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은 인간 본성…절반은 ‘외도 유전자’ 타고난다”
[중앙선데이]
2019.06.29 00:02
일본 뇌과학자 최신 연구 섭렵
불륜 현상의 과학적 근거 따져
성병 피하려다 일부일처제 정착
불륜 위험군 배우자에게 불만 커
나카노 노부코 지음
이영미 옮김
부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현상이 대세가 됐다. 정치권에선 더욱 심하다. 내로남불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로맨스와 불륜은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불륜에 대해선 가시눈을 부릅뜨고 달려든다. 로맨스는 아름답고 불륜이 나쁘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 그러면서도 불륜은 그칠 줄을 모른다. 왜 그럴까.
일본의 뇌과학자인 나카노 노부코(中野信子)는 『바람난 유전자』에서 “인류의 절반은 불륜 유전자를 타고난다”며 “인류가 존재하는 한 불륜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우리는 흔히 일부일처제의 미덕을 헌신짝처럼 차 버리고 특정한 배우자가 아닌 다른 연인을 찾아가는 행위를 ‘바람피운다’고 정의하며 불륜의 주홍글씨를 뼛속 깊이 새겨 준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동물로서의 인류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나카노는 주장한다. 그는 이 책에서 불륜, 그리고 불륜에 대한 비난이 둘 다 그치지 않는 배경을 최신 과학의 힘을 빌려 탐구했다.
캐나다 워털루대학 크리스 바우흐 교수 연구팀은 논문에서 “인류의 선조는 수렵채집 생활을 할 무렵에는 일부다처제였지만 농경을 시작하며 집단으로 정착한 이후 성병의 대유행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며 “그로 인해 같은 상대와 평생 백년해로하는 편이 공중위생적 관점에서 볼 때 집단 유지에 유리해서 일부일처제가 정착하게 됐다”고 추론했다. 즉, 인류의 뇌 구조는 애초부터 (지금 기준으로) 불륜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으며 일부일처제는 인류 진화의 큰 흐름에서 극히 최근의 결과라는 것이다. ‘불륜은 악’이라는 윤리관은 인간 사회에 나중에 생겨난 ‘부록’ 같은 개념이다.
유전자와 뇌 속 물질을 연구한 최근의 과학적 결과는 불륜에 관한 인류의 비밀을 하나씩 세상에 드러내 놓고 있다. 뇌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인 아르기닌 바소프레신 수용체(AVPR)1A 유전자 염기 배열에 따라 ‘불륜형’과 ‘정숙형’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는 학설이 제기됐다. 두 부류는 대략 반반 정도를 차지한다. 2명 중 1명은 불륜 유전자를 타고난다는 것이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 수용체 유전자의 염기 배열도 배우자에 대한 애정 정도 등 성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랑이나 연애할 때 대량 분비되는 도파민 수용체 유전자인 DRD4는 성관계와 외도 성향을 결정하는 데 작용했다.
‘못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다. 그렇다고 불륜을 모두 조상 탓으로 돌릴 순 없는 법이다. 다만 본인의 의지나 노력 못지않게 유전자나 뇌 구조로 결정되는 부분도 크다는 사실만큼은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후천적인 애착 유형(안정형, 회피형, 불안형)도 불륜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 데 관련이 있다고 한다. 어릴 때 부모가 감싸주지 않았던 불안형의 경우 불륜에 가장 취약했다.
이런 여러 가지 선천적·후천적 요인이 불륜을 야기하는 동력이 되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불륜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응징에 나선다. 이는 불륜 커플을 공동체의 협력 구도와 질서 유지를 방해하는 ‘무임승차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질투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행복 호르몬 옥시토신은 경합하는 존재에 대한 질투 감정도 높인다. 자기가 소속되지 않은 불륜 커플 같은 무임승차자 외집단을 나쁘다고 판단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불륜 유전자를 타고났다고 그 자체를 죄악시할 일은 아니다. 알코올 분해 효소 유전자의 좋고 나쁨이 나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유전자가 혹시나 불륜형이 아닐까 알아보기 위해 병원 문을 노크하는 독자가 늘어나지나 않을까.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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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불륜에 대한 과학적 해석
디지털타임스 2019.07.01. 18:26
바람난 유전자 나카노 노부코 지음/이영미 옮김/부키 펴냄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바람피우는 사람과 안 피우는 사람. 책은 인간이 다른 이성을 찾게 되는 이유와 불륜의 실체를 뇌과학과 진화심리학 등을 통해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하룻밤 실수가 벌어지는 과학적 배경이나 불륜 남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일찍 죽는다는 통계도 소개한다. 이밖에 '바람'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모았다. 책은 우리 뇌와 유전자가 불륜을 부추긴다고 한다. 그렇다고 면죄부가 될 순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인간이 진화하면서 사회규범을 지키도록 하는 뇌의 영역도 발달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연애와 결혼, 가족 형태가 출현하고 비혼, 이혼과 '돌싱'과 '졸혼' 등이 일반화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진정 고민해야 할 것은 불륜의 비용을 줄이는 일이다. 불륜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좀 엉뚱하지만, 그 대표적인 사례로 혼외 자녀를 인정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프랑스를 든다. 프랑스는 남녀가 혼자서도 얼마든지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제도를 통해 1.66명까지 떨어졌던 출산율을 2.00명으로 끌어올렸다. 프랑스를 따라 영국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등도 혼외 자녀를 인정하는 정책을 펴서 출산율을 제고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일부일처제에 적합하지 않은 뇌와 유전자를 지닌 인간에게 바람피우지 말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불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다른 사랑과 이성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새로운 관점에서 살필 것을 권한다. 경직된 가치관에서 벗어나야 행복한 삶에 상처를 덜 입힐 것이라고 역설한다. 저자 나카노 노부코는 뇌과학자로서 활발히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의 인기작가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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