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책·BOOK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1>남자는 다 그래!

바람아님 2019. 1. 11. 10:42

(동아일보 2006-10-09 김병후 정신과 전문의)






남자는 다 그래 : 아주 특별한 남자의 남자 까발리기
에릭 헤그만 지음/ 장혜경 옮김/ 펀북스/ 2006/ 253p.
182.2-ㅎ489ㄴ/ [강동]서고-1 (사서에게 문의)


김병후 정신과 전문의


남자는 결코 철들지 않는다. 절대 어른이 안 된다. 기회만 있으면 놀려고 한다.

사랑도, 명예도, 전쟁도 다 놀이다. 탈세도 일종의 경찰 놀이다.

남자들은 수집광이다. 어릴 적 딱지나 구슬을 모았듯 이제는 자동차를 수집하고, 집을 수집하고,

여자친구와 휴대전화를 수집한다. 남자들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어 한다.

축구를, 섹스를, TV를 즐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뜻대로 안 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남자들은 의기소침해지고 자기 연민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본문 중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연세가 지긋한 여성분들에게서 종종 이런 말을 듣곤 한다. “남자는 모두 똑같다.”

이 단순하면서도 부정적인 뉘앙스의 남성 평가에는 그녀들이 지난 세월 수많은 남성들과 부딪치고 고생하며

체득한 경험이 녹아 있어 함부로 부정할 수가 없다.


유럽 남자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독일 문화비평가 에릭 헤그만도 같은 주장을 한다.

책 제목부터 ‘남자는 다 그래’이다.

그는 남자들은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양성애자든, 자상한 사람이든 마초든 다 똑같다고 한다.

하나같이 철이 없으며 3분에 한 번꼴로 섹스를 생각하고, 좋은 차에 자존심을 걸며, 의무와 구속을 싫어하고,

무리를 짓기 좋아하고, 엄살이 심하다는 것이다.


모든 남자가 왜 똑같다는 걸까. 그것은 남자들의 원초적인 욕망과 본성이 동일한 데다 성 정체성과 역할을

사회적으로 훈련받아 행동양식도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남성성을 진지하게 분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저자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구체적인 일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자연스럽게 남자의 실상을 까발리는 방식을 취한다.

각 장은 한 편의 시트콤처럼 구성돼 매우 코믹하고 재미있다. 자기 경험과 연결하며 맞장구를 칠 만한 대목도 자주 나온다.


지나칠 정도로 솔직해서 점잖은 사람이 읽기에 불편한 감도 없지 않다.

저자가 동성애자라는 사실도 독자에 따라서는 불편함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게이 남성은 남성을 관찰하기에 좋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남성이면서 남성의 파트너이고, 여성의 솔직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한번쯤 남성의 실체에 대해 아무런 수식과 포장 없이 접근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엄숙함은 잠깐 접고, 술 취해 난장판을 벌이고 아이들 장난감으로 놀며 비뇨기과 의사 앞에 성기를 드러낸,

있는 그대로의 남자를 구경하면 된다. 약간의 불편함과 재미를 함께 즐기면서 남성의 원초적인 본성이 무엇인지,

그것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여성 독자들이 남자를 알고 대처하는 데 이 책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남성이 구조적으로 어떤 결함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보듬어야 하고,

무엇을 치유해야 할지에 대해 잠깐이라도 생각할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는 생각이 한 가지 있다.

그저 남자들의 생활을 시시콜콜 드러낸 이야기가 어떻게 코미디처럼 우스꽝스러워졌을까 하는 것이다.

저자가 글을 재미있게 썼기 때문만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남성적이라 믿고 추구하는 것들 중 상당수가 실상은

욕망을 세련되게 포장한 것이며, 그것이 이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낡고 어색하며 어이없는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


책소개

기발하고 코믹한 남자론. 게이인 저자가 한 남자로서, 남자 파트너와 소통하며, 여자들의 허물없는 친구로서,

적나라한 남자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는 게이 사피엔스 페니스 종은 결국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섹스와 멋진 자동차, 슈퍼맨과 경주에 탐닉하고 감성과 이별과 종말을 두려워한다.

이 책은 여자들이 남자를 아는 데 유용할 뿐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즐거운 웃음과 공감대를 제공할 것이다.

