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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美北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읽는 《공산주의자는 어떻게 협상하는가》

바람아님 2018. 5. 6. 10:33

(월간조선 5월호 2018년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진실왜곡·지연전술·검증회피… 힘을 사용하면서 일방적 양보 말아야


공산주의자들의 협상 전술
1. 세심한 장소 설정
2. 知的 능력 우수한 협상팀 구성
3. 원하는 결론이 숨어 있는 ‘속임수 의제’로 유리한 고지 선점
4. 협상의 유리한 진행과 선전을 위한 사건 만들기
5. 지연전술 쓰면서 상대방의 조급증·인도주의 악용
6. 약속 적게 하고 검증 회피
7. 거부권 확보해 실효성 있는 검증 거부
8. 非본질적인 ‘가짜 쟁점’으로 거래하기
9. 진실 왜곡
10. 상대가 양보하면 더 많은 것을 요구
11. 불리한 합의 내용은 입맛대로 해석해 부인
12. 같은 요구 반복해 지치게 만들기


정전협상장의 공산 측과 유엔군 측. 조이 제독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산주의자는 어떻게 협상하는가》를 썼다.


  4월 27일로 예정된 남북(南北)정상회담, 5~6월 중으로 예정된 미북(美北)정상회담을 앞두고 생각나는 책이 하나 있다.

C.터너 조이(C. Turner Joy・1895~1956) 제독의 《공산주의자는 어떻게 협상하는가?(How communists negotiate)》가

그 책이다. 조이 제독은 1951년 7월부터 1952년 5월까지 한국전쟁 정전(停戰)협상 초대(初代) 유엔군 측 수석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이 정전협상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공산주의자들과 본격적으로 협상을 벌인 첫 번째 경험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미국은 독일문제, 혹은 한반도 신탁통치 문제와 관련해 소련과 협상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이러한 협상들은 기본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연합국 내에서 전후(戰後) 처리를 두고 이견(異見)을 조율한다는 성격이

강했다. 한국전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내연(內燃)해 오던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 간의 갈등이 열전(熱戰)으로 비화(飛火)된

것이었다. 정전협상은 표면적으로는 유엔군사령부와 조선인민군-중국인민지원군이라는 두 교전(交戰) 집단이 전투를

중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정전협상장은 양측이 냉전(冷戰)의 양대 축(軸)이던 미국과 소련의 정당성과

위신을 걸고 대리전(代理戰)을 벌이는 장소였다.
 
  수석대표인 조이 중장을 비롯한 유엔군 대표단은 정치적 문제들을 별로 다루어 본 적이 없는, 글자 그대로 ‘군인(軍人)’이었다.

반면에 공산 측 대표단의 북한의 남일(南日)과 이상조(李相朝), 중공군의 덩화(鄧華), 셰팡(解方) 등은 모두 고도의 정치훈련을

받고, 정치적 업무에 종사해 본 적이 있는 투철한 공산주의 혁명가들이었다.

미국의 조이 제독을 수석대표로 삼은 유엔군 측과는 달리, 공산 측은 북한의 남일을 수석대표로 내세웠는데, ‘정치선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유엔군 측은 여기서부터 지고 들어갔던 셈이다.
 
  조이 제독은 휴전선 및 비무장지대의 설정, 정전협정 이행의 감시·감독, 포로송환 등의 쟁점(爭點)을 가지고 10개월 동안

공산 측과 치열하게 싸웠다.

《공산주의자는 어떻게 협상하는가?》는 바로 그 분투(奮鬪)의 기록이다.

조이 제독은 이 책에서 장(章)마다 공산주의자들의 협상 방식을 개괄하고, 자신이 경험한 실제 사례를 제시했다.

조이 제독은 이 책의 말미에서 “한국전 정전의 중요성에 대한 역사의 궁극적인 판단이여하하든 간에 현재의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사람들은 그것으로부터 관련된 교훈 몇 가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고통스럽게 얻은 경험을 마음속에

잘 기억해 둔다면, 자유세계와 독재세계 사이의 차후 협상 시, 미숙한 협상 노력 때문에 소리도 없이 초래되는 재앙으로부터

우리 모두가 구원받을 것”이라고 했다.
 

