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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하의 런던이야기] [8] 영국에선 에드워드 왕자 기사를 볼 수 없다는데…

바람아님 2019. 10. 2. 09:57

(조선일보 2019.10.02 권석하 재영 칼럼니스트)


앤드루 왕자'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말할 때

영국 사례가 자주 등장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남 찰스 왕세자, 차남 앤드루 왕자〈사진〉를 비롯해

윌리엄 왕세손, 해리 왕손까지 자원해서 헬리콥터 조종사로 군 복무를 마쳤다.

특히 앤드루 왕자는 포클랜드 전쟁, 해리 왕손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

앤드루 왕자는 영국 정부가 위험을 감안해 후방 전출을 권하자 본인은 물론

여왕까지 나서서 반대해 결국 전투 작전 임무를 모두 수행했다. 왕실의 어른이자

여성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이 대열에서 빠지지 않는다.

여왕은 2차 세계대전 때 여성 국방군에 들어가 군용 트럭 운전사로 복무했다.

유일한 예외라면 여왕의 삼남 에드워드 왕자이다. 대학 졸업 후 해병대에 입대했다.

12개월 훈련 기간 중 3분의 1만 하고는 고된 훈련을 못 견디고 그만뒀다.

케임브리지대 재학 때 입대를 조건으로 학자금까지 받았기에 혹독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에드워드 왕자에 대한 언론 기사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다.

영국인 중에 여왕이 삼남을 두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그를 향한 질타는 남자답지 못하다는 차원이 아닌 '사회 지도층이 자신에게 주어진 공적 책무', 즉 왕족으로서

조국을 지키는 임무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예로부터 글 읽은 지식인이어야 사회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왕족과 귀족의 근원은 군인이다.

중세 때부터 유럽은 군인이 지배하는 사회였다.

왕족과 귀족은 장군으로 길러졌고 전쟁이 터지면 참전이 당연했다.

평화 시에도 영국 왕자들 직업은 군인이어야 했다. 전통이니 싫어도 따라야 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너무나 당연해서 군인 이외에는 다른 직업을 생각할 수가 없다.

영국 왕자들이 군인이 되고 참전하는 일은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

칭찬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했을 때 받는 것이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했을 때 받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