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04.01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흔하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스토리가 있다.
그중 제일은 뭐니 뭐니 해도 로미오와 줄리엣, 즉 '남녀의 사랑과 주변 반대 세력'이다.
둘째는 신데렐라. 셋째는 '형보다 못한 아우' 혹은 '형제간 갈등' 정도일 것이다.
신데렐라는 연극, 발레, 오페라로 계속 공연되고, 영화, 드라마에서 끊임없이 모방, 변형되는 단골 레퍼토리다.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 중 가장 성공한 경우는 아마도 1990년 만들어진 영화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일 것이다.
히트한 주제가와 함께 줄리아 로버츠를 세계적 스타로 만들었다.
이 작품은 신데렐라 동화처럼 결말이 달콤하지만 영화 전체를 당기는 강한 코드는 '부(富)'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건 모두 돈 때문이다"라는 유명한 대사, 간접적으로 표현된 상류 사회의 식사 예절,
주제가와 함께 연속되는 쇼핑 장면은 여성들이 선망하기 충분했다.
'로데오 거리'라는 이름이 전 세계 패션 명품 거리의 대명사가 된 것도 이 영화 때문이다.
관객들이 지금도 기억하고 감정적으로 가장 만족했던 장면은 부티크에서 벌어진 '복수(?) 에피소드'다.
그 때문에 지금도 LA를 방문하는 많은 관광객은 로데오 거리의 그 상점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린다(참고로 지금은
다른 상점으로 바뀌었다).
이 영화 때문에 명소로 부각된 또 한 곳은 '베벌리윌셔 호텔'이다. 1928년 지은 이 호텔은 영화의 유명세를 치른 이후에
'프리티우먼 호텔'이라는 애칭으로 더 자주 불린다〈사진〉. 특히 상점의 못된 직원과 대비되는
친절한 호텔 총지배인이라는 인물 설정은 호텔의 고급 이미지와 마케팅에 크게 기여했다.
'귀여운 여인'은 9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르네상스를 선도했다.
이후 수없이 많은 영화가 이 각본과 연출 형식을 따라 하며 유사품을 양산했다.
'귀여운 여인'은 30년 전 이맘때 개봉했다. '백만불짜리 미소'를 짓던 당시 주인공들은 이제 원로가 되었지만,
이 유명한 러브스토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성지순례는 멈추지 않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1/2020040105538.html
귀여운 여인 = Pretty woman |
'記行·탐방·名畵 > 기행·여행.축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시스 앵글]의령 자굴산 '색소폰' 도로.. 마지막 벚꽃들의 향연 (0) | 2020.04.12 |
---|---|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6] 프렌치프라이 (0) | 2020.04.09 |
걸으며 만나는 동상 [정동길 옆 사진관] (0) | 2020.03.31 |
[뉴시스 앵글]장성 백양사 '고불매' 활짝, 한국의 4대 매화 (0) | 2020.03.27 |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3] 강의실이라는 무대 (0) | 2020.03.19 |