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 2018-11-03 04:05
고독은 내면과 마주하는 능력이자 충만함… 고독을 통해 깊은 영성으로 들어갈 수 있어
인간은 사회적 존재인 동시에 고독한 존재다. 혼자 있기를 원하면서 또 다른 사람과 긴밀한 관계 속에 있기를 바란다. 성숙하고 온전한 사람이 되려면 두 상태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하지만, 이런 시간을 통해 우리는 온전해지고 성숙해진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카드회사의 광고 카피다. 일에 치여 자신을 추스를 시간조차 없는 현대인의 공감을 얻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 가능할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출퇴근길에도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확인하고 틈틈이 전화를 받으며 습관적으로 문자를 챙긴다. 집에 와선 머리를 식힌다며 무의식적으로 TV를 켜고 SNS를 하느라 뇌는 쉴 틈이 없다.
뇌과학에 따르면 두뇌는 휴식을 좋아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있을 때 두뇌는 어느 때보다 더 ‘활발히’ 움직인다고 한다. 생각을 처리하고 정리하고 결합하고, 각 영역을 연결한다. 내면의 쓰레기 더미가 치워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며, 창조성이 발휘된다. 신경과학자인 미국 워싱턴대학 마커스 라이클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란 개념을 발견했다.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할 때’ 뇌가 활성화된다는 독특한 개념이다.
예를 들면 잔디밭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을 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 등과 같이 마음이 자유롭게 배회할 때 DMN이 활성화된다. 이곳은 문제를 해결하고 최상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마음의 영역이다. 그러나 DMN 상태를 경험하는 일이 계속 줄어들면 창의력이나 집중력, 장기적 관점에서 일의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루함을 느낄 때 우리는 디폴트 모드라는 뇌의 신경 네트워크를 활성화한다. 여기서 독창적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에 어떤 과학자들은 이것을 ‘상상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오랜 세월 예술가, 건축가, 모든 분야의 사상가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기 위해 제롬 싱어가 말한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몽상에 몰입했다.”(마누시 조모로디의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중에서)
우린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고독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너무 많은 자극이 두뇌와 영혼을 뒤흔든다. 사회생활이 다른 사람과 에너지를 나누는 것이라면, 고독은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일이다. 고독은 외로움과는 다르다. 외로움이 소외에 따른 고통이라면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이다.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충만함이다. 고독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능력이며 재미이다. 이 고독을 즐기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성장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내면이 가난한 사람에게 고독은 외로움과 동의어다. 혼자 잘 논다고 고독을 즐기는 능력이 있다 할 수는 없다. 혹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요한 시간이 찾아오면 불안해지는가. 이때 인터넷 서핑, 게임, 영화 시청 등은 기분전환은 될지 모르지만 이는 잡동사니로 어수선한 집에 있기 싫어 밖으로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내면에서 올라오는 자신과의 만남을 대면하고 처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억눌렀던 감정, 표출하지 못했던 분노, 현실에 묻힌 꿈 등을 깊이 생각해보자. 혼자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도 다룰 줄 알게 된다. 내면의 공허, 불쾌한 감정으로부터 도망가지 말자.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내면에 공허와 불완전한 감정이 자리 잡을 수 있다. 심리학자는 이를 ‘불안’이라 부르기도 하고 신학자는 ‘소외’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 목회자 프레드릭 비크너는 고요 속에 경험하는 이런 감정이 어쩌면 하나님의 음성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저는 이것이 하나님이 주신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님을 배제하는 설명을 받아들인 세상에 울려 퍼지는 하나님의 음성이라고 말입니다.”(프레드릭 비크너의 ‘어둠 속의 비밀’ 중에서)
고독은 외로움의 고통 너머에 있는 하나님과 깊은 친교에 들어가는 길이다. 영적 성장은 고독 속에서 이루어진다. 하나님 앞에서 진지하게 홀로 돼보지 못한 이는 결코 삶의 의미에 다가갈 수 없다. 깊은 영성은 고독의 영성이다. 고독 속에 고요함이 있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목회자들은 고독을 통해 깊은 영성의 세계로 들어가라 말한다. 그러면 마음을 명확히 보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내 마음은 가장 창의적인, 즉 느긋하면서도 예민한 상태가 된다. 그럴 때 아이디어가 솟아나기 시작한다. 고독은 그분이 준비하신 신비의 선물이며 ‘영성의 지성소’로 가는 패스워드다.