1951년 7월 19일 개성 정전회담에 참석했던 조이 제독(왼쪽), 호데스 소장(가운데), 버크 제독(오른쪽).


  실제로 이 책을 읽다 보면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여러 차례의 남북회담, 제1차 북핵(北核)위기 이후 제네바합의와

 6자회담에서의 여러 장면이 그림처럼 떠오른다. 북한과 중국은 근 70년 전 한국전 정전협상 당시의 협상기법들을 그대로,

아니 더 정교하게 진화시켜 활용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인다. 반면에 한국과 미국은 여전히 아마추어적이고, 서두르고,

공산주의자들의 농간에 말려들어 대가 없이 양보하고, 자기만족에 빠지곤 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우(愚)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북한과의 협상장에 나가는 이들이 반드시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이 책에는 공산주의자들의 회담장소 선정, 대표단 구성 방식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그들이 사용하는 지연전술,

거짓말, 합의 번복, 검증 거부 등에 대한 생생한 경고가 가득하다. 이러한 경고들은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에서

종전(終戰)선언과 평화체제 수립, 비핵화(非核化) 등의 문제를 다루는 데 유용할 것이다.

물론 회담장에 나가기도 전부터 기꺼이 양보할 궁리만 하는 이들은 이 책에 관심이 없겠지만….
 
  북한과의 회담에 나가지 않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유용하다.

남북 간, 미북간 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북한의 말과 행태, 그리고 회담의 결과물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자는 어떻게 협상하는가?》의 내용을 발췌해서 소개한다.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서 낸 2003년 번역본(김홍렬 전 해군참모총장 번역)을 사용했다.

제목은 저자가 사용한 것이지만 부제(副題)는 편집자가 붙인 것임을 밝혀둔다.
  

  
  1. 무대 설정
  교섭이 진행될 장소의 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한다

 
  •공산주의자들은 엉겁결에 회의에 참여하거나 황급하게 협상에 들어가는 일이 없다.

먼저 그들은 주의 깊게 무대를 설정한다.

체면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리고 유리한 현장 환경을 만들어서 실리를 챙기기 위하여,

교섭이 진행될 장소의 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한다.
 
  •(공산주의자들이 협상장소로 제안한) 개성은 중공 측의 통제하에 있었기 때문에 유엔군사령부 대표들이 개성으로 간다는

것은 공산 측을 중간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유엔군사령부가 휴전이 필요한 입장이기 때문에 정전협정을 요청하기 위하여

공산 측의 거점에 굽신거리며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대표단들의 첫 번째 회의에서 나는 회의 테이블에 앉았는데 내 모습은 거의 안 보일 정도로 침몰한 상태였다.

공산 측은 보통 의자보다 상당히 낮은 의자를 나에게 제공하였던 것이다. 테이블 건너편에 있는 공산 측 대표단장 남일 장군은

나의 완전히 축소된 모습 위로 1피트는 족히 솟아올라 있었다.

땅딸막한 남일에게는 보통보다 4인치 정도 높은 의자를 주었던 것이다.
 
  이러한 계략은 하나하나 분리해서 생각해 보면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략들이 수없이 쌓이게 되면 실질적인 선전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슬프게도, 공산 측에 유리한 무대설정이 모두 그들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도 이야기해야겠다.

미국 정부의 어떤 행동들은 공산 측의 무대 설정을 의도적으로 도와주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부지불식간에 그렇게 된

경우들이 있었다. 휴전을 몹시 원했던 것은 유엔군사령부가 아니라 공산 측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조급하게도 휴전회담을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내용을 먼저 방송하였다.

