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2.03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타일러 코언 '굳게 지켜야할 것'
굳게 지켜야할 것
사회는 생각보다 취약하다.
역사상 한 문명이나 왕조의 지속 시기는 길어야 400~500년을 넘기기 힘들었다.
이유는 '총합의 딜레마(aggregation dilemma)' 때문이다. 개인의 선호와 가치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들이 집단을 이룰 때에는 서로 충돌하게 되는 문제를 말한다.
수많은 이익집단과 정당들은 자신의 요구만을 주장할 것이고, 사회는 혼란 끝에 내부 분열 또는
외침으로 멸망에 이른다.
그렇다면 정녕 이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에 이를 수는 없는 일일까?
조지 메이슨 대학의 경제학자인 타일러 코언은 저서 '굳게 지켜야 할 것'〈사진〉에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 출발점으로 그는 '번영'과 '자유'의 유지라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두 종류의 가치를 전제한다.
자유사회는 다원주의를 허용해야 하지만, 이 두 가치를 부정하는 이념만큼은 허용될 수 없다.
그런 이념들은 본질상 자기 파괴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흔히 성장주의자로 알려져 있어서 분배론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곤 한다.
하지만, 그는 경제 지상주의나 극단적 자유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반대론자들이 강조하는 많은 가치들을
자신의 사상에 수용하고 있다. 그는 무조건의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주장한다.
또한 인권의 침해를 수반하는 경제 성장만큼은 절대로 용인될 수 없다고까지 말한다.
반면 부의 재분배 정책은 결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말하고 있다.
그런 정책들은 아무리 좋은 명분을 붙여도 정치인들이 당장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은 될지 몰라도,
미래에 성장을 지속하는 데에 기여하는 정책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공 자금이든 민간 자금이든 단지 일회성 필요를 충족하는 데에 투입되기보다는 미래에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투자가 돼야 한다.
또한 경제주의에 대한 맹신이나 특정 철학 사조를 향한 집착이 얼마나 위험한지 일깨운다,
저자는 효용주의자임을 자처하지만 기계적 공리주의의 위험을 경계한다.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함으로써 먼 미래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경제학의 관행도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지식은 부족할 수밖에 없고, 학문이나 이론에 기반을 둔 완벽하게 옳은 판단이란 있을 수 없다.
경제학자든, 정치가든 자신이 기대고 있는 이념의 울타리를 벗어나 보다 넓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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