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구시보가 다음날 파로호 소식을 전했다. 유리한 보도를 인용해 “화천군이 2001년 유해 발굴과 위령비 건립을 건의했지만 한국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썼다. 이어 중화 부흥을 주장하는 부이다오(補一刀)란 1인 매체가 29일 “청와대에 파로호 개명을 청원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글은 “지원군의 넋을 적의와 모욕 가득한 비석이 누르고 있다”며 “중국 영웅이 잠든 성스러운 호수를 ‘파로호’라 부른다”고 개탄했다.
부이다오는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비석 철거다. 둘째 이름을 화천 저수지나 ‘위령호’로 바꿀 것. 셋째 수몰된 유해를 발굴해 반환하라고 압박했다. 중국 외교부도 나섰다. 베이징 주재 한국 대사를 통해 파로호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우리는 상호주의를 내세웠다고 한다. 올 1월 대사가 청와대 요직으로 영전했다. 공교롭게 3월 강원도가 이름 바꾸기에 착수했다. 지금은 시민단체가 앞장섰다.
반면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微博)에 파로호는 검색 금지어다. 중국다운 해법이다. 첫 단추부터 문제였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한국은 중국의 한국전 참전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중국 협상팀은 한국전 참전은 과거의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공식기록에는 남기지 않되 언론보도 선에서 마무리 짓길 원했다. 한국은 수용했다. 선례는 관례가 된다. 파로호 이름을 바꾸면 일본이 왜란으로 생긴 지명을 바꿔달라 요구할 때 정부는 무슨 명분으로 거절할 것인가. 파로호 개명은 중국이 이른바 항미원조 전쟁을 한국전쟁으로 바르게 부를 때 검토해도 늦지 않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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