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1.10 홍준기 기자 남정미 기자)
평소 아무 이상 없다가 심정지… 교통사고 사망의 3.6배
2017년 한 해에만 전국에서 1만8261명이 '돌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적으로 돌연사에 대한 정의·통계는 없지만 보통은 '급성 심장 정지로 인한 사망'을 돌연사 개념으로 본다.
1만8261명은 같은 해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1만7980명)보다 많고, 교통사고(5028명)로 인한 사망자의 3.6배나 된다.
9일 질병관리본부의 급성 심장 정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급성 심장 정지로 사망한 사람은 2만5859명이다.
이 중에서 각종 사고, 자살 시도 등으로 급성 심장 정지가 발생한 사람과 질병 말기 증상으로 심장이 멈춘 사람을 빼면
1만8261명이 돌연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대부분 심근경색, 심부전 등 심장에 문제가 생겨 목숨을 잃은 경우다.
전문가들은 "평소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가 딱 한 번 발생한 심장 이상으로 사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만큼 '누가 돌연사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게 어렵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특히 겨울철에 급성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여름철에 비해 월평균 300명 정도 더 많다.
이 때문에 심장 전문의들은 "돌연사를 피하려면 추운 겨울 새벽·아침 운동이나 등산을 피하라"고 권고한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겨울철 추운 밖으로 나와서) 주변 온도가 내려가면 혈관이 수축하는데
특히 심장동맥이 좁아지면 심장에 피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아침에는 혈전(血栓·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 생긴 덩어리)도 더 잘 생기기 때문에 심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1시간 전 생기는 '전조증상'에 주목하면 돌연사를 피할 수 있다.
묵직한 가슴 통증, 가슴이 뛰고 숨이 찬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의사들은 돌연사는 결국 '생활습관병'이라고 강조한다.
오동진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금연, 운동, 건강한 식사, 스트레스 줄이기 등 생활 속의 노력으로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다"며 "정부가 감염병이나 각종 중증 질환에 대응하는 노력만큼 국민의 생활습관 개선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예고 없는 살인자, 겨울 아침등산을 노린다 (조선일보 2019.01.10 홍준기 기자 남정미 기자 손호영 기자) |
[돌연사 1만8000명] [上] 안녕하세요, 돌연사라고 합니다… 저는 추운날 아침 주로 나타나죠 지난달 16일 아침 경기도 남양주에 살던 회사원 김모(48)씨는 산행에 나섰다. 하루에 담배를 한 갑씩 피우고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술자리를 가지곤 했던 김씨가 '운동하자'는 취지로 나선 등산길이었다. 그런데 산을 오르는 도중 가슴이 뻐근하고 심하게 숨이 찼다. 조금 쉬고 나니 괜찮길래 끝까지 산에 올랐고 집에도 잘 돌아갔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출근길 아파트 1층 출입구를 나서다 쓰러졌다. 이웃 주민이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그는 숨졌다. 김씨처럼 2017년 한 해 급성 심장 정지로 갑작스레 사망한 사람이 2만명에 육박한다고 질병관리본부가 9일 밝혔다. 김씨처럼 ▲담배를 피우고, 술을 즐기고, 평소에 운동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이 ▲추운 겨울 새벽·아침에 추위에 갑자기 노출될 경우 특히 위험이 컸다. 전문가들은 "평소 아무런 건강 문제가 없던 사람도 처음 발생한 심장 문제로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암·자살보다 무서운 돌연사 그럼에도 돌연사 위험이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성인 돌연사는 대부분 급성 심장 정지가 원인일 경우가 많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급성 심장 정지로 병원에 실려간 사람은 2만9262명인데, 이 중 결국 숨진 사람은 2만5859명이다. 여기에서 ▲교통 사고, 추락, 화재, 자살 시도 등으로 급성 심장 정지가 온 사람 ▲각종 병의 말기 증상 등으로 심장이 멎은 경우 ▲영아돌연사 증후군 등을 제외한 1만8261명이 일반인들이 말하는 '돌연사'로 죽음을 맞이한 경우다. 이는 사실상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다. 모든 암을 다 합치면 암으로 인한 사망자(7만8863명)가 가장 많지만, 암을 종류별로 나눠서 보면 급성 심장 정지보다 사망자가 적었다. 암 중에 가장 많은 폐암 사망자(1만7980명)도 급성 심장 정지 사망자보다 적었다. 간암(1만721명), 대장암(8766명), 위암(8034명)으로 죽는 사람보다 급성 심장 정지 사망자가 많다. 또 자살(1만2463명)보다 무서운 게 급성 심장 정지였다. 국토교통부 등이 나서 해마다 '더 줄이겠다'고 캠페인 하는 교통사고 사망자(5028명)보다는 3.6배나 많았다. 대중은 '메르스' 같은 감염병을 두려워하지만 2017년 각종 감염병·기생충성 질환으로 숨진 사람을 모두 합쳐도(7986명), 돌연사 한 사람의 절반이 안 된다. 국회와 정부가 암, 자살, 교통사고, 각종 감염병을 줄이겠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은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심장에 생긴 문제로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져 숨지고 있는 것이다. ◇생활습관 바꾸는 것이 최선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이 '위험군'인 것은 사실이지만 누구에게 급성 심장 정지가 닥쳐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전조 증상이 없다가도 급성 심근경색 등이 생기는 사람이 30~40% 정도 된다"며 "별안간 심장에 문제가 생겨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이 무서운 부분"이라고 했다. 법의학자인 이윤성 전 서울대 의대 교수는 "특정한 질환이 없는데도 급성 심장 정지로 사망하고 이 중에는 부검을 해도 사망 원인을 못 찾는 경우도 있다"며 "이전까지 한 번도 문제가 없다가 처음으로 생긴 심장 문제로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심장 문제로 인한 돌연사는 '예측은 어렵지만 막아볼 수는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고혈압·당뇨 등 '병'이 생긴 다음에 약을 먹고 대응할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을 고쳐 만성질환·심장질환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WHO(세계보건기구)도 "당신의 심장을 지키기 위해선 금연·절주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운동을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시기는 겨울철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허혈성 심장 질환(급성 심근경색·협심증 등) 사망자 수는 겨울철이 여름철보다 월평균 300명가량 더 많다. 급성 심근경색 등으로 2017년 1월 사망한 사람(1333명)이 같은 해 8월(1044명)보다 289명 더 많았던 것이다. 겨울철 갑자기 밖에 나가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심장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해영 서울대 순환기내과 교수는 "겨울철에 실외로 나갈 때는 따뜻하게 입고 마스크도 쓰는 것이 좋다"며 "추운 아침이나 새벽에 조깅·등산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술을 마신 이후에는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술 마신 다음 날 겨울 산행'은 매우 위험할 수 있으니 삼가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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