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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초밥'의 혁신

바람아님 2017. 10. 24. 09:51

(조선일보 2017.10.24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전 주일대사관 1등서기관·'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저자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전 주일대사관 1등서기관·'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저자


접시에 담긴 초밥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빙글빙글 도는 가게를 '회전초밥집'이라고 한다. 

회전초밥 1호점은 1958년 오사카에서 창업한 '마와루겐로쿠스시(廻る元祿寿司)'이다. 

1948년 시라이시 요시아키(白石義明)라는 요리사가 맥주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보고 초밥집에 

비슷한 장비를 설치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10년에 걸쳐 선회형 식사대(旋回型食事台)로 

명명한 회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특허를 낸 것이 출발점이었다.


오픈 이후 큰 관심을 끌지 못하던 회전초밥은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일대 전기를 맞이한다. 

오사카 박람회는 인간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꿀 오토메이션 시스템(전기자동차, 무인 모노레일, 무빙워크 등)이 주제였는데, 

박람회장 한쪽에 자리한 회전초밥집이 과학기술과 융합한 초밥집의 가까운 미래상으로 각종 언론에 소개되면서 

대히트를 한 것이다. 1974년에는 여세를 몰아 해외 1호점이 뉴욕에 출점하였고,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들의 

기호와 맞아떨어져 큰 인기를 모으면서 미국에 초밥을 널리 보급시키는 데 큰 몫을 하였다.


회전초밥 등장 이후 초밥산업은 큰 변화를 겪었다. 자동화된 회전초밥집이 확산되면서 초밥 기능인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회전초밥의 확산에도, 만드는 이와 교감을 나누며 즐기는 고급 초밥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초밥의 대중화로 소비층이 늘고 시장이 확대되면서 숙련된 기능인들의 취업 기회가 늘고 

사회적 대우가 높아졌다. 초밥 기능인들이 기계와 차별화된 인간미와 기예(技藝)가 담긴 초밥 만들기에 정진하여 

초밥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자극이 된 측면도 있다.


[일사일언] '초밥'의 혁신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등의 신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에 대한 개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현시점에서 참고할 만한 일본발 외식산업의 혁신 사례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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