[예스24 제공]



저자소개 - 에릭 헤그만

1966년에 태어났고 현재 함부르크에서 파트너 관계, 데이트, 문화, 멀티미디어 등을 주안점으로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프리랜서 기자 및 저술가다. 1986년 뮌헨의 사설방송 에우레카 TV, 타일레 5를 시작으로 언론에 출연하였고,

그 후 출판 및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겼다. 함부르크의 온라인 중매소 엘리테에서 데이트 전문가로 이메일 상담 및

전화 상담을 하고 있으며, 휘트니스·철인 3종 경기 트레이너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고, 오토바이와 만화, 친구들을 아끼는

멋진 싱글맨이다. 저서로는 상담을 통해 얻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데이트의 현장을 공개하는

《온라인 데이팅》, 400회의 인터뷰를 통해 테이트의 규칙을 밝힌 《데이팅 규칙》이 있고,

공저로 《스파이시 웹 사이트. 웹 무대에 성공적으로 등장하는 비결》이 있다.                             [반디앤루니스 제공]  



목차


머리말_남자들은 다 똑같다
01. 남자들은 결코 철들지 않는다
02. 남자들은 3분에 한 번씩 섹스를 생각한다
03. 남자들은 좋은 차에 자존심을 건다
04. 남자들은 의무를 싫어한다
05. 남자들은 애정 전선에 문제가 생기면 바람을 피운다
06. 남자들은 바보 취급 당할까봐 겁낸다
07. 남자들은 엄살이 심하다
08. 남자들은 슈퍼맨을 좋아한다
09. 남자들은 원 나잇 스탠드를 좋아한다
10. 남자들은 멋진 몸매를 원한다
11. 남자들은 빨래를 못 한다
12. 남자들은 병원에 안 간다
13. 남자들은 섹스를 할 수 있어도 자위를 한다
14. 남자들은 하자마자 잠든다
15. 남자들은 카니발을 좋아한다

16. 남자들은 콘돔을 싫어한다
17. 남자들은 무리 동물이다

18. 남자들은 최신형 장난감에 환장한다
19. 남자들은 비뇨기과에 가기 싫어한다
20. 남자들은 자유를 갈망한다
21. 남자들은 서서 오줌 누고 싶어한다
22. 남자들은 금방 흥미를 잃는다
23. 남자들은 이별에 서툴다
24. 남자들은 사람을 역할에 따라 나눈다
25. 남자들은 인터넷에 나체 사진을 올린다
26. 남자들은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다
27. 남자들은 승부욕이 강하다
28. 남자들은 오페라를 싫어한다
29. 남자들은 그룹 섹스를 좋아한다
30. 남자들은 이별하는 장면을 싫어한다     [알라딘 제공] 



책속으로

왜 남자들은 엄살을 부릴까? 연구 결과를 믿어도 좋다면, 남자는 거의 모두가 우울증 환자다.

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남성의 79%가 지난해 비타민과 미네랄, 효소 등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했다고 한다.

이유는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가 대부분이고, 혹시 현재 약간의 불편을 느끼고 있을 경우에는 회복하기 위해서란다.

(...) 내가 보기엔 남자들이 엄살이 심한 이유는 단 하나다. 관심받고 싶어서다. 원래 감기의 원인은 면역체계의 이상이

아니라, 남성의 행복에 필수적인 애정의 양이 위험한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약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남자들은, 그래서 파트너에게 대놓고 관심을 애걸하는 짓이 못마땅한

남자들은, 귀머거리도 다 들을 정도로 시끄럽게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끙끙거리는 신음으로 애정을 갈구한다.

정말 집안 구석구석 저승사자가 날 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이 순간, 남자는 완벽하게 유아기로 돌아간다. 온전한 문장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부모님이

달려와 안아주고 달래줄 때까지 아기처럼 계속 울어대는 것이다. - 본문 67~68쪽에서                [알라딘 제공]

 



추천평

나는 이 책을 통해 남자를 이해하고, 잘 다룰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주려 한다.

물론, 남자 때문에 눈물을 쏟고 억장이 무너지는 사태를 근본적으로 막아주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남자에 대한

환상과 그릇된 희망은 갖지 않도록 해줄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남자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며, 적어도 두 번 다시 이런 어리석은

한탄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어쩌다 그런 인간을 만나서 이 고생인지 몰라."     릭 헤그만             [알라딘 제공] 








[남자 들여다보기 20선]


(동아일보 2006-09-18  ~  )


《  ‘책 읽는 대한민국’ 시리즈 제9부의 테마는 ‘남자 들여다보기 20선’입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도 하지요. 사회의 급속한 변화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너지는 요즘, 

남자의 내면과 남성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책들을 20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


<1>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   (2006-09-18)

   윤영무 지음/ 명진출판/ 2004/ 247p.
   818-ㅇ632ㄷ/ [정독]어문학족보실/ [강서]2층

<2>남자, 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   (2006.09.19)

