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1.05 어수웅·주말뉴스부장)
[魚友야담]
'선진국'서 태어난 20대를 이해한다는 것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연말에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연천의 신병교육대를 찾았습니다.
여자친구 바람난다고 조바심 내는 훈련병을 위해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준 이야기가
많은 매체에 소개됐죠. "신병이 여자친구 마음 변할까 봐 걱정한다더라"고 서두를 뗀 뒤,
마음 졸이던 그 훈련병에게 전화기를 바꿔줬다는 겁니다.
대통령의 모든 행사와 발언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은 전 연령대 중 20대 남성에게서 최저였죠.
당연히 특정 세대, 특정 성(性)에 대한 대통령의 구애(求愛)로 읽혔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 관심을 끈 건,
그런 대통령의 정치적 행위와 그에 따른 지지율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이 발언이 지닌 선의나 호의와 상관없이, 이를 '민폐'나 '꼰대'로 보는 냉소적 반응이었죠.
"남의 연애에 참견해서 끼치는 민폐 레벨 중에서 최고 레벨" "여자를 1980년대 운동권 남성의 소품이자 트로피 정도로
여겼던 시절의 감성" "훈련병 여친 고무신 거꾸로 신다가 민간인 사찰 당하는 것 아니냐"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먼저 연락한 게 아니라, 그 훈련병의 간절한 부탁으로 연결된 전화인데도 말이죠.
'꼰대'는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란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지 대통령의 이번 사례만이 아닙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좋게 말해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나 중년이 된 지금의 기성세대가, 선진국 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태어나 성장한
지금의 20대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2011년 베스트셀러 1위를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기억합니다.
그전의 화제작으로 우석훈·박권일 공저의 '88만원 세대'가 있었죠.
이 책들 역시 나름의 선의와 진심이 있었지만, 당사자 청춘들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아버님 세대건 형님 세대건, 좌파건 우파건, 모두 자신들을 훈계와 계몽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불만이었죠.
1990년대생 세대의 특징을 설명하는 세 형용사가 있습니다.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혹은 솔직하거나. 이번 주 '아무튼, 주말'의 기획 중 하나는 '20대 남성의 항변'입니다.
지금 세대의 단면을 한번 살펴봐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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