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1.12 우석훈 경제학자)
사랑할까, 먹을까 (어느 잡식가족의 돼지 관찰기)
저자 황윤(영화감독)/ 휴/ 2018.12.17/ 372p
517.549-ㅎ777ㅅ/ [구로]종합자료실
초대 종사 달마로부터 시작된 선불교에서 실제 이름을 가진 공식적 역사가 된 것은
6조 혜능이 처음이다. 그 이전은 전설의 시대다.
그가 유행시킨 말이 '돈오돈수(頓悟頓修)', 깨달음은 한 방이라는 의미다.
불교를 국가적 행사로 만들고, 사업도 집행해서 돈도 돌려야 하는 불교계에서 난리가 난다.
그게 아니라 신도들이 시주도 하고, 불공도 드리고, 절에도 와야 종교가 움직이니까
점차적으로 깨닫는다는 돈오점수(頓悟漸修)'를 공식적으로 옹호했다. 물론 사업의 논리다.
성철 스님이 다시 '돈오돈수(頓悟頓修)를 대대적으로 강조했다.
그렇지만 현실의 불교는 여전히 돈오점수(頓悟漸修)의 세상이다. 그래야 돈이 돌고, 경제도 돈다.
영화감독 황윤의 '사랑할까, 먹을까'(휴)는 돈오와 돈수라는 두 마리 돼지가 주인공이다.
다큐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온갖 에피소드와 고민이 주요 내용이다.
공장식 축사에서 태어난 돈오와 인간적인, 아니 동물적인 복지 여건에서 태어난 돈수라는 두 마리 새끼 돼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겠다는 게, 돼지를 캐스팅한 감독이 짠 기본 구상이었다.
공장형 축사에 촬영 허가를 못 받았으니 돈오는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그 대신 정말로 인간적으로 자라는 돈수는 촬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감독은 돈수가 끌려가는 도살장의 문 앞까지만 갔다. 촬영이 끝나고, 감독은 돈수의 농장에서 돈수의 친구들이었을
돼지고기를 선물 받는다. 이걸 먹을 수 있을까? 요리는 했다.
남편의 생일, 그래도 좀 나은 고기를 먹이고 싶은 아내는 돈수 친구의 고기를 냉동실에서 꺼내 요리를 시작한다.
제주도에서 말 구경을 하고, 그 말을 타고, 결국에는 말고기를 먹는다.
매일 2800t의 돼지 분뇨가 제주도에서 생산되고, 이건 결국 지하수로 흘러 들어간다.
신종 플루라고 이름을 바꾼 돼지 독감은 공장식 축산과 함께 맹위를 떨치게 되었다. 이런 딜레마는 많다.
농산물의 잉여가 등장하기 전에 알코올 중독에 걸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건 왕족이나 귀족들이나 걸리는 병이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돼지고기나 닭고기, 모르고 먹는 것과 알고 먹는 것 사이에 양심적 갈등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는 갈등하고 고민하기 때문에 사람이다.
가끔 사람으로서의 지성과 감성을 회복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피와 살이 튀는 하드코어이지만, 마음의 양식이 될 것이다.
문득 돈오돈수가 올지도 모른다.
각주 : |
돈오돈수(頓悟頓修) 명사 불교 오(悟)와 수(修)를 한 순간에 모두 완성하는 것. 한번에 깨닫는 것을 말한다.
불교 문득 깨달음에 이르는 경지에 이르기까지에는 반드시 점진적 수행 단계가 따름을 이르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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