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5.21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폭력적 言行 일삼는 '갑질' 때문에 마음 상한 종업원들의 사연 가득
남 돕는 쾌감은 행복감 키우고 심장까지 튼튼하게 지켜줘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때문에 생존했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행복이 목적이 아니라 삶의 에너지였기에 인류가 오랜 세월 생존할 수 있었다는 얘기인데,
그럼 무엇을 할 때 행복할까.
개인적으로 최근 '리틀 포레스트'란 영화를 보고 행복하였다.
심심할 듯하여 기대 없이 보았는데 반전(反轉)이었다.
잔잔한 시골 풍경 속에 귀향한 친구를 위로하는 우정, 그리고 직접 재배한 재료로 만든 맛난 음식들이 영화에 가득 차 있었다.
'행복 과학' 입장에서 보면 심심한 영화가 아니라 자극적인 영화였던 셈이다.
그래서 단순화하자면 '좋은 사람과 맛있는 것 먹을 때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것은 신체적 건강을 상징한다.
또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사회적 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몸 건강하고 사회에 적응하면 생존할 수 있다.
음식과 사람을 만날 때 찾아오는 쾌감이 우리의 생존을 도왔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
요즘은 돈이 있으면 편리하고 폼 잡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럼 돈은 얼마나 개인에게 행복감을 줄까.
생존에 필요한 단계까지는 수입이 늘면 행복감도 함께 커진다 한다.
그러나 먹고살 만해진 이후에는 행복과의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왜 그럴까. 돈이 많으면 더 행복할 것 같지만, 자족(自足·self-sufficiency)이 증가하기 때문에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돈이 많으면 남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은 마음도, 남을 도와줄 마음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행복의 원천인 사람과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마주하는 고민 상담 내용 중에는 관계 갈등이 가장 많다.
나와 상대방 중 누구의 문제인지 고민하지만 사실은 양쪽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도
관계가 가깝다 보면 갈등도 일어나기 쉽다.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친밀감에 대한 욕구 옆에는 자유에 대한 욕구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가까워지면 관계 유지를 위해 조금씩 자신의 자유를 희생해야 한다.
'혼밥(혼자서 먹는 밥)'을 먹으면 메뉴 선택의 자유가 있지만 외로워서 친구랑 함께 먹으면 정작 내가 먹고 싶지 않은 것을
먹을 경우도 생긴다. 그것이 싫고 짜증 나니 돈 많이 벌어 좋은 서비스 받고 자족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중과 차단된 왕궁 같은 거대 저택에서 살던 팝 스타들이 마약이나 우울증으로 삶을 마감했다는 기사를 종종 접한다.
돈 많으면 부러운 마음은 들지만 그것만으로 애정과 존경의 마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갑(甲)질'도 사회 경제적인 지위가 곧 존경받을 나의 가치를 뜻한다는 속물적 착각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른다.
"나는 이렇게 훌륭한데 나를 진심으로 존경하지 않아"라며 폭력적인 언행을 약자에게 쉽게 내뱉고
사랑과 존경을 강제로 요구하는 것이다.
그 밑에는 타인을 자기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기는 심리가 깔려 있다.
진짜 애정과 존경은 상대방을 가치 있게 먼저 존중해주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
'손님이 왕'이란 말은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뜻이겠지만,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손님도, 서비스 제공자도 모두 소중한 인간이다.
손님의 '갑질'에 마음 상한 서비스 제공자들의 사연이 세상에 가득하다.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이 없어 외로운 것 같지만 외로움은 갖고 태어난 본능이라고 한다.
그런데 외로울 때는 "나를 더 사랑해 달라"며 자기중심적 요구를 하는 것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도울 때 더 행복감이 크다고 한다.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다른 사람을 도울 때 느끼는 만족감)'라고 하는 이 쾌감은 마음의 건강을 넘어
심장까지 튼튼하게 지켜 준다고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나를 위한 보약(補藥)인 셈이다.
이 보약은 상대방도 나와 같은 소중한 인간이라는 마음이 있어야 '구매'가 가능하다.
'人文,社會科學 > 日常 ·健康'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y] "네가 두른 그 명품, 진짜 맞아? 증명해봐" 한국판 가십걸들의 전쟁 (0) | 2018.05.27 |
---|---|
[헬스TALK] 소리없이 찾아오는 무서운 질병 '뇌종양', 새벽 심한 두통 있다면 의심해야 (0) | 2018.05.27 |
잦은 구강청결제 사용, 입안 화상까지?… 日 2회 이하로 (0) | 2018.05.18 |
직장인들 가장 살고 싶어하는 ‘꿈의 도시’ 1위는 서울 강남 아닌 ‘이곳’ (0) | 2018.05.14 |
[토요기획]어릴적 모자라던 여자 짝꿍, 커서 보니 남녀 짝이 얼추 맞네 (0) | 2018.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