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원자력발전과 관련된 국민의 관심은 탈(脫)원전 정책에 쏠린 듯하다. 하지만 더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 있다. 바로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연소하고 남은 폐연료봉을 말한다. 방사능이 매우 강해 별도의 저장 시설이 필요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첫 경수로 원전인 고리1호기를 상업 운전하기 시작한 1978년 이후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저장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직원들이 사용한 장갑·작업복, 관련 산업체·병원에서 나오는 폐기물 등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20여년간 논의 끝에 2005년 경주에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 건설이 확정된 이후 2014년 말 준공돼 처리되고 있다. 하지만 원전 발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 처리 시설은 관련 논의를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구성·운영됐지만 환경단체 등이 불참하면서 다시 공론화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각 원자력발전소에 임시 저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임시 저장 시설들이 2020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2024년 한빛원전, 2026년 한울원전, 2028년 고리원전 등으로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른다. 이 임시 저장시설들이 가득 차면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한다.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 전력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중·저준위 폐기물과 달리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독성이 강해 지하 500m 이하에서 관리해야 지하수나 지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일본은 임시 저장시설에서 냉각을 마친 사용후핵연료를 별도의 안전한 보관 시설로 옮겨 40~50년간 보관하는 중간 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원전을 가동하는 31개 나라 중 중간 저장시설이 없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9개국에 불과하다.
앞으로 각 원전의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폐연료봉을 옮겨 보관할 중간 또는 영구 저장시설을 몇 년 안에 갖추지 못할 경우 가동 중인 원전을 멈춰 세워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를 긴급 현안으로 다루어야 한다. 전문가들과 국민도 이 문제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야 원전 가동 중지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정주용 한국교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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