유명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공산 측에 대하여 더욱 강력한 군사작전을 취할 것을 주장한 후에 그를 강제소환한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2. 공산 측 대표단
  평판·계급·직책보다 지적(知的) 능력이 우선
 

1951년 7월 개성 정전회담장에 나온 공산군 측 대표들. 오른쪽부터 중공군의 셰팡, 덩화, 수석대표 북한군 남일, 이상조, 장평산.


  •공산주의자들의 협상 시스템은 협상에 관련된 개개인들에게 결정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들의 방식은 대표 요원 모두가 노예와 같이 교리에 맹종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회담이 오랫동안 연장되는 경우에는 교리가 완벽하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그렇게 되면 참석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창의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공산주의자들은 협상팀을 대단히 주의 깊게 선발한다.

대표단 요원 선정시 지적(知的) 능력이 첫 번째 고려 요소이며, 평판, 계급 및 직책은 두 번째 고려 요소이다.

지구력(持久力) 그리고 논리성에 대항하는 냉철한 처신이 정전회담 대표단의 가장 중요한 특성처럼 보였다.
 
 
  3. 속임수가 숨어 있는 의제
  자기들이 원하는 결론이 숨어 있는 의제로 유리한 고지 선점

 
  •자기들 좋은 대로 무대 설정을 하고 나면 공산주의자들은 그들의 협상방법 두 번째 원칙을 적용해 나간다.

그들은 자기들의 기본 목적에 유리한 결론들로 구성된 의제를 찾는다.

논리성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볼 때에 의제란 토의제목들을 나열해 놓은 것이며 의제의 결론에 관한 합의 도출은

나중에 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야구경기를 하려고 준비회의를 가지는 경우 미국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의제를 채택할 것이다.
 
  ① 경기 장소
  ② 경기 시작 시각
  ③ 심판 선정
 
  그러나 공산주의자들은 이러한 식으로 의제를 제기할 것이다.
 
  ① 경기 장소를 상하이로 하는 데 합의
  ② 경기는 야간에 할 것으로 합의
  ③ 심판은 중국 관리들로 할 것으로 합의
 
  이렇게 해서 그들은 협상 상대방을 처음부터 수세(守勢)의 위치로 몰아넣으려고 한다.

그들이 조작해 놓은 의제를 상대방이 부주의하게도 수락하게 되면 공산주의자들은 이제 남아 있는 문제는 단지 이러한

것들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경기가 있게 될 장소는 정확히 상하이의 어느 곳으로 할 것인가?

경기 시작 시각을 정확히 야간 몇 시로 할 것인가? 심판은 정확히 어느 중국인으로 할 것인가?

이러한 절차에 따라서 공산 측이 개성에서 이득을 추구한 실태를 살펴보자.
 
  일련의 결론들로 의제를 구성한다는 그들의 개념에 맞춰서,

공산 측은 먼저 토의할 안건 2개를 공식적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① 한국에서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기초적인 조건들로서, 위도 38도선을 양 쪽 사이의 군사분계선으로 설정,

그리고 비무장지대의 설정
  ② 한국으로부터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이 결론대로 한다면 한국 내의 모든 상황은 그들이 침략하기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날 유엔군사령부가 이 두 가지 사안에 관하여 제안한 의제는 이러하였다.
 
  ① 한국을 횡단하는 비무장지대의 합의
  ② 한국에서 적대행위의 재발 방지를 보장하는 조건하에 적대행위 및 군사행동의 중지
 
  •‘군사분계선 설정’에 관한 안건을 다른 모든 안건보다 앞서서 다루도록 허용함으로써, 우리는 다른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합의가 성립되기 전에 사실상의 사격 중지에 이르는 길을 공산 측에 열어주었다. 휴전선의 위치를 제일 먼저 토의하는 데

동의함으로써, 다른 의제 안건들을 검토하기 전에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공산 측이 주장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4. 사건들
  협상의 유리한 진행과 선전을 위해 사건을 만든다

 
  •일단 협상이 시작되었다 하면 공산주의자들은 모든 일이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이 ‘사건들’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하여 혹은 기본적인 선전 목적을 위하여,

혹은 이 양쪽 모두를 위하여 이용된다. 이러한 ‘사건들’은 단순하게 발생하지 않는다.

