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직무보다는 태도에 기인
뜻밖의 권위주의적 태도 탓에 마크롱 지지율은 급전직하
결승점에서 누가 웃을지는 아직 아무도 몰라
집권 4개월 차를 맞은 두 사람의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문 대통령은 70~80%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마크롱의 지지율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취임 100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36%까지 떨어졌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가장 인기가 없었던 전임자, 프랑수아 올랑드의 취임 100일 때 지지율보다도 10%포인트가 낮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게 확실한 도널드 트럼프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두 집권 동기 중 문재인의 초반 선전이 돋보인다.
문 대통령의 별명은 ‘이니’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붙인 애칭이다. 지지자들은 “우리 이니, 우리 이니…” 하며 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표시하고 있다. 대통령이 되기 전 마크롱의 별명은 ‘슈슈(chouchou)’였다. 선생님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학생이 슈슈다. 영어로는 ‘티처스 펫(teacher’s pet)’이다. 스물네 살 연상의 선생님과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했으니 더 나은 별명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취임 후 ‘쥐피테르(Jupiter)’로 별명이 바뀌었다. 로마신화 속 주피터는 모든 신과 인간 위에 군림하는 신 중의 신, 최고의 신이다. 의외로 권위적인 마크롱의 행태에 놀라 프랑스 언론이 붙인 별명이다.
실추된 대통령의 권위와 위엄은 대통령다운 언행과 책임감으로 되살아나는 것이지 유치한 권위주의로 복원되는 게 아니다. 마크롱은 올해 말이 돼야 비로소 불혹(不惑)의 40대에 들어선다. 미숙함을 연상시키는 자기 나이에 대한 콤플렉스가 마크롱을 ‘쥐피테르’로 만드는 요인일지 모른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당 부분 탈(脫)권위적 행보 덕분이다. 그는 국민의 눈높이로 자신을 낮추고, 국민과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보여 왔다. 국민의 아픔을 달래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책에 대해서는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탈권위적 태도에는 누구도 시비를 걸기 어렵다. ‘이니’ 문재인과 ‘쥐피테르’ 마크롱의 차이다.
아무리 소통을 잘하고 겸손한 태도를 보여도 일에서 성과가 없으면 별 의미가 없다. 민생과 안보에서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초심을 잃어서도 안 된다. 야당의 견제와 언론의 비판에 짜증을 내기 시작하면 그걸로 게임 끝이다. 오만과 독선은 금물이다. 의석 구도에서 문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불리한 조건이지만 마크롱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42.195㎞ 마라톤으로 치면 이제 겨우 2.5㎞를 갔을 뿐이다.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페이스 조절을 잘해야 한다. 결승점에서 누가 웃을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배명복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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