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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6] 프렌치프라이

바람아님 2020. 4. 9. 20:39

(조선일보 2020.04.09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우리가 사용하는 명칭 중엔 그 유래가 모호하고 재미있는 것이 많다. 이태리타월이나 터키탕 등이 대표적인 예다.

패스트푸드 식당의 대표 메뉴인 프렌치프라이도 그중 하나다.

만화 캐릭터로도 종종 등장하고,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에서

"머뭇거리는 기름으로 튀겨낸 거친 감자 조각"이라고 표현되기도 하였다.

17세기 후반 물고기를 주로 튀겨 먹던 벨기에의 작은 마을. 겨울에 강이 얼어붙어 낚시가 어려워지자 대신 감자를 튀기기

시작했다. 튀김은 시간이 지나면 싹이 트고 상해서 종종 돼지 먹이로 주던 감자를 활용해 먹기 좋은 방법이었다.


원조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이 음식의 기원은 벨기에다. 그렇다면 왜 '프렌치'프라이로 불리는 것인가?

이 음식의 정식 명칭은 '폼 프리트(Pomme Frites)', 불어로 '튀긴 사과'라는 뜻이다.

예로부터 유럽에서는 감자를 '흙에서 나오는 사과'라고 표현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가했던 미군들이 불어를 사용하는 벨기에 병사들에게 감자튀김을 얻어먹었고,

전쟁 후 본국으로 돌아와서 그 맛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 이후 미국에 수입되었는데 불어 이름이어서

다들 프랑스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발음하기 어려운 폼 프리트를 대신해 프렌치프라이로 부르게 된 것이다.

당시 뉴욕에 살던 작가 오 헨리가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유력하다.


벨기에의 폼 프리트 박물관


전통 폼 프리트는 냉동 감자는 절대로 쓰지 않는다. 생감자만을 사용하여 두 번 튀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한없이 부드러우며, 소박하지만 깊은 맛을 풍긴다.

일반적으로 케첩을 뿌려 먹는 미국식 프렌치프라이와 달리 식초나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것이 보통이다.

폼 프리트는 벨기에의 국민 음식이다. 브루게(Brugge) 시(市)에는 박물관이 있을 정도다〈사진〉.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벨기에의 모든 식당을 닫는 조치에도 폼 프리트 상점은 영업을 허가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전쟁과 질병 등을 겪는 어려운 시기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듯한 감자튀김은 작은 위안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8/202004080477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