이 사건들은 공산 측 협상팀에 의하여 모의되고 촉발된다.
 
 
  5. 장애물
  지연전술 쓰면서 상대방의 조급증·인도주의 악용

 
  •공산주의자들의 협상 전술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 한 가지는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은 협상이 일단

시작되면 합의를 향한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이 상대방의 입장을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서구 사람들의

조급한 성질, 즉 일을 시작하면 그 일을 완성하려는 조급성을 이용하여 이득을 보려 한다. 이것은 약삭빠른 분석이다.

특히 상대가 미국인일 경우에는 더욱이나 맞는 말이다. 우리는 일이 되도록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말과 실례(實例)를 통해서 배우고 또 배우는 것은 일단 어떤 일에 달라붙으면 가급적 빨리 그 일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함이다.… 공산 측의 협상방법을 보면, 그들은 우리의 조급한 성질을 알아차리고 끝없는 지연작전으로

이 조급한 성향에 더욱 부채질을 함으로써 이득을 보려는 것이 틀림없다.
 
  •공산주의자들이 지연전술을 구사하면서 악용하는 서구 사람들의 주요한 특성 또 한 가지는 인간의 고통에 대한 관심이다.

그들은 인도적인 고려사항에 의해서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공산주의자들은 협상의 지연이 인간의 고통과 인명의

손실을 엄청나게 증가시킨다 할지라도 기꺼이 지연전술을 구사한다. 그와 동시에 우리 서구 사람들은 인간의 고통 증가를

수반하는 경우에는 협상의 지연을 통하여 이득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문제해결 방도가 막히게 되면 서로 양보해서 풀어야 한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것 때문에 공산 측은 지연전술을 구사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공산 측은 2+2=6이라고 제안하고서는 합의를 끝없이 지연시킴으로써 우리가 2+2=5라고 동의하게 만들려고 한다.
 
 
  6. 계획적인 범죄들
  검증을 거부한다

 
  •협상이란 자기들의 시각에서 볼 때 못마땅한 합의사항 몇 가지를 낳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공산 측은 이해하고 있다.

그들은 협상행위의 본질상 상대방 제안을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의 불가피함을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은 할 수 없이 합의를 하되 나중에 지키지 않으려고 생각하는 약속을,

가급적 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들은 자기들의 합의사항을 계획적으로 위반할 경우 수반할 수 있는 조사범위를

축소시키려고 광분한다. 공산주의자들이 현재 모든 국제적인 군비축소 협정 시 효과적인 점검 및 감시를 받아들이지 않는

배경에는 이러한 음흉한 생각이 놓여 있다.
 
 
  7. 거부권
  거부권을 확보해 실효성 있는 검증을 막는다

 

1951년 7월 회담장으로 향하는 헬리콥터 앞에서 리지웨이 유엔군 사령관과 함께 포즈를 취한 유엔군 측 대표들.
왼쪽부터 크레이기 소장, 백선엽 소장, 수석대표 조이 제독, 리지웨이 유엔군사령관, 호데스 소장.
 

 •그들에게 제약이 있는 합의를 피하려는 그들의 의도가 모두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들이 애당초 준수할 생각이 없는 사항에 대한 합의의 양(量)을 줄이려는 시도도 우리 측의 강력한 저항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산 측은 협정의 집행을 맡을 모든 기관에서 거부권을 보유하려고 했다.
 
  중립국 감시위원들의 기능 수행을 편리하도록 하기 위해서 감시위원들에게 한국 내 모든 지역에 대한 공중정찰 권한을

부여하자고 우리는 제의했다. 공산 측은 거절하였다. 그들은 양날을 가진 거부권을 주장했다.
 
  첫째로, 감독위원회의 활동은 위원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조건으로 할 것을 그들은 제의했다.

공산 측 위원들 가운데 한 사람만 반대해도 거부권 행사가 성립되는 것이다.

