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사설] 경제 나쁘게 해놓고 보기 싫다고 보고도 안 받는 건가

바람아님 2019. 3. 9. 07:16


조선일보 2019.03.08. 03:20

국토부·공정위·중소벤처기업부 등 6개 경제 부처가 7일 신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이 부처들은 총리실에 업무계획서를 제출하고, 총리가 이달 중순 이후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한다고 한다. 통상 1월에 하는 새해 업무 보고가 3월로 미뤄진 것도 이상하지만 대면 아닌 서면 보고로 대체한 것도 거의 유례없는 일이다. 정부 업무 중에 경제·민생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각 부처마다 적게는 30개, 많게는 200개의 세부 정책 방안이 보고서에 담겨 있다. 4차 산업혁명, 대기업 규제 등 초대형 정책부터 고령자·청년 금융 지원, 소상공인 지원 대책에 이르기까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이 정책들에 대해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하고 대화를 나눈 장관은 1명도 없었다. 6개 부처가 같은 날 동시 발표한 정책들을 제대로 이해할 국민은 얼마나 되겠나.

하루 전날엔 기획재정부가 대통령 보고를 했다. 생산·투자·고용 살리기 등 굵직한 정책 계획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경제부총리조차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서류 전달로 대신했다. 기재부의 서면 보고는 이미 발표한 대책들을 재탕, 삼탕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받은 곳은 작년 하반기 개각으로 장관이 바뀐 교육부·국방부·환경부·고용부 등 7개 부처뿐이다. 온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서민 민생을 담당하는 경제 부처들은 대부분 대면 보고에서 제외됐다.

어제 OECD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8%에서 2.6%로 낮췄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1%라는 충격적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고용 악화가 "최저임금 인상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기업 활력이 떨어져 상장사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다. 강성 노조는 제 세상을 만난 듯이 활개를 친다. 빈곤층 근로소득은 마이너스 37%다. 눈을 의심케 하는 숫자다. 자영업자들은 생사기로에 서 있다. 모두 이 정권이 벌인 경제 실험의 결과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경제 온갖 분야에 경고등이 켜졌는데 책임자인 대통령이 보고도 받지 않는 이 현실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이상한 실험으로 경제가 망가지자 보기 싫다고 외면하는 건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대통령이 장관들과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실험부터 폐기해야 한다. 모든 문제를 세금 푸는 것으로 해결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이성을 잃은 포퓰리즘도 중단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는 정책 수정을 '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 목소리를 듣고 국민에게 지는 것도 싫으면 민주 정부라 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