이지현 종교2부 선임기자 jeehl@kmib.co.kr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카드회사의 광고 카피다. 일에 치여 자신을 추스를 시간조차 없는 현대인의 공감을 얻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 가능할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출퇴근길에도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확인하고 틈틈이 전화를 받으며 습관적으로 문자를 챙긴다. 집에 와선 머리를 식힌다며 무의식적으로 TV를 켜고 SNS를 하느라 뇌는 쉴 틈이 없다.
뇌과학에 따르면 두뇌는 휴식을 좋아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있을 때 두뇌는 어느 때보다 더 ‘활발히’ 움직인다고 한다. 생각을 처리하고 정리하고 결합하고, 각 영역을 연결한다. 내면의 쓰레기 더미가 치워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며, 창조성이 발휘된다. 신경과학자인 미국 워싱턴대학 마커스 라이클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란 개념을 발견했다.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할 때’ 뇌가 활성화된다는 독특한 개념이다.
예를 들면 잔디밭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을 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 등과 같이 마음이 자유롭게 배회할 때 DMN이 활성화된다. 이곳은 문제를 해결하고 최상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마음의 영역이다. 그러나 DMN 상태를 경험하는 일이 계속 줄어들면 창의력이나 집중력, 장기적 관점에서 일의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루함을 느낄 때 우리는 디폴트 모드라는 뇌의 신경 네트워크를 활성화한다. 여기서 독창적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에 어떤 과학자들은 이것을 ‘상상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오랜 세월 예술가, 건축가, 모든 분야의 사상가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기 위해 제롬 싱어가 말한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몽상에 몰입했다.”(마누시 조모로디의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중에서)
우린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고독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너무 많은 자극이 두뇌와 영혼을 뒤흔든다. 사회생활이 다른 사람과 에너지를 나누는 것이라면, 고독은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일이다. 고독은 외로움과는 다르다. 외로움이 소외에 따른 고통이라면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이다.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충만함이다. 고독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능력이며 재미이다. 이 고독을 즐기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성장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내면이 가난한 사람에게 고독은 외로움과 동의어다. 혼자 잘 논다고 고독을 즐기는 능력이 있다 할 수는 없다. 혹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요한 시간이 찾아오면 불안해지는가. 이때 인터넷 서핑, 게임, 영화 시청 등은 기분전환은 될지 모르지만 이는 잡동사니로 어수선한 집에 있기 싫어 밖으로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내면에서 올라오는 자신과의 만남을 대면하고 처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억눌렀던 감정, 표출하지 못했던 분노, 현실에 묻힌 꿈 등을 깊이 생각해보자. 혼자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도 다룰 줄 알게 된다. 내면의 공허, 불쾌한 감정으로부터 도망가지 말자.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내면에 공허와 불완전한 감정이 자리 잡을 수 있다. 심리학자는 이를 ‘불안’이라 부르기도 하고 신학자는 ‘소외’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 목회자 프레드릭 비크너는 고요 속에 경험하는 이런 감정이 어쩌면 하나님의 음성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저는 이것이 하나님이 주신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님을 배제하는 설명을 받아들인 세상에 울려 퍼지는 하나님의 음성이라고 말입니다.”(프레드릭 비크너의 ‘어둠 속의 비밀’ 중에서)
고독은 외로움의 고통 너머에 있는 하나님과 깊은 친교에 들어가는 길이다. 영적 성장은 고독 속에서 이루어진다. 하나님 앞에서 진지하게 홀로 돼보지 못한 이는 결코 삶의 의미에 다가갈 수 없다. 깊은 영성은 고독의 영성이다. 고독 속에 고요함이 있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목회자들은 고독을 통해 깊은 영성의 세계로 들어가라 말한다. 그러면 마음을 명확히 보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내 마음은 가장 창의적인, 즉 느긋하면서도 예민한 상태가 된다. 그럴 때 아이디어가 솟아나기 시작한다. 고독은 그분이 준비하신 신비의 선물이며 ‘영성의 지성소’로 가는 패스워드다.
이지현 종교2부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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