둘째로 그들은 공중정찰 허용을 거절했다. 이렇게 되면 감독기관의 모든 공산 측 위원들이 조사에 동의한다 해도,

항공정찰만 못하게 한다면 지상감시팀들의 활동은 실질적으로 좌절될 수 있을 것이다.
 
 
  8. 논점회피 수법
  비본질적인 ‘가짜 쟁점’ 내세워 거래 수단화

 
  •공산주의자들의 기본적인 협상기법 한 가지는 가짜 쟁점들을 끼워 넣고서 그것들을 거래 목적물로 사용하는 것이다.
 
  중립국감독위원회의 구성 문제와 연결되어 있던 것이 비행장 복구 문제였다.

공산 측은 정전기간 중 그들의 군용비행장들의 건설 및 보수를 제한하는데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이미 분명히 하고 있었다.

그들은 정전협정이 발효된 후 북한에 군용비행장 건설을 허용하는 유엔군 측 동의를 받아내기 위한 협상도구가 필요했다.

이 목적을 위해서 공산 측은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논점을 흐리려는 시도를 했다.

그들은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와 함께 소련을 중립국감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할 것을 제의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소련이 한국전에 대하여 그동안 중립을 지켜왔고 그 당시에도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유엔군사령부가 인정하라는

요구였다.… 그들은 소련 임명 제안을 나중에 철회하면서 그 대가로 비행장 문제의 호의적인 해결을 받아내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9. 진실과 결과
  진실을 왜곡한다

 
  •공산주의자들이 진실을 다루는 수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진실을 부인한다. 두 번째, 진실을 왜곡한다.

진실을 전적으로 부인하는 전술은 자주 쓰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실은 부력(浮力)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진실은 일단 잠수했다가도 난처한 순간에 수면으로 튀어 오른다.

그러므로 공산주의자들은 진실을 왜곡하는 전술을 더 많이 사용한다.
 
  공산주의자들은 진실을 기술적으로 왜곡한다.

기본적인 왜곡 절차를 보면, 전체의 진실 가운데서 일정한 부분만을 선택하는데,

이 부분들은 특정한 방법으로 짜 맞추면 전체의 진실과는 정반대되는 결론을 만들어낸다.
 
 
  10. 인치에서 마일로
  양보는 상대방이 약하다는 신호… 하나를 양보하면 열을 요구한다

 
  •공산주의자들은 상대편이 양보하면 이를 상대편이 약하다는 신호로 본다.

공산 측 협상제안 일부를 수용하면 공산 측의 친절한 반응을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 서방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행동은 공산 측의 보다 완강한 태도를 유발하기 쉽다.

공산주의자들은 그들의 상대방은 다른 선택 방안이 있다면 공산 측 제안의 어느 부분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공산주의자들은 단지 논리 또는 진실 때문에 혹은 단지 회담을 진척시키기 위하여 서방의 제안을 수용하거나 자신들의

제안을 철회하는 법이 결코 없다. 따라서 그들은 상대방이 논리에 의해서 협상할 것이라고 믿지 않으며,

협상의 진전을 위한 열망 때문에 양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협상의 진전을 위하여 서방 측 협상자가

공산 측 견해에 양보하는 경우 공산 측은 이를 서방 측 협상자가 약화된 증거로 생각한다.
 
  •공산주의자들에게 1인치를 주면 그들은 1마일을 가지려고 한다.
 
  •한국 정전회담 시 서방세계의 가장 큰 실수는 아마도 ‘양보’를 잘못한 데서 발생했을 것이다.

유엔군사령부 대표단은, 우리와 리지웨이 장군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횡단하는 휴전선을 즉각 설정하는 데

동의하라는 지시를 워싱턴으로부터 받았다. 사실상 이 결정은 공산 측이 이제까지 추구하여 왔던 ‘사실상’의 휴전을

그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이 ‘사실상’의 휴전 30일 동안에 그들은 참호를 파고 그들의 전선을 안정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산 측에 대한 이 양보는 정전회담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 이후로, 전투가 느슨해졌기 때문에, 우리는 합리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하도록 공산 측을 압박하는 데 필수적인 군사적인 압력수단을 잃게 되었다.
 
