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해고된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가 앙갚음하려다 큰 곤욕을 치렀다. 그는 백인인 애덤 스콧(호주)의 캐디를 맡아 2013년 마스터스 우승에 힘을 보탠 뒤 “검둥이를 확 밀어뜨리는 게 목적이었다”고 말했다가 미 국민에게 백배사죄해야 했다. 지난 6월 프로골퍼 이정은을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 이름을 잘 모르겠다. 이름까지 밝히지 않아도 된다면 이씨라고 하겠다”고 비하한 라디오방송 해설자는 쫓겨났다. 다인종·다문화 국가인 미국에서 인종차별 발언은 금기 중의 금기다.
건국 250년이 못 되는 미국이 세계를 주름잡은 이유로 포용성이 꼽힌다. 조지 워싱턴, 벤저민 프랭클린 등 건국의 아버지들은 유럽의 근로자, 기술자, 과학자를 적극 환영했다. 1, 2차 세계대전 때 닐스 보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천재 과학자가 히틀러 치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인종이나 종교, 출신국 등을 따지지 않고 이민자들을 하나로 녹인 게 번영을 일군 토대가 됐다. 미국이 ‘멜팅포트’(Melting Pot·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유색인종 여성 민주당 하원의원 4명을 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인종차별적 트윗을 날려 시끄럽다. 유색인종 출신 유명인들과 시민들의 ‘나도 들었다(Heard too)’ 운동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차별의 언어’를 정략적으로 사용한다. 그의 인종분열 발언은 보수 지지층 세 결집에 효과를 본다고 하니 더 그럴 게다. 트럼프는 스스로 멜팅포트를 깨 미국의 근본까지 뒤흔들고 있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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