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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 옆 사진관]푸틴이 되살린 '히틀러를 이긴 스탈린'의 망령

바람아님 2018. 5. 12. 14:06
경향신문 2018.05.11. 06:02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밤하늘이 붉은 폭축이 터지고 있다. /TASS

1945년 4월 30일 독일 베를린 한복판 지하 벙커에서 총성이 들렸다. 소련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총리 관저 지하 벙커에 머물던 아돌프 히틀러는 그의 연인 브라운과 자살을 선택했다. 브라운은 청산가리를 마셨고 히틀러는 권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겼다. 히틀러 없는 독일군은 5월 8일 연합군에 투항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시간으로는 9일이었다.

9일 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선조들의 사진을 들고 붉은 연대 행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시민들. / REUTERS

히틀러를 자살로 몰아간 소련의 스탈린은 한때 동맹 관계였다. 1939년 독소 상호불가침조약을 통해 스탈린과 히틀러는 양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맹을 맺었다. 하지만 스탈린은 히틀러에게 뒤통수를 맞는다. 1941년 6월 22일 새벽 독일군 400만명이 소련 국경을 넘어 레닌그라드로 향했다. 이른바 ‘붉은 수염(바르바로사)’ 기습작전이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73주년 러시아승전기념일에 참석한 시민들이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TASS

하지만 스탈린도 히틀러과 견줄만한 냉혈안이었다. 독일군이 소련 민간인들을 인간 방폐로 삼고, 그의 자식들이 독일군의 포로로 잡혀도 스탈린의 독일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전쟁 도중 단 4시간만 깨어있었다는 스탈린은 결국 독일 베를린을 접수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행진하는 러시아 시민들 / AP

러시아 전승전기념일의 의미를 되살린 것은 푸틴 대통령이다. 2000년 5월 7일 러시아 대통령으로 취임한 푸틴은 이틀 후인 9일에 국제적인 수준의 전승기념 퍼레이드를 펼쳤다. 강한 러시아의 이미지를 국제 사회에 선전하고, 국민들을 선동하기 위해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행진을 벌였다. 전승기념일의 붉은광장은 러시아의 최첨단 무기 선전장이기도 했다.

모스크바 붉은광장 위에서 펼쳐지는 에어쇼 / AP

9일 모스크바, 상트페테부르크 등 러시아 곳곳에서 2018 러시아전승기념 행사가 열렸다. 한때 레닌그라드라 불리던 상트페테부르크에서는 시민들이 2차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선조들의 사진을 들고 불멸의 연대 행진을 벌였다. 모스크바 붉은광장 하늘에는 러시아 스텔스기가 깜짝 등장하고 미그기들이 에어쇼를 선보였다. 그리고 4번째 연임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붉은광장에서 강력한 러시아를 외쳤다.

모스크바에서 열리고 있는 승전기념일행사에서 사열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 / AP

오늘날 유럽과 전세계를 노예 상태와 절멸, 홀로코스트의 공푸에서 구한 러시아 국민의 공로를 지워버리고 전사를 왜곡하고 역사를 재해석하려는 시도들이 있다. 우리는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상트페테부르크 광장에서 오토바이를 탄 시민들 / AP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