  협상에서 외견상의 (또는 환상에 불과한) 진전밖에 안 되는 것을 얻으려고 양보를 제공한 이 실수로 인하여

미국은 한국에서 완전히 1년을 더 싸워야 했으며 정전협정에서 가장 불리한 조건들을 감수해야 했다.
 
 
  11. 사기꾼들
  불리한 합의 내용은 입맛대로 해석해 부인한다

 
  •공산 측 협상 절차는 자기들에게 불리한 합의를 피하기 위한 방책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단들을 다 사용한 뒤에도 그들은 최후의 수단은 남겨 놓는다.

공산 측은 이미 합의한 내용을 부인하면서도 조금도 당혹스러워하지 않는다.

이러한 합의가 문서로 되어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런 경우에 공산 측은 당신의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자기들의 입장을 이렇게 속임수로 반전(反轉)시킬 수 있는 사람들과는 서류상의 합의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협정은 공산주의자들에게 유리하게 시행될 때에만 그들에게 구속력이 있다.

협정이 공산주의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그 협정은 무효이다.

공산주의자들의 협정 신뢰성을 믿는 사람들은 낡은 동아줄에 위험천만하게 매달려 있는 것과 같다.
 
  •어떤 식으로 되어 있든 간에 공산주의자의 약속은 믿지 마라. 공산주의자의 행동만 믿어라.
 
 
  12. 피로하게 하는 전술
  같은 요구를 되풀이해 상대를 지치게 만든다

 
  •이제까지 생각해 본 공산 측 수법들과 항상 연결되어 사용되는 것이 그들의 요구를 끊임없이, 어리석게 반복하는 수법이다. ‘어리석다’고 얘기하는 것은 그들의 행동이 전체적으로 바보스럽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공산 측이 요구를 단지 반복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는 일은 매우 자주 있는 일이다.

허구한 날 아무 성과도 없이 공산 측은 똑같은 발언, 똑같은 주장을 이전에 끝없이 사용하던 그대로 토해낸다.
 
  •이와 같이 공산주의자들은 물방울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려서 돌을 깎으려고 한다.

그들이 반복을 통하여 피곤하게 하는 연마 과정이 목전의 문제에서는 성공을 못 거둔다 하더라도,

서방세계의 피로함은 계속 남아 있게 되고, 최후의 쟁점에서 활용될 것이다.
 
 
  조이 제독이 말하는 교훈
 

정전회담 초기 회담장으로 이용됐던 개성의 내봉장. 공산 측은 우위를 과시하기 위해 자신들이 점령하고 있는 개성을

회담장소로 고집했다.


  1. 적이 대화를 청한다고 압력을 낮추지 마라
 
  적이 정전을 청할 때 압력을 낮추지 마라. 압력을 증가시켜라. 힘이 결정적인 요소이며,

공산 측이 진실로 알아듣는 논리는 오직 힘뿐이다.
 
 
  2. 회담 시한을 설정하라
 
  정전회담은 짧아야 된다. 협상 체결시까지의 시한(時限)을 설정하여야 한다.

 합리적인 기간 안에 받아들일 수 있는 협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적이 다시 정전을 희망할 때까지(다시 말하면 정전을

필요로 할 때까지) 회담을 중단해야 한다. 정전회담을 오래 끌도록 허용한다면 당신 측에 약점이 있는 것으로 비친다.
 
 
  3. 상대가 회담장소를 결정하지 못하게 하라
 
  공산 측이 일방적으로 회담장소를 선정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회담장소를 협상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서

어떻게 실질적인 문제들의 협상 성공을 기대하겠는가? 협상장소는 적의 내부에 위치해서 그들의 군사통제하에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공산 측을 더욱 오만하게 만든다. 그런 일이 없어도 그들은 오만한 자들이다.
 
