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사설] 문 대통령, 경제원로 고언 새겨듣고 정책 전환 서둘러야

바람아님 2019. 4. 5. 08:39


세계일보 2019.04.04. 01:44

 

진보·보수 망라한 8명과 간담회 /
경제사령탑 빠져 '만기청람' 비판 /
반시장 정책 폐기하는 계기 되길       
간담회 후 경내 산책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경제계 원로들과 오찬 간담회를 마친 후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전윤철 전 감사원장, 박승·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이제민 국민경제문회의 부의장, 최정표 KDI 원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경제계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자문위원장을 맡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이명박정부 시절에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진보·보수를 망라해 원로 8명이 참석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상생협력,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나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한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하여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중수 전 한은 총재도 “임금 상승에 상응해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제 간담회는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 상황에 대한 원로들의 고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배석하지 않았다. 국제신용평가사 S&P 연례협의단과의 면담 일정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경제사령탑이 빠진 경제 간담회가 되고 말았다. 더욱이 김수현 정책실장 등 청와대 경제 참모 3명이 나란히 배석한 것과는 달리 경제부처 장관들은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간담회가 ‘만기청람’의 정책 운용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는 경제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경제 활력 방향을 찾기 위한 ‘경제 소통 행보’의 일환으로 간담회를 갖게 됐다고 한다. 청와대의 바람대로 경제의 숨통을 틔우는 소통 행보가 되려면 대통령부터 잘못된 확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7번이나 지역 경제 투어를 했음에도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정부 정책이 옳다는 독단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놓인 경제 현실은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최저임금 파격 인상과 친노조 정책 등의 여파로 국내 경기가 바닥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세계 경기마저 내리막길을 달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어제 미국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세계 경제 70%가 성장둔화를 겪을 것”이라며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이 작년보다 0.4%포인트 낮은 2.6%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넉달 연속 감소 중인 우리의 수출전선에 더 짙은 먹구름이 몰려온다는 얘기다. 이런 경제 난국을 돌파하려면 기업의 발목을 묶는 반시장 정책으론 안 된다. 원로와의 간담회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친시장 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