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세상이야기

[설왕설래] 한국판 토네이도

바람아님 2019. 3. 18. 07:54
세계일보 2019.03.17. 21:16
신라 문무왕 법민. 태종 무열왕 김춘추의 아들이다. 그가 역사에 빛나는 것은 아버지와 함께 삼국통일을 이루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에 맞서 나라를 지켰기에 더욱 빛난다.

문무왕 11년, 671년 9월. 당의 4만 군사가 대방을 침입했다. 대방은 지금의 황해도다. 신라는 고구려 부흥군과 똘똘 뭉쳐 대항했다. 대당 전쟁은 이로써 막을 올렸다. 한 해 전 문무왕은 고구려 연개소문의 조카인 안승을 보덕왕으로 삼았다. 왕 아래 왕이 있었다. 675년 9월, 이번에는 당의 20만 군사가 쳐들어왔다. 매초성(양주)에서 대전투가 벌어진다. 당군을 초토화한 신라. 이때 노획한 전마는 3만380필에 이르렀다.


그런 문무왕이 눈을 감은 것은 재위 21년 되던 해인 681년. ‘삼국사기’에는 이런 글이 남아 있다. “유언에 따라 동해구 대석상에 장사를 지냈다. 속전에는 왕은 용이 되었다고 한다.” 동해구 대석상은 감포 대왕암이다. 속전 내용을 전하는 ‘삼국유사’의 기록, “왕은 왜병을 누르고자 감은사를 세우고, 숨을 거두자 해룡이 되었다.”

해룡이 되었는지 어찌 알았을까. 용은 승천한다. 바다의 용이 승천하면 긴 용오름이 생긴다.

신라인은 그것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문무왕의 유언, “장례는 검약을 좇으라. 변방의 성과 주·현의 과세는 필요한 것이 아니거든 모두 폐하고, 율령과 격식도 불편한 것은 모두 고쳐 시행하라.” 목숨을 다하는 날에도 나라 걱정을 한 문무왕. 그런 왕을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을까.


강한 회오리바람이 당진을 덮쳤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출하장 지붕까지 날아갔다. 종잇장처럼 뜯어져 흩어졌다고 한다. 기상청은 서해 용오름이 상륙한 것 같다고 했다. 1985년 이래 목격된 용오름은 모두 11번.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부딪쳐 생기는 미국의 토네이도와 똑같다.

지금은 용오름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신라 때에는 과학 지식이 부족했다”고.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용오름은 신념을 낳고, 신념은 나라를 지켰다. 당진에 용오름이 있던 날, 그날도 정치 성토만 가득했다.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