 
  4. 회담제안에 서둘러 응하지 마라
 
  회담을 열자는 공산 측 제의에 서둘러 반응하지 마라. 특히나 우리가 유리한 상황에 있을 때 서둘러 들어가서는 안 된다.
 
 
  5. 최고의 협상팀을 구성하라
 
  공산 측과 협상할 팀은 최고의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어야 한다.
 
  계급・명성, 그리고 지위는 두 번째 고려 사항이다. 명확한 사고 능력, 신속한 사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속기사・통신사・통역, 혹은 대표 등 모든 사람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여야 한다.

공산 측은 틀림없이 최우수 팀을 투입한다. 차선(次善)의 팀으로는 절대로 안 된다.
 
 
  6. 일방적 양보는 절대 안 된다
 
  단순히 회담을 진척시키기 위하여 공산 측으로부터 아무것도 받지 않고 양보만 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공산 측 견해를 받아들인다면 공산 측도 그에 대한 대가(代價)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크고 작고 간에, 모든 문제에서 공산 측에 똑같은 양보를 요구하라.
 
 
  7. 서두르지 마라
 
  ‘서두르는’ 태도를 피하라. 이러한 태도를 보고 공산 측은 당신이 시간에 쫓기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적은 당신에게 인도주의적 동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정반대로, 공산 측이 원한다면 당신은 언제든지 협상을 종결하거나 연기할 의지가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어라.
 
 
  8. 의제를 주의 깊게 검토하라
 
  공산 측과의 회담의제는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한다.

공산주의자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 그들에게 성실성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假定)하는 것은 정말로 무모한 짓이다.
 
 
  9. 말을 적게 하라
 
  당신이 확고한 입장을 취하고, 그 입장에서 후퇴하지 않을 의도라면, 그다음으로는 당신의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장광설식으로 반복적인 발언을 하지 마라. 공산 측의 구두(口頭) 공격에 대응하여 당신의 최종 제안을 변호하는 것은

공산주의 맷돌에 곡식을 넣어주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당신이 말을 더 많이 할수록 더 많은 표적을 교활한 공산주의

선전용으로 제공하게 된다. 또 한편으로, 공산 측 협상자들은 반응이 별로 없는 상대를 당혹해하고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전술은 그들의 교육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10. 목적부터 구체화하라
 
  우리가 한국에서 배운 것은 정치적 목적이 구체화되고 나서 정전회담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산 측과의 회담(혹은 전쟁)에 들어가기 전에 정치적 목적들을 결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일을 추진할 사람들에게

그 목적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렇게 한 다음에는, 국가이익에 치명적인 경우에만 그것들을 변경시켜야 한다.
 
 
  11. 전쟁 위험부담을 감수하라
 
  공산 측과 협상할 때에 군사력의 위협카드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와 정반대이다. 공산 측이 기본적인 쟁점들을 해소하기 위하여 진지하게 협상을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군사력을

사용하는 긴박한 위협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우리가 전쟁을 피하기를 원한다면 전쟁의 위험부담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미국이 막강한 군사력을 실제적인 대안(代案)으로 사용하려는 자세를 취할 때 공산 측과의 협상은 성공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세계대전의 위험부담을 수반한다 해도 우리는 그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12. 힘을 사용하라
 
  세계적인 대전투에서 자유가 승리자가 되려면, 협상이 자유를 위해서 공헌할 수 있을 때에 오직 그때에만 공산주의와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적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협상해서는 안 된다. 일단 협상이 자유를 위하여 가장 유익하다고

결정하였으면 미국의 힘을 최대한 뒷받침받아서 협상해야 한다.

우리가 협상할 때에는 단지 힘을 배경으로만 해서는 안 된다. 힘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미국 사람들은 아무도 그 결과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공산주의자는 어떻게 협상하는가?
저자 Admiral C. Turner Joy/ 역자 김홍열/
한국해양전략연구소/ 2003/ 페이지 222
원제 How communists negoti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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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92] 수용소행 열차를 안 타려면
(조선일보 2018.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