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9.07.30. 00:10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우리로선 매우 불쾌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냉엄한 국제 현실이다. 그렇다면 국익이 침해받지 않도록 한·미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책임이다. 일본이 거액의 예산을 들여 미국 정계에 우호적인 세력을 구축하는 것은 그런 이유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 내에서 친한 세력의 온상 역할을 해온 한미연구소의 예산 지원마저 끊어버렸다. 그것이 지금 한·미관계의 결과물일 것이다.
동맹 관계의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나왔다. 성주 사드기지 설치 당시 시위대가 성주 사드기지의 차량 진입로를 막고, 반미 단체들은 인간띠로 주한 미국 대사관을 포위했다. 미 대사관 앞에서 성조기를 찢고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불태우는 일도 있었다. 경찰은 뻔히 구경만 했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 정부를 어떻게 봤을지 걱정이 앞선다. 더구나 한국의 외교가 친중국으로 기울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처지다.
국가 간의 관계는 대통령이 이상 없다고 강조한다고 해서 정상이 되지 않는다. 상처를 그냥 두면 악화되듯이 한·미 갈등도 조속히 치유하지 않으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런 길을 걸어왔다. 석 달 전 문 대통령의 방미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은 2분에 그쳤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은 느슨한 한·미 공조를 노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한·일 갈등에서 미국이 뒷짐을 지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는 한·미 동맹을 린치핀, 미·일 동맹을 코너스톤에 각각 비유했다. 린치핀은 수레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을 의미하고 코너스톤은 건물 기둥을 떠받치는 주춧돌을 가리킨다. 일본보다 한국을 우위에 뒀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지금 한·미 관계의 위상은 어느 수준인가. 한·미 동맹은 건국 이후 우리의 안보와 경제를 떠받쳐온 기본 토대이다. 린치핀이 빠지면 수레가 전복되듯이 동맹이 균열되면 국가는 위기를 맞을 것이다. 정부는 잇달아 불거진 불협화음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한·미관계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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