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마크 트웨인이 서거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며 오늘은 175년 전 그가 태어난 날이다. 내가 이렇게 정확하게 햇수를 세는 까닭은 그의 생애가 절묘하게 핼리 혜성의 주기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핼리 혜성은 우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혜성이다. 18세기 초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는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을 적용하여 혜성들의 궤도를 계산하던 중 1456·1531· 1607·1682년에 출현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네 개의 혜성이 거의 같은 궤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이들이 약 76년을 주기로 하여 태양의 주위를 도는 동일한 혜성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계산을 확신한 그는 대담하게도 1758년에 이 혜성이 다시 태양계를 찾을 것이라고 예언했고, 혜성은 그해 크리스마스에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났다. 안타깝게도 핼리는 1742년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혜성의 귀환을 보지 못했지만 그의 이름은 혜성과 함께 지금도 우주를 돌고 있다.
물론 우연이겠지만 마크 트웨인은 1835년 핼리 혜성이 또다시 지구를 찾은 지 2주일 만에 태어났다. 우리에게는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핀의 모험'으로 인해 "자연으로 돌아가라" 식의 루소풍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사실 첨단과학과 기술 개발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여러 차례 영화로도 만들어진 그의 소설 '아서 왕궁의 코네티컷 양키'는 타임머신을 주제로 한 공상과학소설의 전형이었고 당시 이미 인기작가였던 그는 인세로 상당한 돈을 벌었지만 새로 개발된 식자기(植字機) 사업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가 파산하기도 했다.
1909년 마크 트웨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1835년 핼리 혜성과 함께 왔다. 내년에 다시 온다고 하니 나는 그와 함께 떠나려 한다. 내가 만일 핼리 혜성과 함께 가지 못한다면 그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신은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기 설명하기 어려운 두 현상이 있다. 그들은 함께 왔고 함께 갈 것이다." 그는 1910년 핼리 혜성이 다시 지구를 찾은 바로 이튿날 세상을 떠났다. 지난 1986년에 또 왔었으니 다음 핼리 혜성은 2061년에 오리라. 그땐 또 어떤 위대한 작가가 태어나려나?
(출처-조선일보 2010.11.29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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