의 조상들은 맹수들의 사냥감이었다. 날카로운 이빨도, 두꺼운 가죽도,
날개도 없는 우리. 간혹 발견된 고대 원시인들의 해골에선 두개골을 뚫은 구멍 2개를 발견할 수 있다.
구멍의 간격은 맹수의 송곳니들 간격과 정확히 일치한다.
먼 과거 우리들의 조상은 맹수들의 ‘브런치’였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사냥하던 맹수들의 후손은 동물원 구경감이 되었고, 그들의 사냥감이던 우리는
도시와 문명과 무기를 개발했다. 털이 짧은 원숭이에 불과하던 인간은 어떻게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인가?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교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그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우리 인간만의 창의성(정신병?)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금 이 순간 눈에 보이거나 과거에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은 경험하지 않은, 아니 경험할 수도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
언어와 종교와 도시와 기술.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인간만의 결과물들이다.
작년 출간되어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사피엔스》. 하라리는 이미 인간의 그 다음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히브리어로 2015년 출간된 《호모 데우스(Homo Deus)》. 영국에서는 2016년 9월, 그리고 미국과 독일에서는
2017년 2월 출간 예정이다.
다행히 영문 버전이 얼마 전부터 전자책으로 나와 최근 《호모 데우스》를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
“역시 하라리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나게 하는 책이었다.
《사피엔스》가 인류의 과거를 설명했다면, 《호모 데우스》는 우리의 미래를 소개한다.
유전공학, 인공지능, 가상현실.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은 드디어 인류가 세상을 지배하게 해준 도구에서 벗어나,
우리 인간의 정체성 그 자체를 바꾸어 놓고 있다.
기계와 융합된 인간. 영원히 살 수 있는 인간. 정신과 자아를 복사할 수 있는 인간.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키고 있는 인간.
맹수에게 쫓기던 나약한 동물에 불과하던 우리는 그야말로 전능한 신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식의 북스토리]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신이 되어 버린 인간의 새 종교는 '데이터교'](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09/12/2016091201007_1.jpg)
그렇다면 우리는 더 이상 ‘현명한 인간’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호모 데우스,
즉 ‘신 같은 인간’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신이 되어버린 인간. 새로운 신은 새로운 종교를 탄생시킨다.
그렇다면 호모 데우스의 종교는 무엇일까?
하라리는 무한의 데이터가 무한의 믿음을 가져다 줄 ‘데이터교’(Dataism)라고
주장한다.
세상과 자신의 미래를 제어할 수 있는 전능한 호모 데우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왜 살아야 하고,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모른다.
우주 최고의 힘을 가졌지만, 어디에 써야 하는지 모르는 신.
왜 존재해야 하는지 모르는 신. 그보다 더 위험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호모 데우스(Homo Deus)》, Harvill Secker,
2016년 9월 (영국), 2017년 2월 (미국, 독일) 출간 예정
"기술에 마음 뺏기면 유튜브에서 개고양이만 보게 될 것" 유발 하라리 (조선비즈 2017.07.14 김지수 기자) 41세 젊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도발적 상상력 ‘호모데우스' 방대한 지식은 하루 2시간 명상을 통한 집중력 덕분, 1년에 2개월은 디지털 디톡스 생명공학과 인공지능 덕분에, 인간은 신으로 업그레이드 생물학적 계급 탄생하면, 미래는 가장 가혹한 불평등 사회될 것 ▲ 지식계의 슈퍼스타 유발 하라리 교수(41세). 13일 오전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만난 그는 4차 산업 혁명, 종교의 미래와 인류의 행복에 관해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방한에 맞춰 2008년 작인 '극한의 경험'도 번역돼 나왔다. 유발 하라리가 방한했다. 그의 전작인 ‘사피엔스’는 국내 출간 후 알파고 국면과 맞물려 39만 부가 판매됐고, ‘호모 데우스’도 출간 2개월만에 9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라 있다. 과거를 들여다보는 역사학자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미래학자로 학문의 경지를 확장하고 있지만, 그 자신, “나는 미래 학자가 아니다. 