  남자

  디트리히 슈바니츠 지음/인성기/ 들녘/ 2002/ 479p
  3 37.8-ㅅ652ㄴ/ [정독]인사자실서고/ [강서]2층

여자 : 그 내밀한 지리학
나탈리 앤지어 지음/ 이한음/ 문예출판사/ 2003/  594p
337.1-ㅇ246ㅇ=2/ [강서]2층 자료실/  [양천]책누리실서고

<3>남자 vs 남자   (2006.09.20)

   정혜신 지음/ 개마고원/ 2017/ 356 p.
   182.2-ㅈ526ㄴ/ [정독]인사자실(2동2층)/ [강서]2층 인문사회자연과학실

<4>남자들, 쓸쓸하다   (2006.09.21)

   박범신 지음/ 푸른숲/ 2005/ 206p
   814.6-ㅂ268나/ [정독]어문학족보실/  [강서]3층

<5>우리 속에 있는 남신(男神)들   (2006.09.22)

   진 시노다 볼린/ 유승희/ 또 하나의 문화/ 2006/ 455p
   182.2-ㅂ878우2 / [정독]인사자실/ [양천]책누리실서고

<6>남자들에게   (2006.09.25)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현진 옮김/ 한길사/ 2003/  379 p
   834-ㅅ772ㄴ2 / [정독]어문학족보실/  [양천]책누리실(2층

<7>남자의 탄생   (동아일보 2006-09-26)

   지음/ 푸른숲/ 2003/  299p
   337.8-ㅈ312ㄴ/ [강서]2층 자료실/ [양천]책누리실서고

<8>남자를 보는 시선의 역사    (동아일보 2006-09-27)
   에드워드 루시-스미스 지음/ 정유진/ 개마고원/ 2005/ 248p
   600.453-ㄹ758ㄴ/ [종로]인문사회과학실/ [서대문]종합실

<9>남자의 미래      (동아일보 2006-09-28)

   매리언 살츠먼;이라 마타시아;앤 오라일리 [같이]지음/ 이현주 옮김/ 김영사/ 2006/ 263p
   337.8-ㅅ184ㄴ/ [정독]인사자실(2동2층)/ [강서]2층

<10>막대에서 풍선까지-남성 성기의 역사    (동아일보 2006-09-30)

   데이비드 프리드먼 지음/ 김태우 옮김/ 까치/ 2003/ 384p.
   383.7-ㅍ82ㅁ/ [종로]인문사회과학실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1>남자는 다 그래!    (동아일보 2006-10-09)

   에릭 헤그만 지음/ 장혜경 옮김/ 펀북스/ 2006/ 
   182.2-ㅎ489ㄴ/ [강동]서고-1 (사서에게 문의)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2>일곱 가지 남성 콤플렉스   (동아일보 2006-10-11)
http://news.donga.com/3/all/20061011/8359741/1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3>남자의 인생지도    (동아일보 2006-10-12)
http://news.donga.com/3/all/20061012/8360229/1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4>따로와 끼리: 남성지배문화 벗기기   (동아일보 2006-10-13)
http://news.donga.com/3/all/20061013/8360725/1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5>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여자로 길…   (동아일보 2006-10-14)
http://news.donga.com/3/all/20061014/8361205/1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6>강요된 침묵-억압과 폭력의 남성 지배문화   (동아일보 2006-10-16)
http://news.donga.com/3/all/20061016/8361602/1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7>여성주의 남자를 살리다    (동아일보 2006-10-17)
http://news.donga.com/3/all/20061017/8362180/1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8>남자의 이미지    (동아일보 2006-10-18)
http://news.donga.com/3/all/20061018/8362586/1


[남자 들여다보기 20선]<19>아버지로 산다는 것 입력   (동아일보 2006-10-19)
http://news.donga.com/3/all/20061019/8363074/1


[남자 들여다보기 20선]<20>한국의 여성과 남성    (동아일보 2006-10-20)
http://news.donga.com/3/all/20061020/8363583/1




[‘책읽는 대한민국’ 2006]“험한 세상 길잡이 얻으셨나요”    (동아일보 2006-12-14)

http://news.donga.com/3/all/20061214/8384956/1
... ‘남자의 계절’이라는 가을에는 우리 사회의 남자들에게 스스로를 들여다보자고 권유했으며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불안해하는 중·장년 독자들에게 ‘인생 후반전’을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책 읽는 대한민국’에 소개하는 책은 전문가 추천 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