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4.30 이지훈 세종대 교수)
하이에크 '법, 입법 그리고 자유'
"더 좋은 사회 꿈이 믿음 되면 타인을 강제할 구실로 쓰여"
법, 입법 그리고 자유. 1, 2, 3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저/ 양승두,정순훈,민경국,서병훈 역
/ Olje(올재)/ 2017/ 375 p, 406 p. 324p
320.181-ㅎ187ㅂ-1/ [정독]인사자실/ [강서]2층/ [양천]책누리실서고( 3권)
고전은 과거에 쓰였지만 현재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생하다. 하이에크가 쓴
'법, 입법 그리고 자유'도 그러하다.
'노예의 길'을 쓰고 30년 뒤 70세가 넘어 쓴 책이다.
요즘 세계를 특징짓는 현상 중 하나는 '자생적 질서', 다시 말해 시장에 대한 신뢰의
저하이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한편, '반사회적 특권을 방어하는 데 자유주의의 말투를 빌려
쓰는 사람들에 대한 정당한 분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시장을 이기주의와
동일시하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혜택을 간과하게 됐다.
그 대신 사람들은 직관적인 대안에 더욱 기대게 됐다.
'만들어진 질서', 다시 말해 집단주의나 국가주의가 그것이다.
그러나 그 대안은 더욱 큰 희생을 초래할 수 있다.
혁신 기회의 봉쇄, 권력의 비대화,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유의 훼손이 그것이다.
하이에크가 이 책을 쓴 50년 전에도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냉소는 널리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하이에크가 보기에
'자생적 질서', 다시 말해 시장은 두 가지 점에서 우월하며, 이기주의적이란 생각은 단견이다.
첫째, 시장은 저마다 추구하는 목적에 대해 합의하지 않고서도 평화적으로 협조하고 공존할 수 있게 한다.
반면 공동의 목적을 가질 경우에만 협조가 가능하다는 집단주의적 이상은 실현 불가능하고(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똑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투쟁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둘째, 시장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시행착오를 통해 발견해내는 절차이다.
이는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은 인류의 생존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장이라는 개념은 추상적이고 비직관적이며 도덕적으로 공허해 보이기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사람들은 '본능에 일치하는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도덕에 대한 직관적인 향수를 갖고 있으며', 집단주의는 그 틈을 파고든다.
그러나 '더 좋은 세계에 관한 우리의 꿈이 아무리 소중하다고 하더라도, 그 꿈을 합리적으로 면밀히 분석함으로써만
그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그 위협이란 무엇인가?
꿈이 지배적인 믿음이 되면 반대를 허용하지 않고 '타인들을 강제할 구실'이 되며, 결국 '열린 사회'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합의하기만 하면 정의가 된다고 믿고, 민주주의는 제한받지 않는 정부와 동일시되기에 이른다.
국가를 지상천국으로 만들려는 순수한 열망은 국가를 지상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가면서 곱씹어야 할 대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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