한가지 사실로 여러 미래를 예상해볼 뿐"이라고 답했다. 유발하라리는 1976년생, 올해 나이 41세의 젊은 학자로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출생해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다. 기독교 성지에서 살고 가르치지만, 그가 던지는 주제는 ‘인간이 신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유럽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전지적인 태도와 상상력으로 ‘개미'와 ‘신'이라는 소설을 집필해, 인기를 끌었다. 유발 하라리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닮았다. 둘다 스킨 헤드에 명상으로 집중력과 상상력을 끌어올린다. 용량을 가늠할 수 없는 아름다운 ‘뇌’로, ‘신’이라는 인식의 단계에 도전하는 이 야심에 찬 ‘미래 역사가’는 마치 헬레니즘 시대의 소피스트 같았다. 다음은 유발 하라리와의 일문일답이다. -당신의 책 ‘호모데우스’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내 첫 책 ‘사피엔스'는 석기 시대부터 실리콘 밸리 시대의 역사를 살피면서, 동아프리카에서 나온 인류라는 평범한 종이 어떻게 지구의 정복자가 되었나를 살폈다. 두 번째 책 ‘호모 데우스'는 지배자 인류가 어떻게 스스로를 신적인 지위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는가를 다루고 있다. 라틴어로 호모는 사람, 데우스는 신이다. 여기서 인간이 신이 된다는 것은 은유가 아니다. 문자 그대로 신이 된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신만이 가진 생명 창조와 파괴의 능력을 인간이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생명 공학이라는 기술, 이 엄청난 힘을 얻게 된 인간이 이 기술로 어떤 삶을 갖게 될까? 어떤 결과가 기다릴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수십 억의 사람을 실직으로 내몰고, 쓸모없는 계급을 탄생시킬 거라는 건 예측할 수 있다. AI는 독재 정권을 출현시킬 수도 있고, 개인은 자신의 선택권보다 데이터 알고리즘의 통제를 더 신뢰하게 될 수도 있다. 생명공학은 경제적 불평등 계급보다 더 비참한 방법으로 생물학적 불평등 계급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역사상 인간이 만든 사회 중 가장 불평등한 사회를 창조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4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며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답이 없다. 역사상 인류는 가장 많이 알고 있지만, 예측은 더욱 힘들어졌다. 혼돈, 변화,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보나 기술을 습득하기보다, 균형이나 유연성을 훈련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이제는 결혼이나 투표도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세상이다. 이런 식이라면 인간이 선택권을 AI에게 완전히 넘겨버리기 전에 적당한 규제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규제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것을 시장이나 기업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대중이 함께 접근해야 한다. AI에 대한 접근은 무지나 공포가 아니라 이해에 기반해야 한다. 좋은 규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중이 신기술을 이해하고, 산업계와 함께 협력에서 방안을 끌어내야 한다.” ▲ 그는 신작 ‘호모 데우스'에서 생명공학의 힘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소수 엘리트가 생물학적으로 차별화된 계급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기술에 통제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목적 달성을 위해 부차적으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만, 사용 목적 자체를 기술에 명령받는 건 안 될 일이다. 그러려면 항상 물어야 한다.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내가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기술이 우리 생을 납치하면, 우리는 기술의 노예가 된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도 내가 사용 목적을 정확히 인지하면 원하는 정보만 얻고 나올 수 있다. 그게 불분명하면 페이스북이나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보여주는 개 고양이 사진만 보다 몇 시간이 훌쩍 간다. 기술이 우리 마음을 통제하는 쉬운 예다.”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과장되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의 발전 속도와 비교하면 우려가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현실성 없는 우려도 있지만, 정작 우려해야 할 것에 대해서 태평인 경우도 있다. 