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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서가(書架)] 포경업에서 시작된 벤처캐피털… 증기기관·방적기 개발에 돈 대

바람아님 2019. 8. 20. 12:53

(조선일보 2019.08.20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이코노 서가(書架)]

포경업에서 시작된 벤처캐피털… 증기기관·방적기 개발에 돈 대


톰 니컬러스 'VC: 미국의 역사'


톰 니컬러스 'VC: 미국의 역사'오늘날 벤처캐피털(VC)은 스타트업 자금 공급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사실 돈이 될 만한 신사업에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본을 제공한 역사는 꽤 오래됐다.

대항해 시대에 권력자들은 선단에 투자했고, 1차 산업혁명 시기에 부호들은

증기기관이나 방적기 개발에 자금을 대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오늘날 VC처럼 조직화되지는 않았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톰 니컬러스 교수의 'VC: 미국의 역사'는 바로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VC 유래는 19세기 포경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래 기름은 19세기 말 석유와 전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서구 사회에서 중요한

에너지원이었다. 포경업은 영국과 네덜란드가 강국이었으나,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미국이 시장을 지배하게 됐다.

그 배경에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VC 스타일의 투자가 있었다.

당시 부유한 변호사·의사·상인들은 유능한 선장과 선원의 팀, 그리고 포경선에 앞다퉈

투자했다. 포획한 고래의 기름·살·뼈 등에서 얻은 수익에서 비용을 제하고 남은 금액을

각자 지분에 따라 배당받았고, 선원들 역시 자신들의 지분을 조금씩 받았다.


이런 방식의 개인 투자는 2차 산업혁명기에 철강 또는 석유 사업으로 거부가 된 헨리 핍스, 로런스 록펠러,

그리고 금융가 J P 모건 등 가문 차원의 투자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성숙 기업에 대한 투자 수익률에

대개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ARD(American Research and Development Company)가 설립됐다.

ARD는 1957년에 매사추세츠의 전자 모듈 스타트업 DEC에 7만달러를 투자했는데, 1966년 IPO 후 그 가치가 700배가 넘는

5200만달러에 이르렀다. ARD의 성공은 수많은 VC 설립의 기폭제가 됐다.

1958년 미국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투자 전문회사 SBIC 설립을 적극 장려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종업원퇴직연금법 법 개정을 통해 연기금의 VC 투자가 허용되고, 자본이득세가 인하되면서

VC에 자금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연간 2% 내외의 운용수수료와 초과 이익의 20% 배당 같은 업무 관행들이 정착됐다.

VC 자금이 동부를 떠나 스탠퍼드 대학이 있는 서부 실리콘 밸리로 이동했다.

무엇보다도 VC들이 합자회사(LP) 형태의 지배구조를 채택하면서 시장이 급성장했다.

주식회사가 법인을 대상으로 과세되는 것과 달리, LP는 파트너들의 개인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한다는 세제상 이점이 있었다.




 


[이코노 서가(書架)]

카지노서 배운 '확률 베팅'투자… 8년 만에 1억이 20억원 되더라


(조선일보 2019.08.13 이지훈 세종대 교수)

 

최성락 '나는 카지노에서…'


최성락 '나는 카지노에서…'

나는 카지노에서 투자를 배웠다
최성락 지음/ 페이퍼로드/ 2019/  283 p
325.2113-ㅊ476ㄴ/ [종로]인문사회과학실


<카지노에서 배운 투자의 기본 법칙, 초보 투자자가 염두 해야 할 주의 사항,

투자 방법만큼 중요한 투자 심리학을 다룬 완벽한 투자 입문서다.>


홀짝 맞히기 게임을 가정하자.

홀수가 연이어 다섯 번 나왔다면 여섯 번째는 짝수일 가능성이 꽤 클 것이다.

이때 1만원을 베팅한다. 여섯 번째에도 또 홀수가 나왔다면 1만원을 잃지만,

일곱 번째에 또 짝수에 베팅하고 베팅 금액은 2만원으로 올린다. 짝수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또 홀수가 나오면 다음 판엔 짝수에 4만원을 건다.


'나는 카지노에서 투자를 배웠다'의 저자 최성락씨는 대학 시절 이런 식으로 강원랜드 카지노를

주말마다 다니며 용돈을 벌었다. 기분 내키는 대로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확률에 입각한

베팅이다. 자신이 개발한 베팅법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마틴게일 베팅'이라고 해서

족보에 있는 방법이었다(이 베팅법은 강원랜드가 베팅 규정을 바꾸면서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고,

저자는 카지노 출입을 관뒀다).


대학교수가 된 저자는 재테크에 뛰어들어 주식, 부동산, 금, 비트코인까지 다양한 투자를 경험하는데, 8년 만에 1억원을

20억원으로 불리는 성과를 올린다. 그는 투자의 성공 비결이 과거 카지노의 비법과 매우 닮아 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이 제시하는 투자법은 일반적인 투자서에 흔히 담기지 않는 내용이 있어 신선하다.

'확률에 따라 투자 금액을 달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특히 그렇다. 저자가 카지노에 갈 때마다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확률이 높아지는 데 비례해 베팅 금액을 높였기 때문이다.

매번 똑같이 1만원을 베팅했다면 결코 돈을 벌 수 없었을 것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잘 아는 것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10%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종목보다 50%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종목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어느 것이 더 오를지 모르니 다섯 종목에 똑같은 돈을 넣는다면 하수다.

높은 확률을 예상한다면 큰 금액을 집어넣을 줄도 알아야 큰돈을 벌 수 있다.


원하는 가격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도 반드시 필요하다.

저자는 카지노에서 매번 돈을 걸지 않았다. 카지노 이곳저곳을 돌며 홀수가 다섯 번 이상 나온 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투자도 그렇다. 승부의 시점을 내가 정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조건과 가격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베팅하지 않는 것도 베팅이다.


저자는 '세상에 행복한 투자는 없다'고 말한다.

남들은 재미 삼아 하는 카지노에서 홀수가 다섯 번 나온 판만 찾아다니는 투자가 뭐 재미있겠으며,

예상이 틀렸는데도 다음 번에 또 같은 베팅을 할 때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투자에 그치지 않고 삶의 지혜 한자락을 얻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