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中의 ‘사드 봉합’ 대차대조표
보복 장기화 땐 自國 피해 확산
한국경제 다변화로 영향력 감퇴
‘3不 합의’로 中 전략 이익 챙겨
어떤 약속도 한미동맹 대체 못해
순진한 낙관론은 安保 최대 위협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만났다. 문 대통령은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며 ‘한·중 간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길 희망했고, 시 주석은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 발전의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이라고 응답했다. 문 대통령의 12월 중국 방문이 합의됐고, 시 주석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이 거론됐다. 양국 간의 사드(THAAD)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한·중 관계 개선과 관련한 양국 간 협의 결과’가 지난달 말에 발표된 이후 관계 개선이 급진전되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그리고 중국의 경제 보복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한·중 관계 복원이 긴요하다. 그러면 한·중 관계 복원을 통해 중국은 무얼 노리고 있을까. 우선, 경제적 손익을 중국 입장에서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한류(韓流) 상품의 중국 진출을 막고 중국 관광객의 한국 여행을 막아 우리에게 손해를 입혔지만, 중국의 관련 업계도 타격을 받았다. 우리 기업들에 대한 제재로 중국 철수나 대중(對中) 투자 감축을 결정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도 중국에 손해다. 중국의 경제 보복에 맞선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시장 다변화 노력은 중국의 우리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초래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국제적 비난거리가 된 것도 다자적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시 주석에겐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경제적 손익계산 외에 중국은 고도의 전략적 계산을 바탕으로 한·중 관계 복원을 진전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선,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의 전말이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 반입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심각히 침해한다’며 이를 ‘격렬히 반대’했다. 중국이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사드 레이더가 중국의 내부 깊숙이까지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잠재적으로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주한미군의 방어 능력을 강화하고,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될 수 있다는 계산으로 사드 배치를 우려했던 것이다.
이는 곧 사드 갈등의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 우리나라의 이른바 ‘3불(不) 약속’으로 드러났다.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 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국의 약속으로 중국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우려를 대부분 해소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사드 보복을 통해 대한민국의 군사안보전략에 제약을 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다음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라는 중국의 입장이다. 중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의 위협 때문이라며, 미국이 북한과 협상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중국이 들고나온 방안이 곧 ‘쌍중단(雙中斷)’이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는 대가로 한·미 양국군은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이 이미 개발한 핵과 미사일을 폐기하는 대가로는 무엇이 요구될까. 아마도 평화협정을 통한 주한미군 철수나 지위 변경이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주고받기 협상의 정당성이나 형평성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지렛대로 주한미군을 약화 또는 철수시켜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려는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스스로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만들기보다는 미국의 동북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위한 전략적 카드로 이를 활용하고 싶어 한다. 한·중 관계 복원이 중국의 이런 노림수에 말려들어 우리의 안보를 타협하는 결과를 초래해선 결코 안 된다.
청와대의 설명대로 한·중 관계 복원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려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중국의 대북 제재와 압박이 강력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북한이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에 나오는 것만으로 대북 제재와 압박이 약해져선 안 된다.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협력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을 지렛대로 주한미군의 약화 또는 철수를 노리는 중국의 전략도 경계해야 한다. 북한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이 계속되는 한 중국의 어떤 달콤한 약속도 주한미군을 대신할 수 없다. 순진한 낙관론이 자칫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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