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3.05 이지훈 세종대 교수)
대만 세계적 자전거 업체 회장 류진뱌오의 '자전거 타는 CEO'
'자전거 타는 CEO'
내일이 오늘과 같다면 경영은 힘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는 미래가 현재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만의 세계적 자전거 업체 자이언트를 창업한 류진뱌오(劉金標·영어명 킹 리우) 회장은
자서전 '자전거 타는 CEO'에서 "현재를 결정하는 것은 미래다"라고 말한다. 미래를
예상하고 대비하는 데서 현재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오랜 경영 생활에서 체득한 지혜다.
창업 초기 자이언트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에 의존했는데,
어느 미국의 유명 자전거 업체 슈윈(Schwinn)의 수주를 따내는 개가를 올렸다.
머지않아 슈윈이 매출의 75%를 차지하게 된다.
회사가 반석에 올라섰다고 만족할 법도 한데, 류 회장은 오히려 걱정이 됐다.
슈윈이 마음을 바꾼다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체 브랜드인 자이언트 개발에 나선 계기다. 몇 년 뒤 우려했던 대로 슈윈이 중국 공장으로 거래처 변경을 통보했다.
자이언트는 자체 브랜드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었기에 충격을 줄일 수 있었고, 이후 유럽, 중국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했다.
책에는 킹 리우 어록이라 할 만큼 촌철살인의 명언이 많다.
'봄이 오는 것을 오리가 먼저 안다(春江水暖鴨先知)'는 한시도 그 하나다.
오리는 늘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기에 강물이 따뜻해지는 것으로 봄을 읽는다.
기업가 역시 늘 현장에 몸을 담그고 산업 동향을 민감하게 파악해야 한다.
자이언트가 세계 최초로 탄소섬유로 자전거 차체를 개발한 것도 그런 경우였다.
당시만 해도 탄소섬유는 우주항공 산업에 제한적으로 활용됐고, 자전거 업계에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류 회장은 자전거 라이딩의 가장 큰 즐거움은 속도이며, 그것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차체 무게를
줄이는 것이라고 보고 매달렸다.
"어장이 마르기 전에 물고기를 기르라"는 말도 음미할 만하다.
기업들이 저마다 물고기 잡을 생각만 하면 어장이 마른다.
물고기를 직접 기르는 것, 즉 소비자층을 키우는 일을 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류 회장의 마지막 도전은 자전거에 문화를 입히는 것이었다.
류 회장이 말년에 자전거 전도사로 변신하고, 자이언트가 서울의 따릉이 같은 공공 자전거 사업 운영자로 나선 것도
그 일환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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