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혼나야 마땅한 대상이
되레 가르치는 어른 행세하며
미사일 도발하고 겁박도 자행
그런데도 질책과 경고는커녕
침묵하고 감싸며 떠받들기도
헌법적 책무를 저버리는 처사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타이르는 말인 훈계(訓戒)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정상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스승이 제자에게,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에게 한다. 수평적 사이에서도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윗사람에게 훈계하는 아랫사람은 망나니 취급도 받는다. 아랫사람이나 수평적 관계인 사람의 훈계를 들으면 모욕으로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훈계 내용마저 부당하면 더더욱 다소곳이 듣고만 있을 일은 아니다. ‘진짜 훈계’로 따끔하게 혼을 내야 마땅하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훈계까지 듣고도 모욕감·굴욕감을 드러낸 적이 없다. 노골적 겁박(劫迫)에도 마찬가지다.
굳이 훈계를 한다면, 문 대통령이 해야 할 몫이다. 2017년 11월 29일 ‘핵(核)무력 완성’을 선언한 김정은은 끊임없는 ‘핵 갑(甲)질’로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정은은 나이도 문 대통령보다 31세나 어리다. 하지만 어른 행세를 하며 가르치려고 한다. 북한의 지난 7월 31일 도발에 대해 국방부가 그 실체를 구체적으로는 파악하지 못한 채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로 발표한 무능을 조롱하듯이, 북한이 1일 ‘새로 개발한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고 확인한 것도 가까운 예다. 김정은은 “이 무기의 과녁에 놓이는 일을 자초하는 세력들에게는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거리로 될 것”이라고도 했다. 6일 전의 미사일 도발 당시 조롱·훈계·겁박을 다시 한 셈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7월 25일 도발 때와 마찬가지로 침묵하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도 또 불참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더 보란 듯이 2일에도 도발했다.
7월 25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도발했던 김정은은 하루 뒤인 26일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라며 적반하장의 훈계와 협박을 쏟아냈었다.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표현한 그는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합동 군사연습 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막말로 나무랐다.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사태의 위험성을 제때에 깨닫고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라’고도 했다. 대규모 병력이 실제로 동원되던 연례 한·미 연합훈련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지휘소 연습(CPX)’으로 한정·축소하고 명칭까지 ‘동맹’ 연습으로 바꿨으나, 그마저 아예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그런 김정은에게 문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직접 훈계·비판·질책·경고 등을 하지 않았다. 침묵하거나 떠받들기까지 했다. 김정은을 더 안하무인으로 만든 요인이다. 그러니 북한의 어떤 탄도미사일 발사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 반복되는데도, 청와대는 “안보리 제재 여부는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남의 일처럼 말했다. 김정은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그런 것임은 물론이다.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출동의 근원인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지난해 9·19 남북 군사합의의 정면 위반 또한 분명하지만, 문 정부는 “군사합의에 탄도미사일 금지 규정은 없다”며 김정은의 도발을 합리화하기 위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문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인사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체사상을 갖고 있었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유민주 사상에 근접한 상태”라고 황당한 칭송까지 한 배경도 달리 찾기 어렵다.
김정은은 지난 4월 1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도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 운운으로 문 대통령을 비하했다. 그런 식의 모욕이 이어져도, 문 정부는 김정은 비위 맞추기에 급급해 주눅이 든 모습으로도 비친 예가 이 밖에도 수두룩하다. 그럴수록 김정은은 더 오만방자해지고, 문 대통령을 더 함부로 대하게 마련이다. 훈계와 조롱도 그 연장선이다. 문 대통령부터 이를 더는 용인하지 말아야 한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도발까지 감싸며 절절매는 것으로 보여선 안 된다. 그러는 것은 헌법적 책무의 방기(放棄)다. 국가 안보와 국민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처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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