가령 SF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똑똑한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가설은 지능과 의식을 혼동해서 일어난다. 우리가 개발한 것은 문제 해결 능력 중 지능에 관한 것이다. 고통이나 쾌락을 느끼는 감정과 의식 부분은 인공 지능에서 전혀 개발되지 않았다. 로봇 반란은 근거가 없지만, 다른 가능성은 있다. AI는 인류 소수에게는 힘을 주지만, 다수에게는 힘을 뺏을 수 있다. 가령 섬유 노동이나 통역, 기자라는 직업은 컴퓨터가 감정 없이도 처리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직업은 대체할 수 있고 확실히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 -4차산업 혁명이 실체 없는 과장된 수사학이라는 의견도 있다. “인공지능과 생명 공학이 합쳐져서 충분히 19세기 산업혁명과 같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 전반이 바뀔 확률이 높다. 산업혁명 당시에 뒤처졌던 중국, 한국 등이 산업강대국들에 침략당했던 역사를 상기해 보라. 4차산업 혁명은 충분히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한다. 21세기 시장 경제가 왜 위험한가? 경제시스템에서 대중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노동하고 전쟁할 대중이 필요했기에 정부는 교육, 의료, 보건, 복지를 제공했지만, 21세기는 생산도 전쟁도 로봇이나 드론이 그것을 대체할 수 있다. 21세기 엘리트들은 대중을 위해 의료나 복지에 투자할 필요가 없어진다. 소수 엘리트 자본가의 힘을 통제하는 것은 인류의 중요한 숙제다.” -AI가 잉여계급을 만들 거라고 했는데, 최근에 핀란드의 기본 소득이 그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나왔다. 기본 소득이 해답이 될 거라고 보나? “흥미롭고 잠재력이 있는 대안이지만, 그 실험이 해답이 되기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AI는 대규모 실직과 경제 위기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지만, 그 위기의 양상은 나라마다 다르다. 과테말라와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날 문제와 핀란드나 한국에서 일어날 문제가 다 다르다는 거다.” -종교는 많은 부분에서 힘을 잃고 있지만, 종교적 갈등으로 인한 테러리즘은 왜 늘고 있나? “테러리즘은 상상력 때문에 나온다. 그 힘에 대해 우리가 과잉반응하고 있다. 미국, 영국, 중국, 한국에선 테러보다 땅콩 알러지나 추락으로 죽은 사람이 더 많다. 한편으로는 알카예다나 IS보다 맥도날드나 코카콜라가 더 위협적이다. 그것 때문에 죽는 사람이 더 많다. 테러리즘은 인간의 상상력을 나쁜 방식으로 사용해서 더 힘을 얻는 방식이다.” ▲ 13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유발 하라리. -점점 더 기술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작은 성취의 기쁨들을 앗아간다면, 우리 인간은 과연 어디서 기쁨을 누리고 행복을 찾아야 할까도 고민이다. “우리가 석기 시대 인간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나? 행복은 어려운 문제다. 인류가 한 번도 해결해보지 못한 문제다. 역사상 인류는 새로운 기술과 행정과 제도로 힘을 얻었지만, 그 힘을 행복으로 바꾸는 방법에는 답을 얻지 못했다.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비참하게 하는지, 그 깊은 근원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배고픔도 질병도 없고 돈도 많은 사람이 불행한 삶을 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한국도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그만큼 자살률도 높고 스트레스 지수도 심각하다. AI가 수많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인간의 행복은 별개의 문제인 듯하다.” -방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데, 독서법이 궁금하다. “통상적으로 학자는 특정 분야를 깊게 파고든다. 나는 유럽 중세사에서 군사학과 역사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어떻게 메인 시스템이 되었나?’ 등등의 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더 광범위한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게 광범위한 지식의 팩트나 디테일을 점검하다 보면, 애초에 구상하던 큰 그림을 못 보고 정보의 바다에 빠져 익사하기 쉽다. 그래서 나는 매일 하루 2시간 명상을 한다. 명상을 통한 집중과 정신적 균형이 없었다면 ‘사피엔스'도 ‘호모데우스'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옥스퍼드에서 공부할 때부터 명상을 해왔다. 그리고 1년에 두 달은 디지털 디톡스 시간을 갖고 있다. 올해는 45일 디지털 디톡스를 했고, 60일을 채우는 게 목표다.” -다음 책은 계획하고 있나? “‘사피엔스'가 과거를 ‘호모 데우스'가 미래를 다뤘다. 다음엔 현재에 대한 책을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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