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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명상과 치유의 낙서'를 그립니다

바람아님 2019. 10. 23. 09:03

국민일보 2019.10.22. 19:51


젠탱글(Zentangle)을 아시나요
공인젠탱글교사 정아랑씨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한국젠탱글협회 사무실에서 젠탱글을 하고 있다. 정씨는 “젠탱글을 하다보면 어느새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며 “집중력 향상은 물론 긴장 이완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흰 종이에 그림이 채워지는 만큼 마음은 비워지게 된다.

손바닥 크기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 ‘젠탱글’을 하기 위한 준비물이다. 새하얀 종이에 반복된 패턴을 그리다보면 어느새 예술작품이 완성된다. 집중력과 창의력이 높아지는 건 물론 마음도 평안해진다.

젠탱글 창시자인 릭 로버츠(오른쪽)과 마리아 토마스 부부가 지난 9일 아티젠 탱글링캠퍼스 주최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젠탱글 워크숍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젠탱글’은 명상을 뜻하는 ‘zen’과 엉키다를 뜻하는 ‘tangle’이 합쳐진 말. 2003년 미국인 릭 로버츠와 마리아 토마스 부부는 캘리그라피 작업 도중 영감을 얻어 젠탱글을 만들었다. 미국 호주 영국 중국 등 세계 44개국에서 10만명 이상이 젠탱글을 즐기고 있다. 이들 부부에게 직접 교육을 받은 공인젠탱글교사만 해도 4000여명이다.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릭&마리아 초청 젠탱글 워크숍에서 한 참가자가 설명을 들으며 젠탱글을 따라 그리고 있다.

지난 9일 한국에서 열린 젠탱글 워크숍에는 창시자인 이들 부부의 강연을 듣기 위해 300여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설명을 들으며 종이 타일 위에 패턴을 그려나갔다. 가볍게 아트하듯 패턴을 그려나가던 초심자들은 채 1시간도 되기 전에 저마다의 작품을 완성시켰다.

이처럼 젠탱글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몇 가지 패턴을 익히고 이를 반복적으로 응용하면 작품을 만드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또 다른 예술작품과 달리 옳고 그름의 구분이 없다. 실수와 실패도 없다. 집중하여 패턴을 반복하는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젠탱글 창시자인 릭과 마리아 부부가 직접 그린 젠탱글 작품.

릭과 마리아 부부는 “펜 끝에 집중해 패턴을 반복해서 그리다 보면 집중력도 높아지고 잡생각이 사라진다”며 “이런 명상 효과를 인정받아 미국에서는 학교 병원 지역복지센터 등에서 젠탱글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사회는 유독 스트레스와 피로감, 업무강도가 높다. 최근 몇 년간 치유와 힐링이 이슈가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공인젠탱글교사 정아랑씨는 “젠탱글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작은 안식처가 된다”라며 “명상과 치유의 아트인셈”이라고 말했다.

공인젠탱글교사들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한국젠탱글협회 사무실에서 직접 그린 작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CZT(회장 설응도)에는 52명의 공인젠탱글교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학교나 관공서, 문화센터 등에서 활동하고 개인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협회는 한국사회 특성상 젠탱글의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글=김지훈 기자 d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