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 이후 최대 경제 위기
긴장 커지나 전쟁 가능성 작아
‘북·이란 核軸’ 봉쇄 앞장서야
세계 석유 수송로의 목줄인 호르무즈 해협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2일 아랍에미리트(UAE)의 동부 영해 부근에서 상선 4척이 공격을 받았으며, 그중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이 상당한 피해를 봤다. 이번 공격은 미국이 대(對)이란 봉쇄를 강화하기 위해 항공모함 전단과 패트리엇 포대 등을 이란 주위로 집결시키고 있고, 이에 반발한 이란이 결사항전을 외치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협박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이란 정부가 13일 이 공격이 자신들의 행위가 아니라고 적극 부인했기에 당장 전쟁으로 번지는 것은 피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15년 7월 핵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이 체결됐을 때만 하더라도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실제로 이듬해인 2016년 국내총생산(GDP)이 12.3% 성장했다. 그러나 이란이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여러 정황이 드러나면서, 미국은 지난해 5월 이란 핵협정을 탈퇴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경제 제재를 시작하더니, 같은 해 11월 5일부터는 이란산 원유와 석유·석유제품 거래, 이란과의 금융 거래를 차단한 ‘이란 고사 작전’에 돌입했다. 단, 한국·일본·중국·인도·대만·이탈리아·그리스·터키 등 8개국에 대해선 180일간 한시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허용했었는데, 이도 지난 3일부로 끝났다.
이란 경제는 2018년 성장률 -3.9%였는데, 올해는 더 큰 폭으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환율도 달러당 공식 환율은 4만2000리알인데, 실제론 지난달 말 현재 14만3000리알이다. 거시경제 지표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심리 상태다. 이란 혁명 초기만 하더라도 혁명적 열정, 그리고 지금은 어렵지만, 고비만 넘기면 ‘낙원’이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란 젊은 세대 분위기는 그때완 전혀 딴판이다. ‘이슬람 지상 천국 건설’에 대한 환상은 사라진 지 오래됐다. 또, 계속 나빠지는 것보다 잠시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법이다. 2016∼2017년 짧은 기간이나마 경제 제재 해제의 달콤함을 맛보았던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 압박’을 조금 더 밀어붙이면, 이란 정부가 핵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며 손들고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니, 은근히 이란 내부 붕괴에 대한 희망도 버리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미국이 당장 이란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것 같지는 않다. 시간이 미국 편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봉쇄하면서 기다리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이란 강경파들이 반(反)제국주의 투쟁을 호소하고 있으나, 이들 자체가 각종 이권에 개입한 부정부패 집단으로서 이미 배에 기름이 끼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란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있기 때문에 ‘혁명전쟁’으로 맞설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상적으로 미국은 북한·이란·베네수엘라 등 3대 불량국가(rogue state)에 발목 잡혀 있다. 그러나 미국의 진짜 적(敵) 혹은 라이벌은 중국이다. 냉전 이후 사실상 ‘1극 체제’를 유지했던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는 지역 전쟁을 꺼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다르다. 또, 장기화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에 지쳤으며, 이로 인한 고립주의적 국민 정서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주요 자산이다.
미국이 관심을 이란 쪽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북한 김정은은 내심 환영하면서도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미국의 직접 공격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점에서 기쁜 소식이기도 하나, 자칫 얻을 것 없는 상태에서 경제 제재만 장기화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경제의 대외 의존도는 25%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북한 경제의 대외 의존도는 국제사회의 제재 직전 50%에 달했다. 따라서 봉쇄에 따른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북한이 최근 탄도미사일 도발을 자행한 것은 시간 끌기만 하지 말고 날 좀 쳐다봐 달라는 몸짓이다. 미국이 아니라면 한국이라도 나서서 제재에 구멍을 내 달라는 협박이기도 하다. 또, 도발 시점을 볼 때 동병상련을 느끼는 이란을 위한 양동작전의 의미도 엿보인다.
미국이 이란 원유 수입을 허용해 준 8개국 가운데 대만·그리스·이탈리아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수입을 전면 중단했으며, 중국 등 다른 국가들도 수입량을 대폭 줄였다. 그런데 한국만 그 기간에 2배 이상으로 늘렸다. 이러니 한국을 ‘미국을 안 좋아하는 나라’라고 표현하는 일이 일어난다. 이란 봉쇄는 결코 북한 봉쇄와 분리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북·이란 핵축(核軸)’ 봉쇄에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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